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김홍국 편집위원] ‘일본 최고의 재벌’ 손정의(孫正義) 소프트뱅크그룹 대표는 독특한 미래비전을 갖고 있다. 흔히 말하는 ‘백년대계’를 넘어선 '300년 대계'를 추구한다.

▲ 김홍국 편집위원

손정의 리더십은 미래에 대한 통찰력과 비전, 과감한 의사결정과 강력한 실행력, 목표를 정하면 놓치지 않는 집요함, 기업 인수 및 합병(M&A)을 통한 몸집 불리기, 전 세계를 향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는 ‘300년 뒤에도 세계 톱을 달리는, 100만 종업원을 거느린 초일류 기업’을 건설하겠다면서,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비전은 멀리 보는 습관에서 나온다고 강조한다.

그는 “눈앞을 보기 때문에 멀미를 느끼게 된다. 몇백 킬로미터 앞을 보라. 나는 그런 장소에 서서 오늘을 지켜보고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그는 19세 때 ‘인생 50년 계획’을 수립하고, 구체적으로 ‘20대에 이름을 날린다. 30대에 최소한 1,000억 엔의 자금을 마련한다. 40대에 사업에 승부를 건다. 50대에 사업을 완성한다. 60대에 다음 세대에 사업을 물려준다'라는 실행계획을 수립했다.

그의 의사결정은 신속하고 단호하다. 그는 경영은 정답을 맞히는 게임이 아닌, 불확실성 속에서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게임이며, 승률과 기회이익은 반비례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의사결정을 할 때 빠르고 머뭇거리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고, 실제 세계 최대 컴퓨터 전시업체 컴덱스를 인수 협상하는 데는 5분도 소요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사전에 검토한 자료는 2만 쪽 분량에 달했다.

그는 위험한 곡예를 하는 모험가가 아닌, 주도면밀한 계산 위에서만 행동하는 냉철한 현실주의자라고 자부한다. 무에서 시작해 세계적인 기업인 소프트뱅크 왕국을 건설한 그에게는 자신감과 열정, 방대한 독서라는 원동력이 있었고 이는 그를 성공으로 이끌었다.

그는 냉철한 분석력과 과감한 실행력을 발휘해 거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황금알 투자를 해왔다. 투자 당시에는 인수 가격이 너무 높아서 시장에 부정적인 견해가 지배적이지만, 5~10년 후에는 어느새 성공적인 거래로 밝혀지곤 했다.

대부분의 투자 결정이 속전속결로 진행됐고, 주변의 우려와 달리 성공적인 투자결과를 산출하곤 했다.

◇ ‘웃돈을 주더라도 원하는 건 반드시 산다’

그는 투자할 때 ‘원하는 것은 반드시 사고야 만다’는 집요함과 끈질긴 투혼을 보이곤 했다. 1994년 세계 최대 컴퓨터 관련 출판사인 지프데이비스 출판부 입찰 과정에서 경쟁자에게 졌지만, 이에 좌절하지 않고 6개월 만에 그 경쟁사에 웃돈을 주고 되사와 세상을 놀라게 했다.

▲ 손정의 대표의 일본 소프트뱅크가 개발한 감정 로봇 페퍼를 어린이들이 살펴보고 있다. 121㎝ 크기의 흰색 바퀴가 달린 페퍼는 간단한 대화를 할 수 있으며 춤도 춘다. 【도쿄=AP/뉴시스 자료사진】

그것은 “인수 합병에는 반드시 흥정이 따른다. 사는 쪽에서는 가능한 한 싸게 사고 싶어하고 파는 쪽은 가장 비싸게 팔고 싶어한다. 우물쭈물하다 상대에게 기회를 빼앗기느니 사야 한다고 판단이 선다면 웃돈을 주고서라도 확실히 사는 쪽을 택한다”는 게 손정의의 투자철학이다.

그의 탁월한 지분 투자 및 M&A 실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는 M&A에 나설 때 우선 시대의 흐름을 앞선 사업을 발굴해낸다. 이어 소프트뱅크의 규모와 운영능력에 맞는 업체를 물색해 인수한 뒤 성장시키는 전략을 보였다.

그의 M&A 법칙은 다음과 같다. “캐시카우(수익창출원)가 되는 핵심 사업을 만들어 낸다. 핵심 사업이 자연 성장할 수 있도록 사업 목표 및 전략을 수립한다. 그 전략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인수 후보를 찾고 계속 의사소통을 시도한다. 피인수 업체가 M&A 검토 가능성을 보이자마자 최대한 신용을 일으켜 레버리지로 인수한다. 연결 사업을 통해 전략 수행의 속도를 가속한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창업기에는 소프트웨어 도매사업을 주력으로 삼은 뒤 이후에는 인터넷을, 현재는 통신 사업, 휴대전화 사업을 주축으로 모바일 게임과 전자상거래 등 연관 업종으로 확장시키는 전략을 보여왔다.

그는 이같은 탁월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매번 성공신화를 써왔다. 그가 야후재팬과 야후BB(야후 브로드밴드)를 주력 자회사로 뒀던 2004년 매출이 8370억원에 불과했으나, 2006년 보다폰재팬을 1조7000억엔에 인수하며 매출 2조5422억엔의 일본 선두 통신사업자로 등극했다.

2012년 미국 이동통신사인 스프린트를 인수하면서는 연매출 6조 7000억엔의 세계 3위 휴대전화 그룹이 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손 회장이 로봇 페퍼(인공지능) 개발과 함께 ARM을 인수해 IoT(사물인터넷) 산업으로 한 단계 뛰어넘는 도약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서운 속도로 제4차 산업혁명시대를 주도하는 앞선 감각과 주도면밀함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300년을 내다보고 질주하고 있는 그의 미래가 더욱 궁금해진다.

※ 김홍국 편집위원은 문화일보 경제부 정치부 기자, 교통방송(TBS) 보도국장을 지냈으며, 경기대 겸임교수로 YTN 등에서 전문 패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MBA(기업경영)를 취득했고, 리더십과 협상에 관한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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