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모펀드 베인과 연합…다크호스로 등장

[이코노뉴스=최아람 기자] SK하이닉스가 일본 기업 도시바(東芝)의 메모리 사업부문 2차 입찰에 참여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날 임시 이사회를 거쳐 도시바 2차 입찰에 최종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의 예상대로 미국의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털(Bain Capital)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본입찰에 나설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베인캐피털은 도시바 측의 내부 경영진도 참가하는 인수 형태인 MBO(경영자매수) 방식을 제안했다. 베인이 도시바메모리에 51% 이상을 출자하고 나머지는 도시바메모리나 도시바 경영진이 보유한다. 입찰 금액은 약 10조원 정도로 예상된다.

▲ 일본 도쿄의 한 도시바(東芝) 매장【도쿄=AP/뉴시스 자료사진】

도시바가 반도체 부문의 핵심인 메모리 사업을 매각키로 한 것은 미국 원전 자회사인 웨스팅하우스(WH)의 사업 부실로 인한 거액의 손실을 메우기 위해서다.

WH는 지난 2월 29일 미국 연방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으며, 이로 인해 모회사인 도시바의 2016년도(2016년 4월~2017년 3월) 최종 적자액은 1조엔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베인은 주식 과반수 취득을 위해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해야 한다. SK하이닉스가 SPC에 자금을 공급하는 형태로 연합을 형성할 전망이다. 하이닉스는 무대 뒤에 있어 독점금지법 심사는 피하게 된다.

베인은 일본 관민펀드 산업혁신기구에도 출자를 타진해 소수주주로 끌어들일 방침이기 때문에 막판 새로운 유력후보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분석했다.

베인은 인수뒤 2년 내에 도쿄증권거래소에 도시바메모리를 상장해 투자자금 회수를 노리고 있다. 베인 진영이 제시한 인수액이 1조수천억엔 규모로, 도시바가 원하는 2조엔에는 못미친다.

때문에 베인은 SK하이닉스와 협업에 의해 도시바메모리를 상장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올 초 도시바의 메모리 사업부문 지분에 투자제안서를 제출하면서 인수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후 인수전의 유력 후보로 점쳐지며 일본 정부의 움직임과 다른 글로벌 기업들의 연합 등 판세 변화에 주의를 기울여 왔다.

◇ 인수 성공하면 삼성전자와 함께 ‘시장 양분’

스마트폰이나 데이터센터 등에 사용되는 도시바의 반도체 메모리는 세계 시장 점유율이 19.4%로, 1위인 한국의 삼성전자(점유율 30.8%) 다음이다. 도시바를 인수하면 삼성전자와 함께 시장을 양분할 수 있어 매력적인 매물로 평가된다.

특히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반도체는 가전제품과 IT(정보기술) 기기는 물론 자동차 등에도 필수적이며, 모든 것이 연결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가치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24일 일본의 관계자들과 도시바 반도체 인수 등을 논의하기 위해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이번 2차 입찰에는 기존에 거론된 미국의 웨스턴디지털과 대만 훙하이 등의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이뤄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웨스턴디지털은 국제중재재판소에 반도체 사업 매각 금지를 요구하는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로 2차 입찰 연기 가능성도 제기 되고 있다.

도시바와 함께 일본 욧카이치(四日市)에서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공동 운영하는 웨스턴디지털은 독점 교섭할 권한을 주장하고 있다. 양사간 합작계약을 근거로 '독점 교섭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의 절차는 그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분석이 더 많다.

업계 관계자는 "결론이 난 후 문제점이 확인돼서 무효 처리 되는 식으로 진행될 수도 있지만 입찰과 매각은 웨스턴디지털과 지속적으로 협의하는 가운데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도시바 인수전의 2차 입찰 결과인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결과는 6월께 나올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실질적인 인수합병(M&A)의 완료 시점은 내년 초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저작권자 © 이코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