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개입성 발언’에 달러화 가치 곤두박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달러 강세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와 저금리 선호를 드러내면서 금융시장에서 달러 가치와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일제히 추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달러가 너무 강해지고 있다”며 “중앙은행(Fed·미국연방준비제도)의 저금리 정책이 지속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시장 개입성 발언이 전해지면서 달러화 가치는 곤두박질쳤다. 이에 따라 원화가치도 달러당 1120원대로 치솟았다.

1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1.7원 내린 1129.7원에 마감했다.

이날 1134.5원으로 출발한 원·달러 환율은 오전 중 1137원대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오후 들어 본격적으로 하락세를 나타내며 1130원대가 깨졌다.

원·달러 환율은 4일부터 6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30.5원이나 올랐다가 이후 3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이날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6%로 올린 것도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 "달러가 지나치게 강세…나는 저금리 좋아”

트럼프 대통령의 강달러 관련 발언은 달러 약세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달러가 너무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의 모임에서 블랙스톤 그룹의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가운데)의 발언을 듣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그는 "(달러 강세에는) 일부 나의 잘못도 있다. 사람들이 나를 신뢰하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궁극적으로 이는 해를 끼치게 된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다른 나라들이 자국의 통화를 평가절하하면 경쟁을 하기가 아주 힘들어진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달러 강세 우려’ 발언이 전해지자 달러 가치는 0.6% 이상 급락했다. 6개 주요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환산한 달러지수(DXY)는 우리시간으로 13일 오전 6시 전날 종가보다 0.62% 빠진 100.09까지 떨어졌다.

달러지수는 이날 100.82까지 오르며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지만 오전 4시께 인터뷰가 보도되자마자 추락해 100선을 간신히 지켰다.

달러 약세는 엔·달러 환율 하락(엔화 강세)으로 이어졌다. 엔·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5% 떨어진 달러당 109.10엔을 기록했다. 13일 개장한 도쿄 외환시장에서는 108엔대로 상승했다.

◇ “금리 낮게 묶어둬야 강달러 막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인 지난 1월 13일에도 WSJ과의 인터뷰에서 "달러 가치가 지나치게 강세를 띠고 있다"며 "미국 기업이 (중국과) 경쟁할 수가 없는 것은 달러 가치가 너무 높아서고, 이는 우리를 죽이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채금리도 출렁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금리 문제를 놓고 "저금리 정책을 좋아한다"고 밝히면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5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지난해 대선 때 Fed의 저금리 정책과 함께 재닛 옐런 의장을 비난한 발언을 뒤집었다. 그는 “나는 저금리 정책을 좋아한다”며 “옐런 의장을 존중하며 내년 초 임기가 끝나더라도 물러난다고 보기에는 이르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도 트럼프 대통령이 강달러화를 막기 위해 옐런 의장의 협조를 얻으려는 발언으로 해석했다. 금리를 낮게 묶어둬야 달러 가치가 오르는 것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년물 국채금리는 3bp(1bp=0.01%포인트) 떨어진 2.268%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1월 17일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30년물 채권 금리도 2bp 하락한 2.907%를 보여 1월 12일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국채금리가 하락했다는 것은 국채 가격이 올랐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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