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moonshine)으로 대화분위기 만들어야

[이코노뉴스=남영진 논설고문]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 취임 5일 만에 동해로 미사일을 발사했다. 그야말로 ‘거침없는 도발’이다.

북한이 15일 새벽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보고를 받자마자 문 대통령은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에게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긴급 소집케 하고 직접 회의에 참석했다고 신임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밝혔다.

▲ 남영진 논설고문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5시27분께 평안북도 일대에서 불상의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비행거리는 약 700㎞로 추가 정보에 대해서는 한미가 정밀분석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회의 이후 문 대통령은 "북한 미사일 발사에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며 “북한과의 대화는 북한의 태도변화 때 가능하다”며 엄중히 경고했다.

예전과 비슷한 우리의 대응이다.

문 대통령, 임종석 비서실장 말고는 안보실장, 외교장관, 국방장관, 통일장관 등 참석자들이 다 박근혜 정권 인사들이니 같은 기조일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기간 중 안보통일 정책의 대강을 밝혔지만 아직 외교 안보 통일정책을 담당할 청와대의 외교안보수석도 임명되지 않았다. 장관은 총리가 국회인준을 받고 추천을 해야 하고 이들도 국회 청문회를 거치면 빨라야 두세달 지나야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100일을 넘어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도 그간 북한 핵문제를 외교 제1순위라고 하면서도 정책이 왔다갔다 한다.

미국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아닌 것 같다고 짧은 반응을 보였고 우리보다 더 호들갑을 떠는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북한 미사일 발사를 결코 용인 못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중국의 반응이 궁금하다. 100여개국의 정상급들이 참석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회의 개회식을 코앞에 두고 북한이 동해상으로 미사일을 쏘아 축제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어서 앞으로의 대응이 주목된다.

미국 언론들은 한국 대통령 선거기간중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은 ‘달빛정책’(Moonshine)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 대통령의 성(Moon)에 빗대어 Moon+shine으로 표현하며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을 계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북한에 대해 유화적인 접근법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 것이다. 개성공단 재가동, 북한과의 대화 재개, 이산가족 상봉, 경제교류 재개 등을 예상했다.

원래 ‘Moonshine policy’라는 표현은 미국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수석보좌관 데이비드 애셔가 처음 사용한 것이다.

북한이 햇볕정책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달러 위조와 마약 밀수 등을 통해 불법자금을 만들었다는 ‘해학적 의미’였다. 영어의 Moonshine은 보통 달빛이지만 속어는 달밤에 만드는 위스키 밀주를 뜻한다. 미국의 20세기 초 금주법(禁酒法) 시대 감시를 피해 한밤중에 만든 술을 '문샤인'으로 불렀다.

북한이 비밀리에 세계의 눈을 피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정책을 비꼰 것이다. 허튼 소리나 터무니없는 짓이라는 뜻도 있다. 부정적인 의미가 강하다. 햇빛 sunshine에 대비되는 달빛은 moonlight를 많이 쓴다. 이 용어가 대선전에 한국특파원을 지낸 영국 언론인 마이클 브린이 ‘한국, 달빛정책의 시대에 접어들다’라는 제목의 월스트리트(WSJ) 기고문에서 다시 각광을 받았다.

▲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뉴시스

그는 이 글에서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과 달리 문재인 정부의 달빛정책은 더 현실적인 성격을 띠게 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김대중 대통령을 미국의 대북 정책을 방해하는 존재로만 여겼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한반도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문재인 당선인과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보수성향의 WSJ지는 문 대통령 당선후 ‘대북관계 옹호자가 승리했다’(South Korean Advocate for Closer Ties With North Wins Election)라는 제목의 온라인판 톱기사에서 양국 정부간의 충돌 전망도 실었다.

한국의 새 정부에서 전임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극적인 변화가 예상돼 한미간의 마찰(friction)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신문은 한국이 미국의 대북 공조에서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도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달빛정책'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과 중국에는 좋은 소식이 될 수 있다"고 긍정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문 대통령의 당선은 북핵 이슈로 대치중인 한반도의 지정학을 뒤흔들 수 있다"며 "전임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과는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NYT는 "문재인 정부는 남북 대화와 등을 추구할 수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핵심 동맹국이 대북 화해정책을 추구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신들은 아울러 전임 박근혜 정부와 미군이 합의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한반도가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고 보았다.

▲ 그래픽=뉴시스 제공

미국 CNN방송은 문재인 정부가 남북 대화 재개를 추진하고 미군의 사드배치에 도전해 한국의 기존 대북정책을 흔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박사는 ‘문재인 정권의 출범과 동시에 중국 측의 사드 압박도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원래 북한의 은밀한 핵개발을 비꼬던 달빛정책이 외신을 통해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으로 둔갑하고 있다. 아직 정책기조도 안 나왔는데 김대중, 노무현의 대북유화 정책을 계승할 것이라는 점에서 'MoonShine'은 절묘하다.

민족을 대하는 대북정책은 화끈할 수 없다. 전쟁과 무력통일은 최악이다. ‘상처뿐인 승리’가 될 수 있다. 이 점에서 우리만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도 한반도 정책은 ‘달빛정책’으로 바꾸어야 한다. 답답하지만 6자회담 재개가 정답이다.

※ 남영진 논설고문은 한국일보 기자와 한국기자협회 회장, 미디어오늘 사장, 방송광고공사 감사를 지내는 등 30년 넘게 신문·방송계에 종사한 중견 언론인입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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