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진의 청호칼럼

[이코노뉴스=남영진 논설고문] 지난 4월 25일은 이순신 장군 472번째 탄신일이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은 임진왜란 ‘7년 전쟁’의 막바지인 1597년(선조 30년) 삼도수군통제사로 바다에서 왜군을 물리치는 데 큰 공을 세운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1597년 진도 울돌목에서 13척의 배로 130여 척의 왜군에 맞서 대승을 거둔 ‘명량해전’은 영화로도 만들어져 인기를 끌었다.

▲ 남영진 논설고문

그는 1598년 임진왜란의 마지막 전투인 노량해전에서 적의 총탄에 맞고 전사했다.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는 유언과 함께 ‘불멸의 성웅’으로 미국 해군사관학교 전사교과서에 인용될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존경받고 있다. 올해는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명령으로 다시 터진 정유재란의 7주갑(60 x 7=420주년)이 되는 해다.

이 뼈아픈 해에 우리는 19대 대통령 선거를 치른다. 그것도 왜란 당시 부산에서 문경새재를 넘어 한양으로 진격하던 5월의 ‘장미대선’이다.

지난해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을 탄핵해 보궐선거격인 대선이다. 이런 리더를 뽑은 국민들의 잘못이기도 하다. 저 후보들 속에 광화문에 서 있는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 같은 리더가 있을까?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이순신을 잘 활용했다. 자유한국당은 중앙일간지의 1면 광고를 통해 이순신 동상 사진과 "사즉생의 각오로 나라를 지키겠습니다. 홍준표를 찍어야 자유대한민국을 지킵니다"라는 표어를 내세웠다.

홍준표 후보는 일촉즉발의 안보위기를 구하기 위해 친북좌파와 위장보수 후보를 막고 기득권좌파, 강성귀족노조,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를 척결하겠다는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를 밝혔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발사, 이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칼빈슨호 한반도 재진입 등 강성발언과 함께 중국과 북한을 겨냥해 대선전에 서둘러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를 경북 성주에 배치함으로써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면서 홍준표의 전략이 보수층에 먹혀들었다. 이런 보수 결집을 호소하는 ‘이순신 코스프레 전략’이 유효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숨을 죽이던 ‘샤이 보수’가 결집하고 있다.

5월 9일 대선일을 열흘 남짓 앞둔 4월말 현재 홍준표의 상승세가 뚜렷하다. 한달전 출사표를 던질 때만 해도 7% 내외에 불과하던 지지도가 2배를 넘어 15%정도까지 올라 2위의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압박하는 형세다.

자유한국당 여의도연구소는 4월말 2위였던 안철수 후보를 20% 초반인 오차범위서 처음으로 앞섰다고 밝혔다.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 이대문(이대로라면 대통령은 문재인)은 차치하고 2위 탈환이면 대성공인 셈이다.

이순신의 11가지 교훈에 비추어보면 홍준표의 이력이 겹치는 점이 있다.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의 TV 광고/자유한국당=뉴시스 제공

첫째, 집안이 나쁘다고 탓하지 마라! 나는 몰락한 가문에서 태어나 가난 때문에 외가에서 자랐다. 둘째, 머리가 나쁘다 말하지 마라! 나는 첫 시험에서 낙방하고 서른둘의 늦은 나이에 겨우 과거에 급제했다. 셋째, 좋은 직위가 아니라고 불평하지 말라! 나는 14년 동안 변방 오지의 말단 수비 장교로 돌았다.

홍준표도 경남 창녕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대구의 무명이었던 영남고를 나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늦게 사법시험에 합격해 광주지검에서 근무했다. 그는 광주의 유명한 조폭들을 잡는 ‘모래시계’ 검사로 한참 뒤에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또한 윗사람의 지시라 어쩔 수 없다고 말하지 말라! 나는 불의한 직속 상관들과의 불화로 몇 차례나 파면과 불이익을 받았다.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불평하지 말라! 나는 적군의 침입으로 나라가 위태로워진 후 마흔 일곱에 제독이 되었다는 이순신과 통하는 부분이 있다.

홍준표도 검찰에서 밀려 국가안전기획부로 파견돼 연구관 발령 등의 불이익을 받았다. 그러다 1996년 김영삼 대통령에 발탁돼 늦게 정계에 입문했다.

홍준표는 이순신의 “윗사람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갖지 말라! 나는 끊임없는 임금의 오해와 의심으로 모든 공을 뺏긴 채 옥살이를 해야 했다”라는 교훈에도 많이 공감했을 것이다.

그는 ‘싸움닭’에 가까울 정도로 대담한 추진력과 거친 입으로 유명하다. 마지막으로 “죽음이 두렵다고 말하지 말라! 나는 적들이 물러가는 마지막 전투에서 스스로 죽음을 맞이했다”를 ‘사즉생’으로 대선광고에 인용했다.

▲ 홍준표(오른쪽)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가 지날 27일 충남 아산시 온양온천역 앞에서 이순신 장군 복장을 한 선거 운동원 옆에 서 있다./뉴시스

이순신 장군은 선조의 견제와 동료들의 시기 등으로 고난을 많이 겪었다. 그러나 그는 공을 다투지 않았다. 오직 나라를 구하려는 애국충정과 국민들의 고통을 덜어주려는 애족애민이 전부였다. 원 균 등의 모함으로 이순신 장군이 한양으로 압송되어 가던 날 길가에 백성들이 나와 "사또께서 어디로 가시옵니까? 우리들은 이제 죽을 것입니다"라고 통곡했다고 한다.

왕조시대는 물론 민주사회에서도 국가 지도자의 제일 덕목은 애국애족이다. 박근혜 탄핵논의때 어느 시민이 “대통령의 애국심이 초딩생보다도 못하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이순신을 인용한 홍준표 후보를 비롯해 이번 대선 후보들에게서 민주시민의 애국심만이라도 기대해 본다.

※ 남영진 논설고문은 한국일보 기자와 한국기자협회 회장, 미디어오늘 사장, 방송광고공사 감사를 지내는 등 30년 넘게 신문·방송계에 종사한 중견 언론인입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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