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와 윤리

이현우 조지아 서던 주립대 교수l승인2017.05.17l수정2017.05.1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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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뉴스=이현우 조지아 서던 주립대 교수] 흔히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한다.

인간 체력과 정신력의 한계에서 펼쳐지는 향연은 체화된 감성을 자극하고, 선수로 뛰는 사람마다의 숨은 뒷이야기들은 그야말로 실천적 인문학 그 자체다.

▲ 이현우 교수

누가 피겨스케이팅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서 김연아 같은 선수가 나올 것이라 상상이나 했겠는가?

이러한 스포츠의 특수성은 윤리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시사점을 제공해준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커다란 스캔들 이후에 새로운 체육 공약이 실행될 현 시국에서는 이러한 윤리적인 교훈들을 고찰할 필요성이 있다.

그렇다면 스포츠를 통해서 윤리나 미학 같은 가치론적인 문제들을 고찰해볼 수 있을까? 스포츠가 제시할 수 있는 윤리는 무엇이고, 스포츠가 지니는 가치는 무엇일까?

복잡한 세상 가운데에서도 스포츠의 세계에서는 동일한 규칙 아래서 사람들이 경합하며 마음에 감동을 울리는 순간들이 일어난다.

그 규칙을 만드는 것은 사람이고, 그 규칙을 바꿀 수 있는 것도 사람이다. 규칙을 바꿀 필요가 생기면 아주 불편한 질문이라도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접근은 임마누엘 칸트의 비판 철학과 상통한다. 예를 들어 농구 경기에서 상대 선수를 속이기 위한 페이크(fake) 동작은 윤리적으로 정당한가? 의무론적 윤리학에 따르면 속인다는 의도 자체가 나쁠 수 있기 때문에, 이는 문제가 될 수 있겠다.

▲ 마이애미 히트의 센터 샤킬 오닐(32번)이 지난 2005년 12월 29일(현지시간) 미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오번힐스팰리스에서 열린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와의 미 프로농구(NBA) 경기에서 디트로이트 센터 벤 월라스를 상대로 포스트업을 시도하고 있다. 디트로이트가 106-101로 승리했다.【디트로이트=로이터/뉴시스 자료사진】

페이크 동작 없이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찬 동작으로 슛과 블로킹을 겨루면 되지 않나?

물론 이는 극단적인 예다. 농구를 즐기려는 목적론적 윤리를 무시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불편한 질문들에 대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미국 프로풋볼리그(NFL)가 수십년간 덮기에 급급하던 선수들의 뇌진탕 문제는 이제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난제로 자리잡았다. 전미대학체육협회(NCAA)의 상업화가 가속될수록 학생 선수들의 노동착취 문제가 수면에 떠오르고 있다.

선수들의 도핑 문제와 앞으로 닥칠 신체 변조 및 개조의 문제들은 모두 스포츠계가 당면할 윤리적 문제들이다.

스포츠 산업 전반에는 불편한 질문들이 산재해 있다.

모든 사람은 살면서 근원적인 물음을 떠올리는 순간을 경험한다. 그리고 가끔 복잡한 세상의 문제에 부딪칠 때면, 근원적인 물음이 실타래처럼 얽힌 문제의 답을 쉽게 제공해주기도 한다.

어떠한 대상에 대한 가치론적 숙고는 그 대상에 대한 옳고 그름을 판단해주고 행동적 양식을 제시해주는 것이다.

스포츠가 지니는 가치들을 생각해보면, 여러 가지 사회구조적 폐단들이 더욱 부끄럽게 느껴진다.

스포츠를 사랑하는 모든 팬들의 마음 속에서 저마다 정의하는 스포츠란 일상적인 삶을 초월한 어떠한 가치론적인 긍정성을 공유하고 있을 것이다.

더욱이 팬들은 가볍게 스포츠를 소모해도 그만이지만, 스포츠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더 깊이 있는 숙고를 통한 철학을 정립하고 일을 해야 한다.

▲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정유라 특혜 의혹' 5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지난 정권의 스캔들의 중심에 체육계가 있었음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스포츠계에 존재하는 이권 때문에 정권 실세들이 낙하산으로 자리를 꿰차고, 온갖 사업과 대규모 이벤트를 통해 기금을 남용하는 것은 오래된 폐단 중 하나이다.

새로운 정권이 공정한 스포츠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공약한 이 시점에서 한국 스포츠의 문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곱씹어 볼만하다.

물론 국가의 엘리트 스포츠 육성을 중심으로 모든 체육단체들이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구조가 자리 잡으면서 각종 사업에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던 취약한 자생력이 시스템적인 문제일 수 있다.

문제가 자명하고 그 문제가 만천하에 드러나고 모두가 알고 있지만 대대적인 변화가 없다면 무엇인가 근원적인 질문을 모두가 외면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사람이 타성에 젖으면 잘못된 체계 아래에서도 길들여지고 만다. 이 시점에서 스포츠가 지니는 가치를 성찰하고 개인적 수준 및 사회적 수준 모두에서 윤리적 질문과 판단을 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이현우 조지아 서던 주립대 교수  hlee@GeorgiaSouthern.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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