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선거혁명’, 중국정부, 긴 소모전 멈추고 시민 목소리 들으라/김홍국 교수

김홍국 편집위원/경기대 겸임교수 국제정치학 박사l승인2019.11.25l수정2019.12.04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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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뉴스=김홍국 편집위원/경기대 겸임교수 국제정치학 박사] 홍콩은 어디로 갈 것인가?

▲ 김홍국 편집위원

홍콩의 민주화 요구 시위가 반년을 지속하는 가운데 홍콩 범(凡)민주 진영이 24일 구의원 선거에서 선거혁명에 준하는 대승을 거둠에 따라 세계가 홍콩섬의 향후 행보를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의 강경 방침 천명에도 불구하고 이날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의사가 명확하게 나타남에 따라 홍콩의 민주주의가 다시 힘을 얻을 수 있을지, 아니면 중국 정부의 영향력 강화로 인한 파국을 맞는 등 위기를 지속해 나갈지 기로에 서게 됐다.

◇ 범민주진영 85.2% 차지 대승, 선거혁명 이루다

25일 홍콩 현지 언론에 따르면 홍콩 범민주 진영은 전날 치러진 구의원 선거에서 전체 452석 가운데 낮 12시(현지시각) 현재 개표 결과 전체 의석의 85.2%에 해당하는 385석을 차지했다.

중국 정부를 추종해온 친중파는 58석(12.8%)에 그쳐 참패한 가운데, 중도파가 8석을 차지했다.

이에 따라 범민주 진영은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사상 최초의 과반 의석을 차지하며, 중국 정부의 탄압에 맞설 수 있는 동력을 확보했다.

이번 범민주 진영이 대승을 거둔 것은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의사 표시가 기반이 됐다.

▲ 25일(현지시간) 홍콩 범민주진영 앵거스 웡 지지자들이 전날 치러진 구의원 선거 개표 결과 승리가 확정되면서 환호하고 있다. 홍콩 민주화 요구 시위가 6개월째로 접어든 가운데 24일 치러진 구의원 선거의 개표가 진행되면서 홍콩 범민주진영이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다. [홍콩=AP/뉴시스]

홍콩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총 294만여명의 유권자가 투표했으며, 최종 투표율도 71.2%로 4년 전 구의원 선거 때의 47.0%보다 무려 24.2%포인트나 증가했다.

이번 선거를 위해 등록한 유권자는 413만명으로, 지난 2015년 369만명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18∼35세 젊은 층 유권자가 12.3% 늘어나면서 시위대를 구성하고 있는 핵심 계층인 대학생과 청년들의 높은 참여열기에 따라 범민주 진영에게 유리한 국면이 조성됐다.

홍콩의 민주주의를 응원하는 전 세계 각국 시민들의 격려와 지지도 이같은 상황을 만드는 기반이 됐다.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 범민주 진영이 기존과는 다른 강력한 정치적 힘을 갖게 됨에 따라, ‘행정장관 직선제’ 등 정치개혁 요구가 분출하고, 중국 정부와의 대립구도도 형성될 전망이다.

◇ 중국 정부-홍콩특구정부, 유권자-시위대 뜻 경청해야

당장 범민주 진영의 선거 대승으로 경찰의 강경 진압에 최악의 위기상황에 놓였던 홍콩 시위대는 활기를 찾을 전망이다.

범민주 진영의 공민당은 승리를 거둔 50여명의 구의원 당선자 전원이 현재 경찰이 원천 봉쇄한 홍콩이공대를 방문해 시위대 지지 행사를 갖고, 이들과 소통과 격려의 시간을 갖는다.

▲ 21일(현지시간) 홍콩 IFC몰에서 주민들이 시위대가 요구했던 5가지 요구 사항을 의미하는 손을 펼쳐 들고 "법안 통과, 홍콩을 구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홍콩=AP/뉴시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홍콩 경찰이 지난 17일부터 이공대 교정을 봉쇄한 가운데 현재 이공대 내에 남은 30명 정도의 시위대가 언어장애와 거식증 등 건강과 위생 상태에서 큰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대는 그동안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 강경 진압에 대한 독립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 5가지 요구조건을 제시해왔으며, 이들 구의원 당선자들은 이를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재야단체인 민간인권진선의 지미 샴 대표는 “홍콩 특구 정부는 시위대의 5가지 요구사항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이공대에 대한 봉쇄를 풀고 이공대 시위에 참여한 사람에 대한 기소를 멈출 것”을 요구했다.

