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이민주 버핏연구소 대표]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헤지펀드(hedge fund) 업계를 강하게 비판해 눈길을 끌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버핏 회장은 6일(현지시간) 네브라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에서 "당신이 치과에 가든 배관공을 고용하든 모든 직업에는 부가가치가 있다"면서 "투자세계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 이민주 버핏연구소 대표

그는 이어 "헤지펀드에 투자하느니 치과의사나 배관공에게 돈을 쓰는 게 낫다"면서, 헤지펀드 업계의 과도한 수수료를 꼬집었다.

사실 가치투자를 중시하는 버핏 회장은 그동안 헤지펀드에 대한 불신을 숨기지 않아왔다.

헤지펀드는 개인을 모집해 조성한 자금을 국제증권시장이나 국제외환시장에 투자해 단기이익을 거둬들이는 개인투자신탁이다. 투자지역이나 투자대상 등 당국의 규제를 받지 않고 고수익을 노리지만 투자위험도 높은 투기성 자본이다.

헤지란 본래 위험을 회피 분산시킨다는 의미이지만 헤지펀드는 위험회피보다는 투기적인 성격이 더 강하다. 파생금융 상품을 교묘히 조합해 도박성이 큰 신종상품을 개발, 국제금융 시장을 교란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반면 버핏 회장은 평생 가치투자를 실천해온 인물이다. 버크셔해서웨이 사업보고서를 펼치면 가장 먼저 나오는 게 이 회사의 주당 장부가치(Per-share Book value)와 S&P500지수 상승률을 비교한 표이다. 이 표의 시작 연도는 1957년이다. 버핏은 이처럼 가치투자가 이루어 낸 장대한 성취의 역사를 보여 주고 있다.

이런 버핏에게 헤지펀드는 수수료나 따먹는 파렴치한 행위로 보일 수 있다.

버핏 회장은 이날 "만약 당신이 10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가지고 있는데, 형편없는 수익률을 올렸는데도 운용 비용으로 2%를 뗀다면 액수로 2억 달러"라면서 "(투자업계를 제외한) 그 어떤 다른 분야에서라면 완전히 돌아버릴 일(it would just blow your mind)"이라고 말했다.

버크셔헤서웨이의 경우 약 200억 달러 규모의 펀드 운영자인 테드 웨슐러와 토드 콤스도 100달러의 연봉과 실적에 따른 성과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버핏 회장은 지난 2월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도 헤지펀드 등을 운용하는 월스트리트 자산운용사의 투자자문 비용 등 수수료로 지난 10년간 1000억 달러가 낭비됐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서한에서 "월가에서 고액 수수료를 챙기며 수조 달러를 운용하는데 고객이 아닌 매니저가 큰 수익을 거두는 게 보통"이라며 "큰 투자자건, 작은 투자자건 비용이 저렴한 인덱스펀드(index fund)를 고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설립자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함께 6일(현지시간) 네브라스카주 오마하의 센츄리링크센터에서 열린 버크셔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 행사에 참석해 신문 던지기 게임을 하고 있다. 【오마하=AP/뉴시스】

인덱스펀드는 여러 가지 지수에 투자하는 펀드로 다양한 종목에 분산 투자하기 때문에 위험은 낮고 보수는 적어 장기 투자에 적합하다. 수수료도 저렴하다. 이날 버크셔 주총에는 인덱스펀드 창시자인 존 보글 뱅가드그룹 설립자도 참석했다. 버핏은 보글이 인덱스펀드로 수백만명에 달하는 미국 개인 투자자들의 수수료 부담을 덜어줬다고 칭찬했다.

실제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 들어 4월까지 헤지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약 2%에 그친 반면 S&P500지수는 6.5% 상승했다. S&P500지수를 따르는 인덱스펀드가 헤지펀드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셈이다.

버핏은 10년 전 헤지펀드 매니저인 테드 지데스와 100만 달러 내기를 걸었는데 지데스는 올해 말 내기 시한을 앞두고 최근 블룸버그에 기고한 글에서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버핏이 승부를 건 S&P500지수 추종 인덱스펀드가 지데스가 건 헤지펀드보다 월등한 수익을 냈기 때문이다.

버핏은 이날 주총에서 자신이 죽은 뒤 아내에게 남길 돈 대부분이 뱅가드그룹의 S&P500지수 추종 펀드에 투자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덱스펀드에 무한 신뢰를 보낸 셈이다.

버핏은 이날 주총에서 버크셔의 미래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특히 올해 86세인 자신의 후계 구도를 둘러싼 투자자들의 불안감에 대해 "내가 오늘 밤 죽어도 버크셔 주가는 내일 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버핏은 또 월가에서 버크셔가 해체될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10년 뒤에는 회사가 더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버핏은 무려 74년 전인 12세 때에 가족들에게 "나는 35세 이전에 백만장자가 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오마하에서 가장 높은 빌딩에서 뛰어내릴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열정과 노력이 뒷받침돼 있기 때문에 이런 '호언장담'이 가능하지 않은가 싶다.

※ 이민주 대표는 서울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퍼듀대에서 MBA(경영학 석사)를 받았습니다. I.H.S버핏연구소를 설립해 투자교육 및 기업교육 전문회사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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