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남영진 논설고문] 한국은 오는 11월부터 남극 장보고 과학기지에서 처음으로 펭귄을 비롯한 혹동고래, 크릴새우, 메로 등 해양생물을 포함한 남극 야생 생물 서식 연구를 시작할 예정이다.

▲ 남영진 논설고문

일본은 연구용이라며 고래 포경어업을 계속해와 국제적 비난을 받았다. 우리나라 원양어선도 그간 주로 일본에 수출하는 메로와 사료나 낚시 미끼용으로 크릴새우를 남획한데 대해 비난을 받아왔다.

우리 어선들은 지난 2011년부터 남극해에서 메로를 불법으로 잡아왔고 아프리카 서안 라스 팔마스 근처에서 참치, 갈치 등을 마구 잡아 2013년 미국으로부터 예비불법어업국으로 지정된 적이 있다.

놀란 정부가 이후 해양 보전과 연구에 기여하고, 불법조업을 하지 않겠다고 설득해 2015년 2월에서야 해제됐다. 그래서 남극 생태계 보전을 위한 연구는 선택이 아닌 의무이다.

일식집에서 회를 시키면 밑반찬중 제일 맛있는 것이 메로구이다. 일반 이름은 파타고니아 이빨고기(Patagonian Toothfish)인데 왜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는 희한한 ‘메로’(mero)로 불릴까? 일본어 같지만 스페인어란다.

일본에서 살 때나 한국에서 일식집을 다닐 때 요리사에게 어원을 물어봐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지중해 지방에선 잡다한 농어과 식용어를 ‘메로’라 한단다. 라틴어의 바다를 뜻하는 메르(mer)에서 연유된 거 같다.

메로의 주 어획국인 칠레와 아르헨티나에서는 메를루짜 네그라(Merulza Negra·검은 대구)라고 불린다. 일본에선 2003년 이전에는 긴무츠(銀ムツ· 은 게르치)라는 이름으로 유통됐는데 게르치와 혼동돼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구이는 ‘메로구이’, 탕은 ‘은대구탕’으로 불렀던 것은 이 두 이름을 혼동했기 때문인 것 같다.

메로(파타고니아 이빨고기)는 남극해와 남반구 남쪽 심해에서만 사는 희귀 어종이다. 학명은 'Dissostichus eleginoides'이다. 미국에서는 '칠레 농어', 일본은 '메로' 한국어는 ‘비막치어'다.

미국인들은 지중해 쪽에서 부르던 ‘농어’ 종류로 알았고 일본에서는 아르헨티나, 칠레 등 남미인들이 ‘메를루짜’(대구)로 불러 ‘대구’ 종류인줄 알았다. 사실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것은 남극에 가까운 남반구 2,000m 깊이의 심해에서 잡은 것이다. 칠레, 미국 ,일본, 한국에서만 식용한다.

수명은 50년, 최대길이 2.3m, 무게가 200㎏까지 자라기도 한다. 수온이 아주 낮은 지역에 살기 때문에 피부 조직과 피에는 얼지 않는 부동층의 단백질을 보유하고 있다.

맛과 향이 좋고 영양이 풍부해 미국과 일본에서 인기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90년대 이후 일식당에서 구이로 나왔다. 일부 호텔에서는 메로매운탕이 있지만 토막난 몸통만 보았을 뿐 통째 고기를 본 적 없어 어떤 고기인지는 몰랐다.

▲ 동남극 테라노바 베이의 남극 장보고 과학기지 전경/해양수산부=뉴시스 제공

메로는 일본 원양어선들의 시험 조업에 의해 1990년대 와서야 비로소 세상에 알려졌다. 그 이후 우리나라 원양어선도 조업에 성공해 대부분 일본에 팔고 남은 냉동고기를 한국의 일식당에 구이용으로 공급했다.

해저 2000m에서 살아 일본 한국 등 선진 기술을 가진 어선이 아니면 잡기가 어렵다. 파타고니아는 아르헨티나 남쪽 끝 빙하지대인데 이 빙하 밑에 많이 살고 있다.

일본, 한국의 남획으로 대표적인 멸종 위기종이 되어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협약(CCAMLR)에 따라 어획량이 규제됐다. 하지만 서식처가 제한돼 있고 성장이 더뎌 t당 2,000달러가 넘는 고가로 팔려 불법조업이 성행하고 있다.

세계 소비량의 약 80%는 불법 어획으로 추정되고 있다. 얼음바다 속에서 견뎌 기름기가 많아 미국에선 메로의 몸통을 주로 스테이크로 먹고 일본은 구이, 한국은 탕으로도 먹는다.

고기가 비싸다보니 가짜 메로파동도 겪었다. 지난해 부산의 한 수산물 업체가 유통이 금지된 '기름치'를 미국 수출용으로 국내에 들여와 '메로'로 팔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같은 심해어인 기름치는 왁스와 세제 등의 원료로 사람이 소화하기 힘든 지방 성분이 많아 지난 2012년 6월부터 시중 유통이 금지된 고기다.

▲ 메로 구이

이 업체는 지난 2012년 3월부터 약 3년 9개월간 폐기대상 기름치 22톤 상당(유통원가 8800만원)을 전국에 팔았다. 업자들은 '짝퉁 메로' 기름치를 굽거나 양념을 하면 손님들이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했다.

기름치의 20%가 지방인데 세제, 왁스의 제조 원료인 왁스 에스테르 성분이다. 이 성분은 열을 가해도 독소가 파괴되지 않아 먹고 난 뒤 30분에서 36시간 사이에 설사, 복통, 식중독 등의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인간들은 건강을 핑계로 맛이 있다고 멸종위기 생물의 씨를 말린다. 일본 한국 사람들은 불법인줄 알면서도 돈이 된다면 횟거리로 고래를 잡거나 바다밑 2000m 얼음물에서 살기위해 사투를 벌이는 메로를 잡아서 팔고 먹는다. 어업 선진국을 자랑할 게 아니라 먼저 입맛을 위해 타 생물을 멸종시키는 ‘저등동물’의 오명을 벗어야한다.

※ 남영진 논설고문은 한국일보 기자와 한국기자협회 회장, 미디어오늘 사장, 방송광고공사 감사를 지내는 등 30년 넘게 신문·방송계에 종사한 중견 언론인입니다./편집자 주

저작권자 © 이코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