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이현우 조지아 서던 주립대 교수] 미국 대학 스포츠의 인기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일부 대학이 걷어 들이는 수입은 어마어마하다. 덕분에 감독들이 ‘돈방석’에 앉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 이현우 교수

특히 미국 대학 풋볼 감독 중에는 한 해 수입이 1000만 달러를 넘는 경우도 있다. 앨라배마대의 닉 세이번(61) 감독이 주인공이다.

ESPN 등 외신에 따르면 세이번 감독은 지난 2일(현지시간) 대학이사회와 재계약 협상에서 3년간 계약을 연장키로 했으며, 올해 모두 1112만5000달러(약 126억원)를 받기로 했다.

그의 올해 총수입은 연봉 672만5000 달러와 전속 계약금 형식의 특별보너스 400만 달러, 시즌을 마쳤을 때 주는 성과보너스 40만 달러 등이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세이번 감독은 지난 2006년 이후 미국 대학의 풋볼·농구팀 감독의 총수입을 추적한 결과, '수입왕'으로 올라섰다.

우리는 흔히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를 비롯한 미국의 4대 프로 스포츠 스타들의 천문학적인 연봉에 놀라곤 한다.

그러나 ‘아마추어’인 미국 대학의 감독들도 이처럼 고액 연봉을 받고 있다. 그만큼 미국 대학 스포츠의 인기와 수익모델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대학 풋볼의 경우 메이저리그와 프로농구(NBA)의 인기를 능가한다. 대학풋볼 4강전과 전미챔피언십 경기는 NFL(프로미식축구리그) 슈퍼볼(챔피언결정전) 다음으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슈퍼볼의 명성은 익히 알려졌다. 올해 2월 5일(현지시간) 열린 슈퍼볼도 7만명이 넘는 관중이 찾았는데 입장권 가격이 평균 6400달러(약 732만원)까지 치솟았다.

광고 단가도 슈퍼볼의 가치를 방증해준다. 30초 광고단가가 최고 500만 달러에 이르렀고 매년 역대 최대 광고단가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그런 슈퍼볼 다음으로 인기 있는 게 대학 풋볼이다.

미국 대학 농구의 인기도 만만치 않다. 전미대학체육협회(National Collegiate Athletic Association· NCAA) 남자농구 결승 리그는 ‘3월의 광란’으로 불릴 만큼 팬들과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 잭슨빌 재규어스의 와이드리시버 어네스트 윌포드(오른쪽)가 지난 2005년 12월 18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주 잭슨빌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와의 미 프로풋볼(NFL) 경기 도중 샌프란시스코의 세이프티 마이크 아담스의 얼굴을 뒤에서 낚아채고 있다. NFL의 인기는 대학풋볼이 든든한 뿌리가 기반이 되고 있다. 【잭슨빌(미 플로리다주)=로이터/뉴시스 자료사진】

세이번 감독 말고도 대학풋볼 감독 중에는 웬만한 프로팀 감독보다 훨씬 많은 보수를 받는 사람이 적지 않다. 미시건대 짐 하보 감독(총수입 900만 달러)도 그 중 한명이다.

이는 미국에서 대학풋볼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미국에서 스포츠 인기는 NFL과 대학풋볼이 쌍벽을 이룬다. TV 중계도 토요일 대학풋볼, 일요일 프로풋볼로 관행화됐다. 나란히 시청률 '대박'을 낳기 때문이다.

대학풋볼 매출은 티켓 판매수익과 방송중계권, 스포츠 후원금 등이다. 이 가운데 방송중계권이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한다.

지상파 방송 CBS와 스포츠 채널 ESPN이 대학 스포츠를 관장하는 전미대학체육협회에 지불하는 중계권료는 수십억 달러에 달한다.

앨라배마대가 속한 서던 이스트 콘퍼런스(SEC)는 2008년 ESPN과 22억5000만 달러, CBS와 8억2500만 달러에 15년 중계권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이에 따라 오하이오주립대는 연간 총수익이 1억6720만 달러, 앨라배마대 1억4890만 달러, 워싱턴대 1억350만 달러 등이다. 기부금이나 재정이 명문 사립대보다 훨씬 열악한 앨라배마대가 세이번 감독에게 높은 보수를 지급할 수 있는 이유이다.

미국 대학 스포츠의 경제적 가치와 시장성은 우리와 비교가 안 된다. 물론 매출의 주 원천은 대학풋볼 그리고 농구다.

대학 스포츠의 경제는 풋볼 경기장 규모로도 풀 수 있다. 10만명 이상 수용 가능한 경기장을 보유한 대학교가 8개나 된다.

대부분 인구 20만명 미만의 조그만 대학도시에 위치한다. 프로와 대학을 통틀어 가장 큰 미시건 대학의 풋볼 경기장은 10만76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이 대학이 자리한 도시의 인구는 고작 11만명 남짓이다.

그래도 풋볼 경기장은 매 경기마다 꽉 들어차고, 지역 상권은 하루에 수십억 원의 매출을 올린다. 미국 전역에서 차로, 비행기로 경기를 보러 몰려드는 팬들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도 이 같은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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