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거래의 익명성 보장되는 가상화폐 선호"

[이코노뉴스=이종수 기자] 컴퓨터 해킹 피해자에게 돈을 요구하는 '랜섬웨어'(Ransomware)의 피해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해커는 불특정 이용자의 PC에 랜섬웨어를 심어 감염시킨 후, 파일을 열어볼 수 없도록 암호화시킨다. 해커는 파일 복구의 조건으로 가상화폐인 '비트코인'(bitcoin)을 요구하고 있다.

랜섬웨어 사이버 공격이 이처럼 비트코인 등 익명성을 보장하는 가상 화폐가 빠른 속도로 보급되며 급증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4일(현지시간)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랜섬웨어를 앞세운 사이버 공격은 지난해 하루 평균 4000건에 달했다. 일 년 전에 비해 무려 4배 가량 증가한 것이다.

▲ 비트코인 그래픽=뉴시스 제공

몸값을 뜻하는 랜섬(Ransom)과 제품을 뜻하는 소프트웨어(Ware)를 합친 용어인 랜섬웨어는 컴퓨터 시스템을 잠그거나 데이터를 암호화해 사용할 수 없도록 한 뒤 돈을 요구하는 악성 프로그램이다.

◇ 몸값 300달러 지불하라…‘아니면 삭제’ 협박

랜섬웨어는 컴퓨터에 있는 파일을 암호화해 열지 못하도록 한 뒤에 돈을 보내주면 이를 복구해준다. 하지만 돈만 받고 복구해주지 않는 사례도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현재 퍼지고 있는 워너크라이(WannaCry) 랜섬웨어는 데이터 파일을 암호화하고 사용자에게 300달러의 몸값을 비트코인으로 지불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3일 내에 몸값을 지불하지 않으면 액수는 2배로 늘어나며, 7일 내에 지불하지 않게 되면 암호화된 파일은 삭제된다고 협박하고 있다.

앞서 지난 12일 랜섬웨어 사이버 공격을 받은 영국, 독일, 프랑스를 비롯한 피해국의 정부기관, 민간기업의 컴퓨터에는 "당신들의 파일은 접근할 수 없도록 암호화됐다"는 메시지와 함께 온라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으로 300달러를 지불하라는 전달사항이 올라왔다.

이 악성 소프트웨어가 등장한 것은 지난 198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이 공격이 지난해 이후 급증한 데는 익명성에 기댄 가상 화폐 보급이 한 몫한 것으로 분석됐다.

비트코인은 2009년 1월 3일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라는 정체불명(가명)의 프로그래머가 개발한 세계 최초의 암호화폐다.

기존 화폐와 달리 정부나 중앙은행, 금융기관의 개입없이 개인간(P2P)의 거래가 가능하다. 화폐처럼 사용되지만 물리적으로 만질 수 없는 가상 화폐다. 원화·달러화와 같은 실물 화폐는 통화를 발행하고 관리하는 중앙권력이나 중간상인이 있다. 반면 비트코인에는 없다.

◇ 추적 불가능한 비트코인…‘탈세 및 범죄’에 악용

바로 이런 특징 때문에 비트코인은 탈세 및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 거래의 익명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이 등장하기 이전, 해커는 결제 수단으로 대포통장을 사용했다. 때문에 어느 정도 범죄자의 추적이 가능했다. 그러나 비트코인이 등장한 이후로는 추적이 매우 어려워졌다.

▲ 국내 최대 멀티프렉스 영화관 CJ CGV 상영관 일부 광고 서버가 랜섬웨어에 감염돼 15일 오후 CGV의 한 서울 상영관에 광고 상영 불가 안내 문구가 붙어 있다./뉴시스

비트코인은 중앙의 통제를 배제하는 특성 탓에 이슬람국가(IS), 범죄 단체, 부패 공무원 등이 당국의 추적을 회피하기 위한 자금 세탁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의혹이 꼬리를 물어왔다.

거래의 익명성을 보장하는 이러한 기술의 핵심에는 ‘블록체인’(Block chain)이 자리잡고 있다. 이 화폐는 은행이나 인증기관 등 제 3의 관리자를 거치지 않고 P2P 방식으로 거래된다.

이메일에 파일을 첨부하듯 주고받을 수 있다. 또 이러한 거래는 중앙의 서버 컴퓨터가 아니라 ‘블록체인’으로 불리는 ‘분산형 원장’에 기록되는 특징이 있다.

미국 조지 메이슨 대학 메르카투스 센터의 브라이언 나이트 선임 연구원은 “어떤 중앙 기구도 (비트코인 사용) 접근을 차단할 수 없다”면서 “당신은 벨라루스나 말레이시아, 심지어 달(the moon)에서도 비트코인을 누군가로부터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범죄자들이 신원을 노출하지 않고도 돈을 송금받을 수 있어 사이버 공격이 증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WSJ은 이날 코인데스크(coindesk)를 인용해 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1770달러(약 199만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가상화폐는 사이버공격 소식에 소폭(100달러) 하락했지만, 바로 가격을 회복해 사상최고치를 향하는 복원력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에만 80%가량 올랐다.

비트코인은 앞서 지난 3월 2일 사상 최초로 금값을 뛰어넘어 주목을 받았다. 비트코인은 당시 개당 1283.3달러(약 148만3366원)를 기록해 같은 시간대 금 1온스의 가격인 1241.25달러(약 143만4760원)를 뛰어 넘었다. 불과 두달 여만에 500달러 가량이 다시 올랐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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