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분할 후 개별 회사 경쟁력 및 주가 등 관심

[이코노뉴스=어 만 기자] 현대중공업이 증권가의 관심을 끌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오는 10일 조선, 해양플랜트, 엔진부문으로 구성된 현대중공업(존속법인)과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현대건설기계, 현대로보틱스로 분할 재상장 된다.

시초가는 상장 신청일 현재 재상장 종목의 순자산 가액에 따른 평가가격의 50~200% 사이에서 호가를 접수해 매도와 매수 호가가 합치되는 가격으로 결정된다. 이 시초가를 기준 가격으로 상하 30%의 가격제한폭이 적용된다.

▲ 현대중공업 홈페이지 캡처

현대중공업은 지난 3월 27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조선·해양·엔진(현대중공업), 전기전자(현대일렉트릭), 건설장비(현대건설기계), 로봇(현대로보틱스) 등 4개 회사로 분리하는 사업 분할 안건을 참석 주식 98%의 찬성률로 가결했다.

현대중공업의 지배구조개편은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일가의 지배력 강화 외에도 지배구조의 투명성강화, 그룹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맞닿아 있다.

핵심 4개 사업부문의 효율적 조직 구성, 개별 회사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재평가가 진행될 전망이다. 부진한 조선 및 해양플랜트 시황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실적과 업황이 양호한 다른 사업부문들까지 저평가돼 왔던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증권사들도 인적분할 후 개별 회사의 경쟁력, 추가 지배구조개편 방향, 수혜 폭 등을 검토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 현대로보틱스, ‘4차 산업혁명 주도’

NH투자증권은 8일 ‘현대중공업 무엇을 사고 무엇을 팔 것인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인적분할 후 4개사 합산 시가총액은 15조원 수준으로 예상했다.

유재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의 적정가치는 8조7000억원, 현대일렉트릭은 1조3000억원, 현대건설기계는 1조1000억원, 현대로보틱스는 3조9000억원"이라고 설명했다.

상장 후 주가 상승여력이 가장 높은 종목으로는 현대일렉트릭과 현대건설기계를 꼽았다. 유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개선세가 올해 들어 신흥국 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는데 현대일렉트릭과 현대건설기계는 신흥국 매출 비중이 높아 수혜가 클 것"이라고 했다.

▲ 자료/NH투자증권 제공

기준 주가 대비 상승 여력은 ▲현대일렉트릭 129% ▲현대건설장비 106% ▲현대로보틱스 23% ▲현대중공업 5% 등으로 전망했다.

현대로보틱스는 든든한 현금 창출원인 현대오일뱅크와 애프터서비스(A/S) 전문회사인 현대글로벌 서비스를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다.

유재훈 연구원은 "자회사들의 안정적인 영업현금흐름과 현대오일뱅크 상장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로봇사업을 확대해 나갈 전망"이라며 목표주가를 32만2000원으로 제시했다. 이는 기준가격 대비 23% 높은 수준이다.

KOSPI200 신규 편입에 대한 기대감도 작용하고 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코스피200에 신규 편입되면 수급적인 이슈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펀더멘털뿐 아니라 수급상황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일렉트릭은 발전 및 변전 산업영역에서 변압기, 초고압/중저압 차단기, 회전기, 배전반 등 중전기기를 생산하고 있다.

유 연구원은 "신흥국의 성장과 중동, 남미 등 자원보유국의 산업화, 신재생에너지 수요 증가 등으로 안정적인 이익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대일렉트릭 목표주가는 35만1000원. 기준가격 대비 129% 상승여력이 있다.

◇ 현대중공업, ‘저수익 국면 지속’ 관측

현대건설기계는 신흥국 건설장비 시장 성장에 따른 수혜가 예상된다.

이 회사는 2016년 러시아, 베트남, 이란, 뉴질랜드, 캄보디아, 몽골, 미얀마, 라오스, 알제리 등 9개국에서 굴삭기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현대건설기계 목표주가는 32만원으로 기준가격 대비 106% 상승여력이 존재한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조선부문에서 벌크선 및 탱커선 신조선 수요가 개선되고 있지만, 국내 대형사들의 주력 제품인 대형컨테이너선 수요 개선은 2018년 이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유 연구원은 판단했다.

특히 조선과 해양 부문의 더딘 전방 수요 회복으로 저수익 국면이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조선업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아직까지 회복 속도와 강도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는 LNG(액화천연가스)선 부문에서 신규 수주가 증가하겠지만, 여전히 물량확보에는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라며 매출 감소에 따른 수익성둔화가 2018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중공업 목표주가는 15만4000원으로 기준가격 대비 5% 상승여력이 존재한다.

반면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글로벌 조선소 야드는 2014년 대비 40%, 2009년 고점대비 57% 감소했고 50여개의 중대형 조선소가 파산했다”며 “반면 운임지수와 중고선가 반등으로 업황은 바닥을 지났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시황 회복의 수혜는 구조조정이 선행된 업체부터 누리게 되는데 현대중공업이 가장 앞서 있다”며 “2019년부터 실적이 본격 회복돼 2020년에는 정상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 어 만 기자는 LG투자증권과 우리투자증권에서 15년 동안 근무하면서 기업 분석과 투자 등에 관한 실무와 이론을 익힌 시장 전문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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