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김병인 성균관 전례위원장] 우리나라에도 사단법인 한국공자연구원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참으로 다행이다. ‘공자님 말씀’을 그렇게 입에 달고 살면서도 최근까지 우리나라에 그런 연구단체가 없었다는 게 의아스러울 뿐이다.

하도 어릴 때부터 공자라는 이름을 귀에 따갑도록 듣다보니 공자에 대해서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듯해서 그런 것이었을까. 아니면 공자가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 것이었을까.

하지만 천주교와 기독교가 꽃을 피운 것은 이스라엘이 아닌 로마였다. 불교가 인도에서 시작했지만 찬란하게 번성한 것은 주변국가였다.

한국은 퇴계 이황 선생을 비롯한 수많은 선현들 덕분에 유교문화 연구에 좋은 토양을 갖고 있다.

▲ 공자(551 BC-479 BC) 탄생 2562주년을 맞아 지난 2011년 9월 24일 중국 장쑤(江蘇)성 쑤저우(蘇州)의 한 사찰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어린이들이 공자의 규범서 '제자규(弟子規)'를 낭독하고 있다.【쑤저우(중국 장쑤성)=신화/뉴시스 자료사진】

유교적 가치가 중국보다 한국에서 더 많이 보존되고 생활화되어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앞으로 정신적인 면에서 지구촌 문화를 주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세계가 한류를 주목하듯이 한국의 유교적 가치도 주목받을 날이 올 것이다.

그러자면 우리는 공자님 말씀의 실체가 무엇인지부터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 말씀을 한국식으로 재해석할 수 있어야 하고 시대에 맞게 현대화할 수도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한국은

세계에서 유교적 가치를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박약회가 역점사업으로 펼치고 있는 인성 교육은 유교적 가치의 현대화의 좋은 사례이다. 박약회는 우리 고유의 유학 문화를 연구·계승하며, 이를 현대화·생활화해 선현의 숭고한 이념을 오늘에 되살려 실천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사단법인이다. 퇴계학 연구와 인성교육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인성교육은 가정에서 ‘공자님 말씀’의 현대적 실천이기 때문이다. 박약회의 인성교육을 더욱 확산시키면 글로벌 정신상품으로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공자의 말씀을 제대로 알아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디지털 시대에 웬 복고주의냐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외려 탈인간적인 디지털 시대에는 친인간적인 아날로그 가치가 더 절실하다.

한국공자연구원 회원 등 40여명은 지난 3월 31일부터 이달 4일까지 중국 산둥(山東)성 취푸

(曲阜·곡부) 유학대회당에서 열린 유교국제포럼과 곡부니산춘계제공대전(曲阜尼山春季祭孔大典)에 참석했다.

공자 79세손 연성공(衍聖公) 공수장(孔垂長) 선생의 초청으로 곡부를 방문한 이들 일행은 포럼 참석 후 공묘(孔廟)와 공부(孔俯), 공림(孔林), 맹묘(孟廟)와 맹부(孟俯), 증자묘(曾子廟)와 안묘(顔廟) 등을 두루 다녀왔다.

공림(孔林)은 공자의 무덤을 말한다. 공자 옛집 유적에는 대규모의 문묘(文廟)가 세워져 있고 예로부터 중국 예교(禮敎)의 중심으로서 존경 받아왔다.

포럼에서는 퇴계 선생 17대 이치억 종손과 이육원 공자연구원 이사장이 유학교육과 관련한 논문 및 성과를 발표했다.

이번 행사는 공수장 선생이 유교사상을 현대에 창조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대만과 중국에 설립한 유학단체인 중국 지성공자기금회와 중국공자연구원이 주관했다.

한국공자연구원은 구체적으로 공자님 말씀은 무엇이며, 왜 이 시대에 중요한지, 생활 속에서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 나아가 미래 인간사회에 어떻게 기여할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몇 사람의 힘만으로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더 많이 결집해야 하며, 중국, 일본, 대만, 베트남 등 동양문화권과도 힘을 모아야 한다.

한국공자연구원의 역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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