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와 주주가치의 엄청난 차이/박병호 교수

2024-10-20     박병호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겸임교수
1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뉴시스

[이코노뉴스=박병호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겸임교수] 올해 초에 정부는 기업가치 밸류업 프로그램이란 것을 추진한다고 공언하였고 각종 언론도 이 타이틀을 그대로 인용하여 사용하고 있다.

박병호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겸임교수

그런데 그 내용을 보거나 실제 추진배경을 알면 밸류업 프로그램이 의도하고 제고 하고자 하는 노력은 기업가치가 아니라 주주가치이다.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는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완전한 시장에서는 같아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그것은 주주 중에는 지배주주와 일반주주로 나누어지고 기업은 지배주주 중심으로 경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이 성공하려면 지금이라도 그 명칭을 ‘주주가치 밸류업’으로 고쳐야 한다.

◇ 기업가치와 주주가치의 개념부터

가치가 얼마냐 하는 것은 묻기도 대답하기도 어렵다. 왜냐하면, 가치는 아주 추상적이어서 어떤 경우에 어떤 조건이 따르는지에 따라 매우 가변적이기 때문이다. 배고플 때 먹는 짜장면 한 그릇의 가치는 배부를 때 먹는 짜장면보다 높고 두 번째 짜장면은 첫 번째보다 낮다.

기업가치는 기업이 미래에 벌어들일 돈의 현재 가치라든지 매각할 때 받을 수 있는 돈 혹은 지금과 같은 수준의 기업을 만들려면 필요하다고 추정되는 총비용이나 유사한 회사의 시장가치 등으로 정의되지만 어떤 상황에서 어떤 조건이 따르는지 사람마다 다 다르게 평가될 만큼 매우 주관적이고 추상적이다.

기업가치는 얼마라고 수치 하나로 단정하긴 어려워도 기업별로 어디가 더 높고 더 낮은지 구분하는 상대적인 평가는 훨씬 수월하다. 기업가치가 올랐는지 내렸는지 하는 해당 기업의 기간별 평가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에 비해, 주주가치는 좀 더 객관적이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모든 거래되는 유무형의 사물들은 가격이 있다. 따라서 상장되어 거래되고 있는 주식의 가치(주가)와 그 주식으로부터 받을 미래의 배당 등이 주주가치를 결정한다.

◇ 좋은 회사가 좋은 주식이 아닌 현실

이익을 내면서 성장하고 있는 기업의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개념적으로 비교하면 위의 그래프처럼 기업가치의 상승은 일반적으로 주주가치의 상승과 비례하지만 두 가치 사이에는 갭(gap)이 있다.

기업가치는 올라도 주주가치는 상대적으로 조금밖에 올라가지 않는 경우가 현실적으로 흔히 발견되는 현상이다.

이론적으로는 기업가치 상승만큼 주주가치도 마찬가지로 높아져야 하지만 지배주주는 자기중심으로 본 기업가치를 위해서 혹은 상속을 위한 과세표준을 낮추기 위해서든 여러 이유로 일반주주를 희생한다.

회사는 좋은 회사라고 인정해도 주주가치는 형편없어 좋은 회사와 좋은 주식은 별개인 것이 우리 주식시장이다.

청산가치에 미치지 못하는 주식의 시가총액, 매우 낮은 주주 환원율과 시가배당률 등은 이제는 고착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자 결과이다. 지배 지분을 가지고 있어 경영권을 쥐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비례적으로 동일한 권리를 가져야 하는 일반주주를 희생하는 것은 부당하다.

◇ 지배주주의 계산법

예를 들어보자. 지분 20%를 가진 지배주주가 경영하는 회사가 100억 원의 당기 순이익을 실현했다. 지배주주는 20억 원의 수입이 필요할 경우 100억 원을 배당하면 20억 원을 손에 쥘 수 있지만 그럴 경우, 100억 원이 사외 유출되므로 이를 아깝게 여겨 30억 원만 배당하고 대신 14억 원은 급여로 받는다.

자금의 사외유출을 최소화하려고 배당을 늘리기보다는 급여로 받더라도 지배주주는 필요한 소득을 확보한다. 하지만 일반주주는 기업의 경영 성과에 따른 과실을 지배주주와 같이 향유 하지 못한다. 그렇게 쌓인 기업의 잉여금이 기업가치를 높일 수는 있지만 쌓이는 잉여금과 비례하여 주주가치와 기업가치와의 갭이 커진다.

◇ 기업가치가 아니라 주주가치로 명칭을 바꿔야 하는 이유

정부가 추진하는 프로그램은 명확하게도 주주가치 밸류업이다. 이사회의 일반주주 보호 의무를 부여하는 상법개정이 논의되는 것도 일반주주의 주주가치를 위함이다. 이러한 목적이 제대로 실현되려면 그 명칭도 기업가치가 아니라 주주가치라고 해야 할 것이다.

※ 박병호 한국패럴런트후원협회 대표 겸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겸임교수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IB사업본부장, 리서치본부장, 우리금융지주 IR담당임원, 중견제조업체의 대표를 지내는 등 다양한 직무를 두루 경험한 전문가입니다.

최근에는 비영리 사단법인 한국패럴런트후원협회를 만들어 패럴런트의 취업과 후원/지원을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