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채무재조정 반대에서 수용으로 선회…사채권자 집회에서 통과 확실시

[이코노뉴스=이종수 기자] 대우조선해양이 사실상 채무재조정에 성공하며 회생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 국민연금이 채무재정안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 회사채를 대량 보유한 우정사업본부와 사학연금공단 등 다른 기관투자자들은 이미 국민연금의 뜻을 따르기로 입장을 정한 터라 17일부터 이틀간 열릴 사채권자 집회에서 찬성표를 던질 게 확실시된다.

▲ 국민연금이 17일 대우조선해양의 채무조정안을 받아들이기로 함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이 자율 구조조정을 할 수 있게 됐다. 사진은 서울 중구 대우조선해양 건물. /뉴시스 자료사진

국민연금은 16일 저녁부터 17일 새벽까지 서울 모처에서 강면욱 기금운용본부장 주재로 투자위원회를 열고 대우조선 채무조정안을 받아들이기로 최종 결정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이날 "대우조선 채무조정 수용이 기금의 수익 제고에 보다 유리할 것으로 판단해 찬성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투자 회사인 대우조선의 재무적 상태와 경영정상화 가능성 등을 살피고 재무적 투자자로서 취할 수 있는 경제적 실익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했다"며 "더불어 대우조선과 KDB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이 만기연장 회사채에 대한 상환 이행 보강 조치를 취함에 따라 그 내용을 감안해 수익성과 안정성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심의했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 채무조정안은 회사채 1조3500억원에 대해 50% 출자전환과 50% 3년 만기 연장을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다. 회사채중 30% 가까이(3900억원)을 가진 국민연금의 동의여부가 채무재조정의 관건이었다.

국민연금, 회사채 상환 약속 이행확약서에 찬성 선회

그 동안 정부의 채무조정안에 대해 기금 운용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혀 온 국민연금이 산은과 정부의 ‘회사채를 차질 없이 상환하겠다’는 약속을 담은 이행확약서를 받고 찬성으로 선회한 것이다.

산은은 확약서에서 다른 채권자보다 사채권자들에게 회사채 원리금을 먼저 갚아주겠다며 이를 실행하기 위한 4가지 방안을 담았다.

특히 청산가치에 해당하는 1000억원을 사실상 담보로 제공하고, 회사채 상환 한달 전 별도 계좌(에스크로계좌)에 상환할 원리금 전액을 예치해 다른 용도로 쓰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게 주효했다.

국민연금도 “이 정도면 산은 제안을 수용할 명분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 신규자금 지원 받아 부채비율 300% 안정적인 회사로 탈바꿈

대우조선이 마지막 남은 사채권자 집회에서 채무재조정에 성공하면 이달 중 정부로부터 신규 자금을 지원받아 곧바로 경영정상화에 매진할 수 있게 된다.

주식거래도 올 하반기부터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단의 출자전환이 이뤄지면 지난해 말 기준 2732%에 달했던 대우조선의 부채비율은 300% 안팎으로 떨어진다. 대우조선 직영 인력도 내년부터 9000명 미만으로 축소되며 매출 6조~7조원에서도 이익창출이 가능한 안정적인 회사로 거듭날 것이란 게 정부 설명이다.

전 세계 조선 업황 회복이 예상보다 더딜 전망이어서 대우조선이 해외수주를 얼마나 따낼수 있는지가 남은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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