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수요 양호, 실적도 좋은데 주가는?

[이코노뉴스=어 만 기자] SK하이닉스의 주가 상승세가 이어질 지 주목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들어 10%가 넘는 상승률을 보이다 최근 주춤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슈퍼사이클’(장기호황)을 이어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과 함께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반도체 업황 고점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투자심리 또한 냉각될 수 있다는 경고음도 들린다.

전문가들은 아직까지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글로벌 수요가 여전히 양호한 데다 실적 또한 견조할 것이라는 전망이 다소 우세하다.

◇ ‘견조할 실적,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45.37% 오른 후 올해 들어 연초 기준으로 6.98%(12일 종가 기준) 상승 중이다.

대신증권은 2분기 메모리반도체 고정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면서 SK하이닉스 주가에 긍정적이라고 13일 밝혔다.

김경민 연구원은 "2분기 PC D램 고정가격은 8GB 모듈 기준으로 전분기 24.3%에서 27.0달러로 상승할 전망"이라며 "삼성전자, 마이크론의 D램 공급량이 빠르게 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과거 PC D램 고정가격이 추세적으로 상승하면 서버 D램 고정가격은 절반 수준으로 상승했지만 최근에는 서버 D램 고정가격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며 2분기 서버 D램 고정가격도 전분기보다 10~15%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 SK하이닉스 경기도 이천 반도체공장의 행복문/뉴시스 자료사진

KB증권도 SK하이닉스가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올해 좋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남대종 KB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가격 상승 흐름이 강하게 지속되고 있다"며 "서버용 D램의 수요 강세와 PC용 D램의 공급 제한으로 D램 부문의 실적 개선폭이 확대될 것"으로 판단했다.

◇ ‘성장동력 둔화, 추세 상승 기대 어려워’

한국투자증권은 그러나 SK하이닉스에 대해 D램 수요 모멘텀(성장동력) 둔화가 예상돼 당분간 주가의 추세적인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했고, 목표주가는 기존 6만7000원에서 5만8000원으로 하향조정했다. SK하이닉스는 12일 4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유종우 연구원은 “D램 업황이 정점을 지나는 중”이라며 “낸드 수급 전망은 좋아 낸드 사업의 이익추정치가 상향되고 있지만 주가를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전반적인 D램 수요 증가율이 상반기 중 고점을 지날 것”이라며 “특히 모바일 D램의 경우 지난해 강하게 나타났던 채용량 증가 추세가 스마트폰 업체들의 원가부담 상승으로 올해는 둔화될 전망”이라고 예측했다.

SK하이닉스의 주가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은 ▲지난해부터 계속된 반도체 업종 랠리에 대한 차익 실현 ▲지속적인 수요 개선의 불확실성 ▲1분기 비수기 진입으로 일부 부품업체의 실적 감소와 재고 증가 우려 등이 꼽힌다.

◇ ‘실적이 좋다면 주가도 올라야 하는데…’

SK하이닉스의 1분기 실적은 견조할 전망이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년 동기 대비 275.5% 늘어난 2조1096억원이다. 매출액과 순이익 또한 각각 59.5%, 267.9% 증가한 5조8308억원, 1조648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 부문은 PC D램과 서버 D램 가격의 상승으로 1분기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며 “낸드 부문은 도시바 분할 이슈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의 수요 증가로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 D램 및 낸드 가격 추이/자료 KB증권 제공

올해 전반적인 실적 전망도 긍정적이다. D램의 경우 삼성전자가 신규 생산라인을 건설한다는 소식에 우려도 나왔지만, 이는 D램의 물량 확대보다는 시스템 반도체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평가다.

이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올 하반기부터 72단 3D낸드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전망”이라며 “낸드 시장은 2D에서 3D로 전환하고 있으며 도시바 이슈도 장기화할 것으로 보여 올해 내내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적 부문이 견조하다면 그 다음은 주가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랠리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남대종 KB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차익을 실현할 시점은 아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테크 관련 수요는 여전히 양호하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기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이나 중국, 유럽 등지의 소비 관련 지표는 여전히 견조하다. 스마트폰 시장의 경우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으나 인도 등의 시장은 여전히 10% 중·후반대 성장이 예상된다.

중화권 스마트폰 업체들의 해외진출이 본격화하는 것도 SK하이닉스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메모리 용량 증대가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어 만 기자는 LG투자증권과 우리투자증권에서 15년 동안 근무하면서 기업 분석과 투자 등에 관한 실무와 이론을 익힌 시장 전문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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