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이종수 기자] 국제 경제기구 수장들이 "무역정책 협력 및 조화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주도로 한자리에 모인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세계무역기구(WTO)·국제노동기구(ILO)·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5개 기구 수장들은 이처럼 "보호무역을 막자"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들은 자유민주주의의 ‘마지막 수호자’를 자임하고 나선 메르켈 총리와 함께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일으키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기류 차단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오른쪽)와 김 용 세계은행 총재(가운데)가 10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경제 관련 회의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발언에 귀기울이고 있다. 베를린=AP/뉴시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 등 주요 5개 기구 수장들은 10일(현지시간) 독일 수도 베를린의 메르켈 총리 공관에 모여 시장개방과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보호무역주의 확산을 경계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 “장벽 세우기는 것보다 경제적 통합 추구해야”

메르켈 총리와 5개 기구 수장들은 이날 공동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내용의 공동 성명서도 발표했다.

성명은 특히 "무역증가에 대한 실망과 보호주의 경향의 고조에도 불구하고 WTO는 새로운 성장, 고용, 발전기회를 글로벌 차원에서 창출하기 위해 필수적인 기구"라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WTO가 공정한 무역 규칙을 지키고 실행하는데 실패했다고 연일 비판하고 있지만, 국제 경제기구 수장들은 WTO 지지를 재확인했다고 분석했다.

성명은 또 " 각국은 장벽을 세우는 게 아니라 보다 더 경제적 금융적 통합을 추구함으로써 무역 갈등에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회동은 세계 189개국 경제 관료들과 학자들이 모이는 IMF·WB 춘계회의를 불과 열흘 남짓 앞두고 이뤄졌다. 다음달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와 7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등도 눈앞에 다가온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모임이 세계 경제의 분기점이 될 주요 행사들을 앞두고 보호무역 차단을 위한 선제 대응 차원에서 마련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독일 바덴바덴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미국의 압박으로 공동성명에 ‘모든 보호주의에 대항한다’는 문구가 빠져버린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것이다.

◇ “무역을 모두를 위한 성장엔진으로 만들자”

특히 이날 회의는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앞장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대책 마련의 성격이 짙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워싱턴=AP/뉴시스 자료사진]

김 용 WB 총재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랑스러워하는 부분 중 하나가 그가 유연하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경제팀이 (생각을 바꾸는) 상황을 만들 것이며 그의 유연성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들은 공동기자회견에서 국제경제 기구들이 지금까지 중요한 성과를 이룩해냈다고 자평하면서 "글로벌 경제와 국제무역에 있어 앞으로도 계속해서 중요한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IMF와 WB, WTO는 특히 '무역을 모두를 위한 성장엔진으로 만들기(Making Trade an Engine of Growth for All)'란 제목의 공동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이들은 “글로벌 성장을 이끄는 엔진으로서 무역의 역할이 2000년대 초 이후 무역 개혁 노력의 둔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보호주의의 고조로 인해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무역이 신흥국은 물론 선진국의 저소득층 생활 수준 개선에 기여했다"면서도 "노동자와 일부 지역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했다.

보고서는 "무역의 역할이 세계경제에 있어 중요한 시점을 맞고 있다"면서 "서구 특정 업종의 일자리가 없어진 것은 무역 때문이 아니라 기술적 변화에 큰 원인이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각국의 이에 대해 대책 필요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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