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임태형 대기자] CSV(Creating Shared Value, 공유가치창출) 이론이 나오기 훨씬 오래전부터도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면서 회사의 경영에도 가시적으로 기여하고자 하는 시도는 적지 않았다.

우리 회사가 생산하는 상품이나 우리만이 가진 특화된 능력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면서 매출에도 기여하는 방법은 없을까하는 고민이었는데, 미국에서 발달한 Cause Marketing(대의 마케팅)이 대표적이다.

▲ 임태형 대기자

우리나라에서도 1990년대의 실험적 시도들이 활성화되지 못했던 아픈 경험을 가진 이후 최근 들어 Cause Marketing의 가치를 재인식함으로써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Cause는 원인, 이유를 뜻하는 단어인데, 기업은 저마다 Brand Cause가 있다. 생활용품 기업인 P&G의 Brand Cause는 ‘위생과 건강’이며, 삼성전자 가전부문은 ‘편리한 가사활동’이며, 식품회사는 ‘건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Brand Cause를 회사가 생산하는 제품이나 역량과 연계시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로 Cause Marketing이다.

예를 들어 CJ에서 판매하는 생수는 고객이 100원 기부에 동의하면 제조사 CJ와 편의점 CU가 각각 100원씩 더해서 식수부족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 지역에 식수를 보낸다. 동물사료 회사는 사료 한포가 팔릴 때마다 일정기금을 모아 독거노인에게 애완견과 고양이를 분양하고 Facebook에 [좋아요] 클릭이 증가한 만큼 유기동물 보호소에 사료를 보내고 있다.

이러한 Cause Marketing의 공통점은 기업의 Brand Cause와 사회적 문제 간의 연관성을 찾아 소비자의 공감과 참여(구매 행위)를 얻어냄으로써 매출 증가와 같은 효과를 즉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원봉사에서도 전략적이고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욕구가 반영되고 있다. SBV(Skill Based Volunteer, 기술봉사 또는 재능봉사)와 Pro-bono(프로보노)가 그것이다.

SBV는 뉴 트렌드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이미 우리 사회에 확산되어 있지만 프로보노는 조금씩 적용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 지난해 7월 21일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 문화공감센터에서 열린 '2016년 프로보노데이 문화나눔 한마당'을 찾은 지역 주민들이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한국마사회=뉴시스 제공

프로보노는 1980년대 말 미국 변호사들이 사회적 약자를 위해 무료 법률상담을 하기 시작하면서 붙인 일종의 공익활동 브랜드이다. 프로보노는 부가가치가 높고 분명한 성과물을 낸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재능봉사와는 구분된다.

미국에서는 2000년대 초반, 일본은 2000년대 중반부터 기업의 우수한 자원들이 비영리단체의 역량강화를 위해 예전보다 훨씬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입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2011년 이후 몇몇 기업들이 프로보노 활동에 나서 사회적 기업의 성공적인 창업을 지원하고 비영리단체의 인사와 재무 등 경영시스템을 선진화하는 작업을 돕고 있다.

트리플래닛(Tree Planet)이라는 모바일 게임을 해본 적이 있는가? IT시대 스마트폰의 앱을 활용한 사회공헌게임들이 많이 시도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나무를 건강하게 잘 키워갈수록 후원기업은 환경기금을 비영리단체에 기탁하게 된다. Cause Marketing도 시민의 참여를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이 최근의 두드러지는 트렌드이다.

시민의 참여는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자연스럽게 홍보하고 도움의 크기도 크게 키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인지 기업과 비영리, 시민 모두의 호응을 얻고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 방법에서 공익사업이든 자원봉사든 기부든 모두를 관통하는 키워드(Keyword)는 ‘impact’(성과)와 ‘change'(변화)가 아닐까 한다.

과거 기부를 하고 선행을 했다는 자기만족감을 갖는 행태에서 벗어나고, 공급자 중심에서 벗어나 수혜자 입장에서 사회공헌을 기획하고 실행하고 있다는 뜻이며, input(투입) 중심에서 변화와 성과(impact, outcome) 중심으로 사회공헌의 사고가 변함에 따라 그에 맞게 활동방법 상의 변화상이 트렌드 속에서 반영되고 있다.

지금의 트렌드를 쫓고 경쟁 상대에 뒤처지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트렌드를 형성하는 근간의 사고를 파악한다면 우리 스스로 트렌드를 창조할 수 있다.

트렌드는 변한다. 그러나 그러한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근간의 사고는 ’진심‘ 또는 ’진정성‘이 아닐까 한다. 트렌드를 쫓기 위해 노력하며 좋은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만들기를 원한다면 당면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진정성있는 마음가짐이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다.

진정성은 어떠한 복잡하고 정교한 전략보다 앞서야 하며, “진정성이 최선의 전략이고 변하지 않는 트렌드”라는 것을 마음에 새기며 사회공헌을 설계해보자.

※ 임태형 대기자는 삼성사회봉사단 창설 멤버(차장)이며 KT사회공헌정보센터 소장을 역임하는 등 30년 가까이 기업 현장에서 사회공헌활동을 연구하고 실천한 CSR 전문가입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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