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이종수 기자] 일본 도시바(東芝)가 '메모리' 매각과 관련, '미일연합 진영'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마이니치(毎日)신문 등 일본 언론이 26일 보도했다. 도시바는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통해 경영 재건을 꾀하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시바는 전날 도쿄에서 미쓰이 스미토모(三井住友)은행, 미즈호은행 등 주요 거래은행과의 회합을 열고, 도시바메모리 매각처로 일본 정부계 펀드인 산업혁신기구와 미국 펀드사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이 연합한 '미일 컨소시엄'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그래픽=뉴시스

반면 도시바 반도체 협력사인 미국 반도체기업 웨스턴디지털(WD)에 대해서는 매각처로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도시바는 오는 6월 중순까지 매각처의 방향성을 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시바가 반도체 부문의 핵심인 메모리 사업을 매각키로 한 것은 미국 원전 자회사인 웨스팅하우스(WH)의 사업 부실로 인한 거액의 손실을 메우기 위해서다.

WH는 지난 2월 29일 미국 연방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으며, 이로 인해 모회사인 도시바의 2016년도(2016년 4월~2017년 3월) 최종 적자액은 1조엔(약 10억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WD는 미에(三重)현 욧카이치(四日)시에 있는 도시바 반도체 공장에 공동출자한 도시바 협력사로, 도시바메모리 인수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미일연합이 유력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되자 이에 반발해 국제중재재판소에 도시바메모리 매각 금지를 위한 중재를 요청하며 제동을 걸고 있다.

도시바는 또 지난 19일 마감한 2차 입찰에 참가한 주요 4개 진영 모두 2조엔에 달하는 입찰가를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 “반도체 기술 대만·한국 등 해외 유출 꺼려”

모두 도시바가 원하는 최저가 2조엔을 넘긴 것이지만, 일본 정부는 도시바 반도체 기술이 대만 및 한국 등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꺼리고 있어 미일 연합에 매각되는 것을 바라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이 “도시바의 플래시메모리 사업은 일본의 성장 전략에 매우 중요한 분야”라고 강조하는 등, 일본 정부는 도시바 반도체 사업이 매각되더라도 국익을 침해할 여지를 최대한 줄이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

▲ 일본 도쿄의 한 도시바(東芝) 매장【도쿄=AP/뉴시스 자료사진】

WD와 관련해서는 도시바가 매각처로 "곤란하다"고 밝혔지만, 물밑에서는 WD가 '미일연합'에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등 도시바와 WD의 대립 해소를 위한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스티브 밀리건 WD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4일 쓰나카와 사토시(綱川智) 도시바 사장과 회담을 열고 도시바메모리 매각과 관련한 협의책을 모색했으며, 일본 산업혁신기구를 관할하는 경제산업성의 간부와도 회담하는 등 도시바메모리 인수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편 지난 19일 마감한 도시바메모리 2차 입찰에는 ▲한국 SK하이닉스와 미국의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털(Bain Capital) 연합 ▲미국 반도체 대기업인 브로드컴과 미국 투자펀드사인 실버레이크파트너스 연합 ▲일본 산업혁신기구와 KKR의 미일 연합 ▲대만의 훙하이(鴻海) 정밀공업 등이 응찰했다.

SK하이닉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베인캐피털은 도시바 측의 내부 경영진도 참가하는 인수 형태인 MBO(경영자매수) 방식을 제안하는 등 인수에 적극적이다.

스마트폰이나 데이터센터 등에 사용되는 도시바의 반도체 메모리는 세계 시장 점유율이 19.4%로, 1위인 한국의 삼성전자(점유율 30.8%) 다음이다. 도시바를 인수하면 삼성전자와 함께 시장을 양분할 수 있어 매력적인 매물로 평가된다.

특히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반도체는 가전제품과 IT(정보기술) 기기는 물론 자동차 등에도 필수적이며, 모든 것이 연결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가치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한편 WD는 2차 입찰에는 참가하지 않았지만 도시바 측에 별도의 입찰가를 제시해 현재 도시바메모리 입찰은 5파전으로 경쟁이 압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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