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태 시사비평

[이코노뉴스=김선태 편집위원] 5월 9일 19대 대선에서 당선자와 차점자 간 득표율 차이가 25%포인트 이상으로 크게 벌어질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 김선태 편집위원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의 특징과 후보별 등락폭 추이, 그리고 1~2위 후보간 지지율 격차를 종합할 때 이같은 판단을 내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먼저 19대 대선이 이전 대선과 다른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직선제가 이루어진 87년 이래 대선은 양당 체제 속에서 진보와 보수의 조건이 정권 교체를 확정 지었다. 87년 DJ-YS의 야권 분열이나 1997년 IMF는 이 구도 속에서 각각 결정적인 패인으로 작용한 경우다. 더불어 국민들은 특정 진영의 장기 집권을 견제해, 이로 인해 13-14대는 보수, 15-16대는 진보, 17-18대는 다시 보수가 집권하는 흐름이 이어졌다.

이번 대선도 이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기본적으로 진보 진영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더욱이 이번 선거는 보수 재집권에 성공한 박근혜 정권이 실각함에 따라 치러지는 조기 대선이다. 당연히 진보 진영에 크게 유리해야 하는데, 지난 2016년에 치러진 총선에서 제1야당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쪼개지면서 이런 조건을 뒤흔들고 말았다. 그 결과 유권자들은 어느 당에 표를 몰아주어야 할 지 고민에 빠졌고 그 사이 몰락에 직면했던 구 집권세력은 보수의 기치 아래 빠른 속도로 세를 회복했다.

이런 상황은 여야 진영 대결을 뿌리채 흔들었다. 기존의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매우 단순한 구호 아래 양대 진영의 어느 한 쪽에 서도록 강요당했는데 예를 들면 산업화와 민주화, 진보와 보수, 영남과 호남이 그것들이다.

▲ 이번 ‘장미대선’에서 대통령 당선자와 2위간 득표율 차가 역대 최대차가 날 것으로 예측된다. 사진은 19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이틀째인 5일 서울 용산역 사전투표소(한강로동 사전투표소)를 찾은 관외/관내 시민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있는 모습. /뉴시스

이번 대선은 이런 구호로 피아를 구분하기 어렵다 보니 선거 구도가 지역-세대-계층으로 세분화하는 양상을 띠게 되었다. 아래 제시한 리얼미터의 후보별 등락폭은 이와 같이 복잡해진 현실을 반영한다. 리얼미터가 아닌 다른 여론조사도 마찬가지 양상을 띨 것이라 추정할 수 있다.

후보별 등락폭 추이

4월 한 달간 리얼미터 조사에 나타난 후보별 등락폭은 위와 같은 결론을 뒷받침한다. 문재인 후보의 경우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촛불 저항에 앞장서면서 진보진영의 지지를 대거 흡수했고, 박근혜 정권의 실정에 낙담한 중도층의 지지도 상당 폭 확보했다. 같은 표의 이념 항목을 보면 그로써 확보된 40% 내외의 지지층이 처음부터 공고하게 문재인 후보를 지지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중도층에 관해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이번 선거에서 어쩌면 진보-보수에 맞서 하나의 독자적 영역을 구축할 수 있었을 세력이 중도층이다.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서 우리 유권자 중 진보층은 28% 내외, 보수층은 23% 내외, 중도층은 34% 내외로 추정된다. 이전 대선에서 중도층은 진보-보수의 흐름에 편승하는 대세 지향성을 지녔다. 하지만 안철수와 국민의당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바뀌어 중도층은 진보와 보수의 틀을 깨고 대선 판도를 뒤흔들 태풍의 눈으로 부상했다.

불행하게도 안철수는 불분명한 스탠스로 인해 그 기회를 잡지 못했고, 기껏 투표 의지를 끌어올린 중도층은 세대-지역-계층별로 잘게 나뉘어졌다. 그렇지만 중도층이 부상함에 따라 이번 선거에서 좌우 이념 대결, 영호남 지역 대결이 무산되고, 직업별로 주부층 연령별로 50대로 대표되는 계층별 세력화가 이루어진 점은 주목해야 한다. 그 결과 후보들은 세부 공약과 메시지 개발에 몰두해야 했고 티비토론이 유권자들의 표심을 뒤흔들었다.

홍준표의 등장은 이번 선거의 결과를 예단하게 만들고도 남을 역설적이고도 희극적인 사건이다. 몰락한 여권의 대리자로 나선 홍준표는 특유의 막말과 공격적 자세로 이념대결과 지역대결을 부추겼고, 그에 따라 안철수에 실망한 보수층 유권자들을 대거 흡수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홍의 행로는 필연적으로 친박 노선에 귀결되었고 그에 따라 국민의 80%에 달하는 탄핵 지지 유권자를 포기하는 반대급부를 낳았다. 이에 홍준표는 양심과 이념 사이에서 방황하는 보수층 유권자를 상대로 협박의 강도를 높이는 자세를 취하는 상황인데, 이는 다시 잠재 지지층(보수, 영남, 60대)의 투표율 하락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 김선태 편집위원은 서울대 독어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북토피아 이사, 전 내일이비즈 대표를 역임하는 등 오랫동안 출판업계에 종사해 왔습니다. 현재 휴먼앤북스 출판사 주간과 (사)지역인문자원연구소 선임연구원을 맡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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