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태의 시사비평

[이코노뉴스=김선태 편집위원] 정부는 미군이 사실상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완전체를 밀반입해 한국에 알박기하도록 허용했다. 이는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 집권이 확실시될 것이라는 미국의 예상에 따른 조치다.

▲ 김선태 편집위원

문재인 후보가 당선될 경우 한미 관계는 완전히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며 동북아 정세 역시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진입할 것이다. 현재 동북아의 현안은 북핵 문제이지만 버락 오바마의 인내 정책을 비판하며 힘의 우위를 주장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다루는 데 실패하고 있음이 점점 분명해지는 중이다.

그 배경에는 중국 지렛대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다는 사정이 있다. 북한은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해 왔고, 그것이 북한의 외교 다각화 특히 중-러 등거리 정책으로 이어져 왔는데 그 결과 중국이 일방적으로 북한에 압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말았다.

여기에다 북한의 핵무기 수준은 미국 전문가들이 인정하고 있는 것처럼 위협적이며, 이는 유사시 한반도 국지전에서 미군의 안전을 실질적으로 위협하기에 이름을 알게 한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한국 국민들은 지난 수년간 부패와 무능의 끝판을 보여 준 보수 정권에 대한 심판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1980년대라면 이 경우 어떤 형태로든 미국의 대선 개입이 가능했겠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이전 시기 대선 개입이 가능했던 건 미국에 대한 북의 위협이 현저히 낮았고(도끼만행 수준의 전력이었다) 무엇보다 한국 내 보수 지형이 현저히 강해(군부가 정치를 장악하고 있었다) 정치 공작이 먹힐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보수 중심의 정치 지형이 무너졌고 북핵 위협은 미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정도다. 이에 관해서는 최근 타임 지 인터뷰에서 문재인 후보가 명쾌하게 정리한 바 있어 인용한다.

만약 미국이 북한에 선제 공격을 가한다면, 북한이 한국에 반격할 빌미를 주는 것이다.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 가장 큰 피해를 받을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주한미군과 한국 내 미국인들 역시 피해를 입을 것이다. 인간의 역사는 비록 의도되지 않은 우발적인 충돌이라도 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음을 입증해 왔다.

(If the U.S. makes a preemptive strike against the North, there is a chance of the North striking back against the South. If that happens, South Korea will suffer, not the U.S. But that will also cause damage to U.S. troops based in South Korea and to many American citizens living in South Korea. Human history shows that, even if not intended, an accidental clash can result in war.

TIME, Apr 19, 2017. http://time.com/4745910/south-korea-elections-moon-jae-in/?xomepage)

사실 이것이 미국이 고민하는 포인트이며 그들이 한국민의 의사와 외교적 관례를 철저히 무시한 채 사드 조립을 강행한 이유이다.

최근 정세가 보여주었듯 트럼프는 북한에 대해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는 대신 밀실 거래로 중국의 역할을 주문했다. 하지만 북한이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이 분명해지면서 트럼프 정부는 다른 카드를 준비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바탕으로 외교 주도권을 쥐는 일이 그것이다.

▲ 사드를 계기로 미국의 전력이 동북아에 집결될 시점에 와 있고 그만큼 남북한간의 군사적 대치, 특히 북핵 위협은 고착화할 수밖에 없다. 사진은 사드 장비를 실은 트레일러와 미군차량들이 26일 오전 경상북도 경부고속도로 성주요금소를 통과해 성주골프장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사드는 이 일에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 사드 기지 조기 완성은 미국에게 크게 다음과 같은 이득을 준다. 첫째 미국민 보호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명분을 세워 주고 둘째 한중 관계를 갈등으로 몰아갈 여지를 주고 셋째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한 동북아 균형자로서, 특히 6자회담에서 미국의 입지를 세워 주며 넷째 우리 새 정부에 대한 미국의 협상력을 높여준다.

이는 전체적으로 한국의 새 정부가 미국과 갈등을 빚을 경우를 상정한 조치다. 북한은 중-러 사이에 시소를 타고 있어 당분간 제압이 어렵고, 한-일 관계가 역대 최악으로 치닫는 데다 미국에 대한 한국 정부의 독자적인 목소리가 커지면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떨어질 것은 자명하다.

미국은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기를 원하지 않는다.

이에 대응해 미국은 한중 갈등과 남북한 간 위기 고조를 바탕으로 한국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해 동북아에 대한 군사-외교적 우위를 지키고자 한다. 사드는 이를 위한 발판이다. 사드를 계기로 미국은 한국의 영해와 영공을 북한 내지 동북아 전체와 관련된 군사적 발판으로 사용하려 할 것이다.

바야흐로 미국의 전력이 동북아에 집결될 시점에 와 있고, 그만큼 남북한간의 군사적 대치 특히 북핵 위협은 고착화할 수밖에 없다.

사드 조기 배치의 정치적 함의는 “문재인 이후” 한반도 긴장 고조다.

※ 김선태 주간은 서울대 독어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북토피아 이사, 전 내일이비즈 대표를 역임하는 등 오랫동안 출판업계에 종사해 왔습니다. 현재 휴먼앤북스 출판사 주간과 (사)지역인문자원연구소 선임연구원을 맡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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