문제는 향후 중국 정부와 홍콩 행정 수반인 행정장관 등 홍콩 정부의 대응 및 이들에 대해 거부감을 표시한 시위대와 유권자들의 맞대응 여부다.

대표적인 친중파인 캐리 람 행정장관은 25일 선거 후 발표한 성명에서 “특구 정부는 이번 선거의 결과를 존중한다. 결과는 사회 현황과 심층적인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을 보여줬다”며 “특구 정부는 겸허한 마음으로 시민들의 목소리를 등고, 진지하게 반성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시위대의 5가지 요구에 대해서는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 등 향후 중국 정부의 방침에 따라 강경노선을 다시 보여줄 가능성도 있어서, 시위대와의 충돌 및 범민주 진영이 다수 포진하게 되는 구의회와의 대결 양상도 나타날 수 있는 우려섞인 상황이다.

◇ 추락한 아시아의 작은 용, 일국양제 유지될까

홍콩은 세계에서 7번째로 큰 교역 규모를 가진 무역 중심지역이며, 홍콩의 법정 화폐인 홍콩 달러는 세계에서 13번째로 많이 거래될 정도로 세계경제의 주축 역할을 해왔다.

▲ 경찰에 포위된 홍콩이공대 안에 갇혀 있는 시위대 일부가 18일 교내를 가로지르는 보행자 전용 고가도로 위에서 밧줄을 이용해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홍콩=AP/뉴시스]

영국령일 당시 아시아의 경제 활동의 중심지로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금융과 경제를 주도했고, 천혜의 자연항구와 수익성 좋은 중국 무역의 전진기지 역할을 바탕으로 세계 무역 및 경제 중심지로 부상했다.

특히 1960년대 섬유제조업에 기반을 둔 산업화의 성공에 이어 전자, 금융, 무역 등 각 산업 분야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홍콩은 한때 ‘아시아의 작은 용’이라고 불릴 정도로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러나 1997년 중국에 반환된 이후 중국 정부의 간섭과 탄압이 극심해지면서 과거 보여준 홍콩의 역동성과 자유로움은 실종됐고, 경찰과 시위대의 고통스럽고 지리한 대결이 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중국 반환 이후 등젠화가 초대 행정장관으로 선출되어 2005년까지 홍콩의 행정을 이끌었고, 쩡인취안이 그 뒤를 이어 2012년까지 연임했으며, 2012년~2017년에는 렁춘잉이, 2017년에는 캐리 람이 최초의 여성 행정장관으로 당선됐다.

홍콩은 영국이 통치했을 때와 유사한 정치제도를 유지한 채 중국의 홍콩 정책인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나라 안에 두 가지 제도를 허용한다는 뜻)에 따라 운영돼 왔지만, 최근 ‘양제’는 사라지고, ‘일국’만이 강조되고 있다는 비판이 높아져왔다.

▲ 25일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도쿄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난 뒤에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그는 전날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파가 압승한데 대해 "무슨 일이 있어도 홍콩은 중국의 일부"라는 입장을 밝혔다. [도쿄=AP/뉴시스]

특히 중국 정부의 통제와 간섭이 극심해지면서 최근 6개월째 시위가 이어져온 가운데, 정치행정 분야의 불안과 불신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 홍콩이 과거 민주, 자유, 소통, 공생의 역동성을 되찾길

민주주의는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을 위한 정치가 이루어지는 정치제도로, 그 근원에는 자유와 평등, 박애와 같은 가치와 함께 기본권과 인권 등이 보장되는 사회가 돼야 한다.

중국 정부가 홍콩에서 살아온 시민들의 주권과 가치, 기본권을 존중할 때 해결책이 나타날 것이다. 긴 소모전을 멈추고, 홍콩이 과거처럼 민주주의와 자유, 소통과 공생의 길을 가는 대장정을 펼치길 기원한다.

※ 김홍국 편집위원은 문화일보 경제부 정치부 기자, 교통방송(TBS) 보도국장을 지냈으며, 경기대 겸임교수로 YTN 등에서 전문 패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MBA(기업경영)를 취득했고, 리더십과 협상에 관한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코노뉴스]
김홍국 편집위원/경기대 겸임교수 국제정치학 박사  archomme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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