‘불장’ 열기, 벤처투자업계에는 아직 못 미쳐
[이코노뉴스=최아람 기자] 최근 코스피 등 주식시장 활황세와 벤처투자 확대에도 불구하고 벤처캐피탈 회사들은 민간자금 조달이 여전히 어렵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가 한국벤처캐피탈협회와 함께 113개 벤처캐피탈 회사를 대상으로‘벤처캐피탈 투자 애로요인 및 정책과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기업 중 62.8%가 ‘최근 1년간 투자재원 조달이 과거보다 어려워졌다’고 응답했다. <‘과거와 비슷’ 20.4%, ‘과거보다 원활’ 16.8%>
‘투자금 회수’역시 ‘과거보다 어려워졌다’는 응답이 71.7%에 달한 반면 ‘과거와 비슷’(23.0%)하다거나 ‘과거보다 원활’(5.3%)하다는 응답은 28.3%에 그쳤다. 이는 최근 코스닥 및 IPO·M&A 시장 부진 등으로 회수시장 위축이 심화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응답기업들은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주로 정책금융을 통해 해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2년간 모태펀드·성장금융·산업은행 등 정책금융 출자를 받은 경험이 있는 벤처캐피탈 회사가 75.2%에 달했다.
다만 정책금융 출자를 받은 회사의 대다수(91.8%)가 ‘민간자금 매칭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응답해, 정책금융의 출자를 받는다 해도 민간부문에서의 자금조달 문제로 펀드결성이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정책펀드 출자는 정책금융이 최대 60%까지 부담하고 나머지 40%는 벤처캐피탈(VC)이 민간에서 투자재원을 확보하는 구조다. 정책금융이 벤처투자 시장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민간 LP 자금 유입이 원활하지 않으면 펀드 결성이 어렵다.
응답기업들은 벤처투자 확대방안으로 우선 회수 활성화를 위한 ‘기술특례상장 등 상장요건 개선(69.0%)’과 ‘세컨더리 펀드 활성화(68.1%)’등을 꼽았다. <복수응답>
먼저 기술특례상장의 경우 구체적인 심사지표가 비공개되고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많아, 평가기준과 심사과정의 예측가능성 제고를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세컨더리 펀드는 기존 벤처펀드의 투자 지분(구주)을 인수해 투자자금을 조기 회수시켜주는 후속 펀드다.
이어서 지난 9월 국민성장펀드 보고대회 당시 제기된 ‘산업-금융자본 공동GP 허용’에 동의하는 의견도 61.6%에 달했다.
현행법상 신기술금융사업자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일반지주사가 벤처캐피탈과 함께 GP 역할을 수행할 수 없으나, 이를 허용하면 산업자본의 선구안과 금융자본의 투자운용역량이 막대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다수의 응답기업이‘일반지주회사와의 공동GP(Co-GP) 결성이 허용된다면 투자 확대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자본 여력이 풍부한 지주회사의 출자 확대로 인한 민간 자금조달 수월(68.1%)’을 가장 많이 꼽았으며, ‘산업자본의 기술·시장 이해도를 활용한 유망기업 발굴 용이(23.2%),‘지주회사의 네트워크·레퍼런스를 통한 시장 참여 기회 확대(8.7%)’등이 뒤를 이었다.
이외에도 ‘벤처투자에 대한 세제혜택 강화’(55.8%), ‘모태펀드 출자 규모 확대’(54.9%), ‘연기금 등 법정기금의 벤처투자 확대’(54.0%), ‘퇴직연금의 벤처투자 허용’(44.2%) 등 투자재원 확대를 위한 제안과 ‘스타트업 M&A 지원’(52.2%),‘민관 코스닥 활성화 펀드 조성’(50.4%) 등 회수시장 원활화를 위한 방안들이 주요 과제로 지목됐다. <복수 응답>
한편 투자규모 확대가 아닌 투자대상 선정의 측면에서는 수도권 쏠림현상이 큰 문제로 대두됐다. 응답 기업의 80.5%가 벤처투자 대상이 ‘수도권에 집중(34.5%)’되거나 ‘수도권 비중이 다수(46.0%)’라고 답했으며, ‘비수도권 투자 비중이 높다’는 답변은 10.7%에 불과했다.
하지만 비수도권 투자 확대의 필요성에는 응답기업의 65.5%가 공감하고 있었으며, <‘공감 않음’34.5%> 향후 비수도권 투자 확대 의향이 있다는 기업도 74.3%에 달했다.
비수도권 투자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정책과제로는 ‘모태펀드 내 권역별 펀드 신설’(25.7%),‘지방 스타트업 클러스터 확대’(23.9%),‘지자체 직접 출자 확대’(23.0%),‘지방 투자 벤처캐피탈 세제 혜택 부여’(15.0%), ‘정부·지자체 주도로 비수도권 스타트업 IR 및 소통기회 확대’(6.2%) 등을 제안했다.
이와 관련하여 정성훈 강원대 교수는 “유동성 공급도 중요하지만, 지방에 투자할 만한 유망 벤처기업이 늘어나는 것이 우선이다”라며 “지역별로 다양한 특구나 메가샌드박스와 연계해 규제철폐와 전기요금 할인, 세제혜택, 인력양성 등 획기적 제도지원을 통해 벤처기업이 지방에 뿌리 내리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응답기업 중 59.3%는 지역문제와 무관하게 최근 1년간 과거에 비해‘투자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해 “이전보다 원활하다”는 응답(10.6%)보다 훨씬 많았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주식시장의 열기가 벤처투자업계에는 아직 못 미치는 상태”라며“글로벌 첨단산업 경쟁에서 이기려면 금산분리와 상장요건 등 규제를 기업 및 투자 친화적으로 개선해 코스피와 코스닥, 비상장기업까지 투자의 파이를 골고루 키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