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22일(현지시간) 현재 보유중인 전략비축석유(SPR)의 절반을 팔겠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의회에 제출한 첫 새해 예산안에서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전략비축석유를 내년 10월부터 10년 동안 전체의 절반을 단계적으로 매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비롯한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합의 연장 노력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있다.

▲ 미국 루이지애나주 세인트 버나드 패리시에 있는 엑손모빌 정유 공장의 굴뚝에서 화염이 올라오고 있다. 【세인트 버나드 패리시=AP/뉴시스 자료사진】

미국 정부는 전략비축석유 판매를 통해 2018~2027년도에 총 166억 달러(약 18조6136억원)를 조달할 계획이라고 예산안은 명기했다.

이달 12일 기준 미국의 전략비축유는 약 141일분의 순수입 물량에 맞먹는 6억8810만배럴로 집계됐다. 세계 최대 규모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회계연도 중 5억 달러 어치를 매각하는 것을 시작으로 2027년 39억달러로 매각 물량이 정점에 달할 때까지 매각을 점차 늘린다는 구상이다.

◇ 유가 회복 위한 감산 합의 ‘무력화’…유가 하락

미국은 중동의 아랍 국가들이 석유 수출을 전면 중단한 제1차 석유파동(1973~1974년)을 겪은 뒤 1975년 전략비축유 마련 법안을 제정했다.

전쟁 등 비상시에 대비해 확보해둔 전략비축유를 정부적자 보전 목적으로 매각하는 것은 의회 안팎에서 반발 여론을 부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 내 셰일오일 생산이 급증한 만큼 전략비축유가 과거처럼 필요치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워싱턴=AP/뉴시스 자료사진]

트럼프 행정부는 알래스카주 북극권 국립야생보호구역에서의 원유 시추도 허용해 향후 10년간 18억달러의 세수를 확보한다는 내용도 예산안에 담았다.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비축유 매각 계획은 오는 25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정례총회를 앞두고 나왔다.

OPEC은 이번 회의에서 오는 6월까지인 러시아 등 비회원 산유국과의 공조 감산 연장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OPEC와 러시아 등 산유국이 유가 회복을 위한 감산 합의를 연장하려는 상황에서 미국의 전략비축석유 물량 출하는 국제 유가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실제 한국시간 오전 11시32분께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 LCOc1은 0.21달러, 0.4% 밀려난 배럴당 53.66달러, 미국 원유 선물 CLc1도 0.19달러, 0.4% 하락한 배럴당 50.94달러로 내려앉았다.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7월물 브렌트유는 배럴당 0.30달러(0.56%) 밀린 53.57달러를 나타냈다.

원유상사 스트롱 페트로리엄은 "1개월당 300만 배럴을 밑도는 물량인 만큼 대규모는 아니지만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하는 감산 노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이코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