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환법무사의 회생파산센터/개인파산 신청 전엔 ‘면책불허가 사유’ 꼭 따져봐야
파산선고 나도 면책불허가 되면 채무탕감은커녕 파산자 신세 전락 우려 재산은닉, 편파변제 등 면책불허가 사유 해당 여부 잘 살피고 신청해야
[이코노뉴스=김일환 법무사] 개인파산은 과도한 채무에 시달리는 개인이 법원을 통해 경제적 재기를 도모할 수 있는 제도이다.
하지만 파산선고를 받았다고 해서 누구나 자동으로 채무를 면제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법원이 ‘면책’을 허가해야 비로소 채무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면책이 불허되면 채무자는 파산절차를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채권자들의 변제 요구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이른바 파산자 상태로 남게 된다. 파산신청 전에 본인에게 ‘면책불허가 사유’가 있는지 충분히 검토하고, 필요할 땐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대응 전략을 세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채무자회생법은 제564조 제1항에서 개인파산 면책신청에 대한 불허가 사유 7가지를 규정하고 있으며, 법원은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면책 여부를 결정한다.
우선, 채무자가 고의로 재산을 숨기거나 허위 채무를 만들어낼 때엔 면책이 불허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채무자가 파산신청 전에 자신 소유의 자동차를 친척 명의로 돌려놓거나 귀중품을 처분한 뒤 현금을 가족에게 보관하게 하는 방식으로 재산을 은닉한 경우는 대표적인 사기파산죄에 해당한다.
채권자들을 해할 목적으로 자산을 헐값에 매각하거나 특정 채권자에게만 일부 변제하는 것도 문제이다. 실제로, 채무자가 고가의 미술품을 시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처분하고 그 대금을 숨긴 경우, 법원은 이를 면책불허가 사유로 판단한 바 있다. 이른바 카드깡이라고도 하는, 신용카드 등으로 구입한 물품을 헐값에 되파는 등의 행위도 금물이다.
아울러 법원의 조사 절차에 불응하거나 허위 진술을 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파산절차에서 법원은 채무자에게 심문에 응할 것과 진실한 진술을 요구하는데, 이를 어긴 경우 역시 면책불허가 사유가 될 수 있다.
이미 빚을 감당할 수 없는 상태임을 알면서도 신용카드로 물품을 구매하거나 대출을 받는 행위도 면책이 어려운 사유가 될 수 있다. 수입이 사실상 끊겼음에도 불구하고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최대한도로 인출하거나, 파산 직전까지 재정 상태가 건전한 것처럼 위장해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는 행위는 기망에 의한 채무 확대로 간주된다.
또한 채무자가 제출한 채권자목록이나 재산목록이 허위일 경우, 이는 법원의 판단을 교란하는 중대한 위반으로 보아 면책을 불허할 수 있다. 예컨대, 나중에 배당절차에 참여하게 하려고 존재하지 않는 채권을 허위로 기재하거나, 실질은 본인의 재산임에도 가족 명의로 부동산을 보유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법원이 요구한 재산목록 제출이나 파산관재인의 조사 요청에 응하지 않은 경우도 면책불허가 사유에 해당한다. 파산절차는 신뢰와 협조를 전제로 하는 만큼, 법원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그 자체로 법원의 신뢰를 잃게 된다.
도박, 주식투자, 사치성 소비 등도 문제 된다. 도박으로 거액의 빚을 지거나 고가의 명품 구매로 생활비 이상의 채무를 부담한 경우, 법원은 이를 성실하지 않은 소비 행태로 보고 면책 불허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법이 규정한 면책불허가 사유에 해당한다고 해서 법원이 기계적으로 불허가 결정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채무자가 진정으로 경제적 회복을 위해 노력했는지, 면책불허가 사유가 고의가 아닌 불가피한 사정으로 발생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법원은 재량으로 면책을 허가할 수도 있다.
채무자회생법 제564조 제2항은 “면책불허가 사유가 있는 경우라도 파산에 이르게 된 경위, 그밖의 사정을 고려하여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면책을 허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법원은 이러한 재량권을 가지고서, 실제로 도박으로 채무를 졌지만 이후 사행성 행위를 끊고 안정적인 직업을 구해 경제 재기를 시도한 경우, 또는 일부 채권자와 합의해 부분적으로라도 변제를 이행한 경우에는 재량면책이 인정된 사례도 있다.
파산절차를 통해 채무로부터 해방되기 위해선 단순히 파산선고를 받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면책이라는 최종 목표에 도달하려면 파산 전후의 모든 행위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살펴야 한다.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면 이를 객관적인 자료로 소명해야 한다. 사소한 행위 하나가 면책을 가로막는 사유가 될 수 있으므로, 사전에 면밀한 준비와 법률전문가의 조언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