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범의 경제산책

[이코노뉴스=최성범 주필]

▲ 최성범 주필

테슬라가 10일 뉴욕증시에서 장중 한때 제너럴모터스(GM)를 제치고 이제 겨우 창업 14년이 된 테슬라와 114년 전통의 GM이 시가총액 미국 1위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걸 보면 아마도 모델 3 판매량이 어느 정도만 되도 1위 탈환은 시간문제인 듯하다. 테슬라의 주가 고공행진은 하반기 출시될 보급형 전기차인 모델3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테슬라는 연말 양산을 시작해 2020년까지 100만 대를 생산, 판매할 계획이다.

사실 시총 1위가 되기엔 테슬라의 실적은 보잘 게 없다. 연매출이나 판매 규모만 놓고 본다면 주요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에 한참 못 미친다. 테슬라 등장 이전 미국 1위를 지켜온 GM은 지난해 약 980만 대를 팔아 190조 원 매출을 올렸지만 같은 기간 테슬라는 7만 대 남짓을 팔아 약 8조원 매출을 올렸을 뿐이다. 한국 1위 현대·기아자동차(판매 788만 대, 매출 146조 원)와 비교해도 한참 모자란다고 할 수 있다.

테슬라의 시가총액 1위는 전기차가 미래자동차시장 주역 의미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가총액 1위를 넘보고 있다는 것은 전기차가 미래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이 그만큼 확고함을 의미한다. 당장엔 이익이나 매출이 뒷받침되지 않아도 미래 전망을 밝다는 것이다. 이는 구글이 창립 18년만에 2016년 2월 시가총액 1위를 차지했던 상황을 연상케 한다. 테슬라 창립은 2003년이므로 14년만에 시가총액 1위를 넘보는 셈이다.

▲ 테슬라가 최근 미국 자동차 기업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는 사실은 전기차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사진은 지난달 미국 전기차 브래드 테슬라가 첫 매장으로 공식 오픈한 경기도 하남 스타필드 2층 테슬라 매장. /뉴시스 자료사진

신기술로 무장한 기업이 혜성처럼 등장해 기존 기업들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산업과 비지니스를 창시하면서 세계경제의 주역이 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에 앞서 애플은 스마트폰의 성공에 힘입어 2011년 석유업체인 엑손모빌을 제치고 시총 1위의 자리를 차지한 바 있다. 미국 경제의 대단한 역동성이 아닐 수 없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전기차 시장의 동향을 지켜보면 국내 자동차 시장에 대해 우려를 금치 않을 수 없다. 필자가 칼럼(2016년 9월23일자)을 통해 지적한 대로 현대 기아차를 비롯한 국내 자동차 회사들은 전기차시장의 가능성을 잘 못 판단한 결과 전기차 개발에 집중투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 경영진은 전기차가 아닌 수소차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기차 기술의 핵심인 배터리 분야의 세계 1위 업체가 LG화학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아쉬운 일이다.

이미 테슬라는 세계 시장에서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국 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달 스타필드 하남점과 청담점을 잇따라 오픈하며 인기 모델인 ‘S90D'판매에 적극 나섰다. 모델 S90D는 2012년 테슬라가 세계 최초로 프리미엄 전기차로 내놓은 중형 스포츠 세단로 오는 6월께 고객 인도가 이뤄질 것이라고 한다.

실기한 현대기아차, 글로벌 빅5 위상 유지위한 추격 고삐 댕겨야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아이오닉을 출시하기는 했으나 테슬라나 토요타 등에 대항하기엔 다소 부족한 느낌이다. 지난해 국내 전기차 시장 선두를 차지 했다고 하지만 시장 규모가 워낙 작은 데다 현재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주행거리는 191 km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테슬라가 들여온 모델도 구형 모델에 가깝지만 한번 충전으로 최대 378km 주행이 가능하다.

게다가 현대가 전기차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한 결과 정부 차원의 전기차 충전소도 많이 부족한 상태다. 현대차는 기존의 아이오닉 일렉트릭에서 가격을 낮춘 보급형 모델을 선보이는 동시에 주행거리를 대폭 늘인 모델도 선보인다는 방침이지만 세계 시장의 동향을 실기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시장을 제대로 수성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전기차 시장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 질지는 정확하게 알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확실한 것은 전기차의 시대가 오고 있다는 점이다. 수소차의 시대가 언젠가 올 수도 있지만 시장의 큰 흐름을 놓쳐선 생존이 곤란하다.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세계 시장 동향을 주도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산업표준을 정하는 일과 관련해선 더욱 그러하다. 빠른 추격이 한국 기업들의 장기인 만큼 현대 기아차가 일시적인 실수를 인정하고 다가오는 전기차 시대에서도 글로벌 빅 5의 위상을 유지하길 바라는 건 필자만의 희망일까.

 

※ 최성범 주필은 서울경제 금융부장과 법률방송 부사장, 신한금융지주 홍보팀장, 우석대 신문방송학과 조교수를 지내는 등 언론계 및 학계, 산업 현장에서 실무 능력과 이론을 쌓은 경제전문가입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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