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범의 경제산책

[이코노뉴스=최성범 주필]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후보가 제19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지 정확하게 5개월, 헌재가 파면결정을 내린지 60일만의 일이다.

국민이 촛불을 손에 들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하고 새로운 정권을 창출시킨 만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기대는 남다르다.

▲ 문재인 대통령은 산적해있는 대내외 과제를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풀어나가야 하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자택을 나와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모습. /뉴시스

새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을 찾는 것은 대선결과에 담긴 국민의 뜻을 읽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 탄핵을 통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정신을 확인했듯이 투표결과에 담겨 있는 국민의 뜻을 하나씩 되새겨보는 게 순리다.

이번 대선의 최대 쟁점을 하나로 좁혀보면 결국 적폐청산이냐, 미래 건설이냐라고 할 수 있다. 국민들은 재조산하(再造山河) 또는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의 슬로건을 내건 후보를 선출했다. 한국경제가 이른바 '퍼펙트스톰'으로 일컬어지는 복합적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게 사실이고 국민 모두가 경제활성화를 간절히 원하고 있지만 일단은 적폐청산의 손을 들어주었다. 적폐가 청산되지 않고선 미래도 없다는 게 국민들의 엄숙한 판단인 셈이다.

촛불 혁명에서 국민들이 바라는 적폐 청산의 첫째는 민주주의가 바로 서는 것임이 분명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통해 모든 권력을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정신은 확인했고 대선을 통해 민주주의를 더욱 공고화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의지를 확인했다. 문 대통령도 ‘국민이 주인인 대한민국’을 건설하겠다고 공약한 만큼 흔들렸던 민주주의의 뿌리가 더욱 깊이 내리도록 하는 일이 중요한 일이다.

또한 탄핵 수사 과정에서 우리 사회 곳곳에 비리와 탈법이 온존하면서 새로운 대한민국의 발목을 잡고 있음을 확인한 만큼 이의 재발을 막기 위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공약으로 제시한 만큼 문 대통령 진영의 의지는 확실하다고 봐야 한다. 특히 재벌개혁은 이제 단순한 정의사회 구현의 과제라기보다는 경제가 새로운 도약을 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는 점에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다만 적폐청산에서 중요한 과제는 문제점과 처방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다. 개혁은 과학이라는 자세로 임하지 않고선 개혁은 단순한 구호나 정치적 수사에 그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확한 비전과 리더십, 그리고 정교한 일정에 의해 추진하지 않으면 개혁은 기득권의 저항에 부딪히거나 단기 성과에 그쳐 실패하기 쉽다는 게 혁신이나 변화 관리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적폐청산의 의지가 강할수록, 분노가 많을수록 냉정함과 정밀성을 잃지 않는 게 개혁 성공의 선결과제다.

적폐 청산 못지 않게 중요한 과제가 국민통합이다. 청산과 보복 그리고 반대만을 일삼는 정치로는 미래가 없다는 점은 국민 모두가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바다. 탄핵 찬반을 놓고 국론이 둘로 쪼개졌던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자칫 국민 통합에 실패하면 여야가 국민이 여야로 나뉘어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일삼으면서 새로운 대한민국과 개혁은 시도조차 하기 어려워진다.

이 점에서 다당제로 치러지는 5·9대선 이후 협치의 정신에 의한 대통합정부는 시대의 명령이자 국민 통합의 출발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지난달 초 ‘성공적인 통합정부를 위한 제안서’를 통해 “정파와 지역, 세대, 계층을 뛰어넘어 국민의 역량을 결집하는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면서 ‘국민통합정부’를 강조한 바 있다. 어차피 여소야대 정국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무엇보다도 국민 통합 정부와 협치는 희망 사항이 아니고 당연한 일이다.

대내외 문제 산적, 열린 마음으로 국민과 소통 통해 풀어나가야

그러나 국민 통합이 특정 지역과 다른 정당 출신 인사를 안배하는 차원에 그쳐선 곤란하다. 문재인 당선자가 경쟁후보나 민주당내에서 친문패권주의 내지는 독식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기 때문에 이는 막연한 기우만은 아니다. 진정성을 가지고 협치를 하려는 자세를 보여야만 국민 통합이 가능해진다.

여기에서 문 당선자의 의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자칫하면 승자 독식의 분위기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문 당선자 한 사람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주변의 분위기에 밀려 구색 맞추기에 그친다든지 일시적인 흉내 내기에 머문다면 협치는 커녕 숨 죽였던 탄핵반대 세력과 기득권 세력이 일제히 들고 일어날 게 예상돼 이 경우 국정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할 게 뻔하다.

다만 적폐 청산과 국민 통합이 자칫 이율배반적 가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 당선자의 균형감 있는 행보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개혁과 국민 통합 못지 않게 중요한 과제가 일자리 창출이다. 일자리 창출에 실패하고 국민들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민심은 개혁에 부정적으로 바뀌게 마련이고 이 경우 진도를 나가기가 어려워진다. 적폐청산이든 국민 통합이라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기 위한 모든 과제의 성패는 결국 일자리 창출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한다.

이 점에서 적폐청산, 국민 통합 그리고 일자리 창출은 모두 솥의 다리라고 할 수 있다. 세 중 하나라도 없어선 솥을 세울 수 없다.

취임 후 당장 급한 일은 대외 관계다. 6개월 가까운 국정 공백기 동안 나빠지고 있는 대외 관계를 정상화하는 일에 매진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등을 통해 한미 동맹 관계를 공고히 하는 동시에 사드 배치를 둘러하고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다. 한일 관계의 정상화도 주어진 과제다.

대내외적으로 문제가 산적해 있는 게 현실이다.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그러나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기 위해 열린 마음으로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서 대내외의 과제를 풀어나가는 게 국정의 출발점이다.

※ 최성범 주필은 서울경제 금융부장과 법률방송 부사장, 신한금융지주 홍보팀장, 우석대 신문방송학과 조교수를 지내는 등 언론계 및 학계, 산업 현장에서 실무 능력과 이론을 쌓은 경제전문가입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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