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환법무사의 회생파산센터/파산하면 채무자 재산 다 내놔야 하나

채무자의 재산을 매각해 채권자들에게 배당하는 ‘환가 및 배당’ 절차 맹지, 보장성보험 등 환가 실익 고려해 채무자 재산으로 환원하기도

2025-09-10     김일환 법무사

[이코노뉴스=김일환 법무사] 파산을 고민하는 채무자가 가장 궁금해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파산을 신청하면 내 재산은 어떻게 처리되느냐이다.

파산선고가 나면 법원은 파산관재인을 선임하는데, 이 파산관재인이 채무자의 재산을 관리하고 현금으로 바꿔 채권자들에게 나누어 준다. 이 과정을 ‘재산 환가(換價) 및 배당’이라고 한다.

김일환 영등포 법무사김일환사무소 대표

하지만 채무자의 모든 재산이 무조건 매각되는 것은 아니고, 경우에 따라서는 파산관재인이 환가를 포기하기도 한다. 따라서 채무자 입장에선 파산신청 후에 자신의 재산이 어떤 식으로 처리되는지 잘 이해하고 있어야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알아야 할 것이 파산재단이라는 개념이다. 파산선고 당시 채무자가 가진 모든 재산을 말한다. 파산선고가 나면 이 파산재단에 대한 관리처분권은 파산관재인에게 넘어가고, 채무자는 파산재단에 대해서는 더 이상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다.

파산관재인은 파산재단을 꼼꼼히 조사한 뒤 환가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매각 절차를 진행한다.

채무자에게 부동산이 있다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임의로 매각하거나, 법원 경매에 넘기기도 한다. 파산관재인이 파산 절차에 따라 매각하면 양도세가 면제되지만, 근저당권자 같은 담보권자가 임의경매를 신청해서 매각되면 채무자가 양도세를 부담해야 한다는 점은 채무자가 눈여겨 볼 대목이다.

부동산 외에도 차량, 기계, 가구 같은 동산도 환가 대상이 될 수 있다. 차량은 중고차 시장을 통해 팔거나 경매에 부치고, 사업용 기계나 장비는 평가 후 매각한다.

채무자가 다른 사람에게 빌려준 돈이나 아직 받지 못한 매출채권 등도 파산관재인의 회수 대상에 포함된다.

또한 채무자가 임차한 주택이나 상가건물의 보증금이나 보험을 해약했을 때 돌려받는 보험해약환급금도 환가 대상이다. 다만, 의료보장 성격이 강한 보험은 채무자의 상황을 고려해 환가하지 않고 남겨놔 채무자가 향후 면책을 받은 후에도 보험을 이용할 수 있게 하기도 한다. 배우자 명의 재산은 원칙적으로 환가 대상이 아니다.

파산관재인이 환가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환가하는데 드는 비용이 환가로 얻을 수 있는 금액보다 클 경우, 즉 환가의 실익이 없을 때 파산관재인은 법원의 허가를 얻어 환가를 포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시골에 있는 임야나 맹지처럼 팔리기 힘든 토지에 대한 환가 포기 사례가 많다. 차량이나 집기 같은 동산도 가치가 거의 없다면 환가를 포기하기도 한다.

임차보증금도 소액이라 배당 실익이 없을 경우엔 포기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보험해약환급금의 경우에도 채무자가 고령이고 건강이 좋지 않아 향후 의료비 지출이 예상되고 환급금액이 크지 않다면 포기할 수 있다.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에 법인파산 관련 안내문구가 보이고 있다./뉴시스

결국 채무자 입장에서, 재산 환가는 무조건 다 빼앗기는 것이 아니고, 법적으로나 현실적으로 환가해서 채권자에게 나눠줄만큼 의미 있는 금액이 될 때만 진행된다고 보면 된다.

파산 절차에서 재산 환가는 채권자들의 공평한 만족을 위한 과정이지만, 채무자에게는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 환가할 재산이 많을수록 파산절차 기간은 길어지고, 면책까지 걸리는 시간도 그만큼 오래 걸린다.

환가의 실익이 없거나 채무자의 생계와 최소한의 생활 유지에 꼭 필요한 경우에는 환가가 포기되기도 한다. 따라서 파산을 고민하는 채무자라면 파산 절차에서 자신의 재산이 어떻게 평가되고 처리될 수 있는지 미리 충분히 이해하고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파산은 재산을 빼앗기는 절차가 아니라, 새로운 출발을 위한 제도라는 점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