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김홍국 편집위원]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이르면 다음 주 정식으로 발족한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59)은 최근 사업의 우선 순위를 미국의 이동통신 자회사인 ’스프린트‘에서 ‘비전 펀드’로 이동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 김홍국 편집위원

1000억 달러(약 113조 3400억원) 규모의 비전펀드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 통신위성, 생명공학, 로봇을 비롯한 첨단 기술 분야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한다.

펀드는 ▲소프트뱅크가 250억 달러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450억 달러 ▲제3의 투자자들 300억 달러 등으로 구성됐다.

손 회장은 비전 펀드 발족 이후 투자 대상을 결정하고, 스프린트와 티모바일(T-Mobile)의 합병건을 비롯한 굵직한 사안을 주로 챙길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지난 2013년 220억 달러에 미국 스트린트(Sprint)를 인수했다.

손정의 회장의 과감성은 알리바바 투자에서 그대로 나타난 바 있다. 정보기술(IT) 업계의 흐름을 정확히 꿰뚫고 있던 그는 2000년 창업 단계의 알리바바 마윈(馬雲) 회장을 만나 당시 2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후 2014년 알리바바가 미국 증시 상장에 성공하면서 14년 만에 3000배의 수익률을 올렸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의 알리바바 지분율은 34.4% 수준이다.

2014년 인터스텔라를 제작한 레전더리픽처스에 2억5000만 달러를 투자하면서 영화 제작 사업에도 뛰어들었을 뿐 아니라, 소프트뱅크 그룹 안에 첨단 기술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목적으로 1300여 인터넷과 모바일 업체에 투자했다.

최근에는 차량 공유 서비스 회사에 잇따라 투자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동남아시아판 우버'로 불리는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 그랩(Grab)에 10억 달러를 투자한데 이어 중국의 차량공유 서비스 회사 디디추싱(Didi Chuxing)에 60억 달러를 출자하는 방안을 제의했다.

물론 손정의에 대해 모두 고운 시선을 보내는 건 아니다. 전통적인 경영방식을 선호하는 일본 재계는 손정의가 인수합병(M&A)을 통해 끊임없이 사업을 확장한다며, '사업다운 사업은 하지 않으면서 기업사냥을 하는 도박꾼', '거품을 일으키는 사나이'라는 비난과 함께 조만간 몰락할 것이라는 극단적인 전망도 내놓았다.

무리한 사업 확장에 소프트뱅크의 몰락을 점치는 사람들까지 나왔다. 최악의 상황은 그의 투병생활이었다. 1983년 만성간염 진단을 받고 원격경영을 하며 3년간 투병을 끝내고 돌아온 회사는 10억엔 빚더미에 올라있었다.

그러나 그는 과감한 M&A와 새 영역 진출을 통해 성공을 일궈왔다. 1994년 기업공개(IPO) 당시 모은 자금으로 세계 최대 컴퓨터 전시회사인 컴덱스의 운영권을 인수했고, 창립 1년에 불과한 신생기업 야후의 최대 주주가 됐다.

세계 최대 컴퓨터출판사 지프데이비스 출판 부문도 인수했다. 기업공개를 한지 불과 1년 반 만에 당시 소프트뱅크 매출의 다섯 배 규모(31억 달러)의 글로벌 빅딜을 성사시키는 저력을 보였다.

◇ 4차 산업혁명 이끄는 잠재력과 탁월한 리더십

또 2001년 개시한 일본 최초의 초고속인터넷사업 야후BB는 '파라솔부대'로 불리는 공격적인 판촉 활동으로 1년 만에 100만, 2년 만에 300만 가입자를 확보했다. 2006년에는 만년 꼴찌 통신 업체 보다폰재팬(현 소프트뱅크모바일)을 일본 M&A 사상 최대금액(2조엔)을 주고 사들이며 이동통신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일본 최대 이동통신사 NTT도코모를 제치고 아이폰 출시 경쟁에서 선점하며 이동통신 시장에도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지난 2014년 11월 일본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도쿄 AP=뉴시스 자료사진】

그의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도 대단하다. 그는 2005년 애플의 스티브 잡스에게 아이팟에 전화 기능을 추가한 제품을 만들 것을 제안하며, 그런 제품이 나온다면 일본에서 자신이 판매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잡스는 "그 전에 휴대폰 사업 라이선스부터 따두라"고 화답했다. 2007년 아이폰이 세상에 나오자, 손정의는 일본 내 아이폰 3GS 판매 독점권을 갖는다.

손정의가 세운 인생 50년 계획에 따르면 그는 큰 그림을 거의 완성해가고 있다. 창업 30주년인 2010년 6월 발표한 '신(新) 30년 비전'은 30년 후 시가총액 200조엔, 계열사 5,000개를 거느리는 세계 톱10 기업이 되겠다는 구상을 담고 있다. '손정의 2.0(후계자)'을 키우기 위해 소프트뱅크 아카데미아도 개교했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무서운 잠재력과 탁월한 리더십으로 질주하는 손정의 리더십, 과연 어느 정도의 결실과 성공을 이뤄갈지 주목된다.

※ 김홍국 편집위원은 문화일보 경제부 정치부 기자, 교통방송(TBS) 보도국장을 지냈으며, 경기대 겸임교수로 YTN 등에서 전문 패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MBA(기업경영)를 취득했고, 리더십과 협상에 관한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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