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태의 신간 리뷰

[이코노뉴스=김선태 편집위원] 크리에이티브 산업의 다음 두 가지는 다소 우울한 결론에 이르게 한다. 우리는 한류 또는 K-POP이 누리는 명성을 보고 세계 미디어산업에서 한국이 상당한 지위를 차지할 것이라 짐작하지만, 보고서들은 우리의 처지를 냉정하게 돌아보게 만든다.

▲ 김선태 편집위원

먼저 독일 미디어 및 커뮤니케이션 정책 연구소(Institut für Medien- und Kommunikationspolitik, IfM)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매년 업그레이드하는 통계에 따르면, 2016년도 세계 100대 미디어 기업 명단에서 한국 기업은 단 한 곳도 들지 못했다. 이는 같은 기관의 집계에서 오랫동안 일관되어 온 사실이다. 그렇다고 미국(42개), 독일이나 일본(8개), 중국(7개) 등 강대국들에만 100대 기업이 포진해 있는 것이 아니라 벨기에, 덴마크, 핀란드, 아르헨티나, 멕시코, 남아프리카 등 다수 국가들에 이들 기업이 분포하고 있어 충격을 준다.

다른 하나는 세계적인 재무분석기관인 PwC가 내놓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산업 전망(Global entertainment and outlook 2016~2020)」가 있다. 이에 따르면 미디어·콘텐츠 분야에서 한국의 위상이 비교적 객관적으로 드러난다.

단적으로 한국의 콘텐츠 매출액은 미국의 7%, 일본의 32.5% 수준이며 21세기 들어 미디어강국으로 급부상한 중국에 비해 29%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인접한 중국과의 격차가 빠른 속도로 벌어지고 있다. PwC 보고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중국의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분야 지출액은 1668억 달러로 미국의 약 6030억 달러에 이어 세계 2위다.

같은 해에 중국은 미디어 소비액과 비디오 오락 성장률에서 글로벌 톱10에 들 것으로 추정되나 한국은 한 분야도 톱10에 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아래 표에서 보듯 한국과 중국의 미디어산업 격차는 향후 수년간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인데, 이런 가운데 중국 기업들이 자본력을 앞세워 한국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을 밀어붙이기까지 하는 실정이다.

“그래도 희망은 미디어·콘텐츠 산업에”

한국 미디어·콘텐츠 산업이 국가간 또는 기업간 규모에 비추어 부유국들에 비해 열세에 놓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에서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함은 부인할 수 없다. 무엇보다 우리 미디어산업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타 산업에 비해 고용 창출 능력이 뛰어나고 경제기여도가 높다. 관련 통계들로 이를 뒷받침할 수 있지만 이 글의 주제와 관련하여 중요한 것은 그간 미디어·콘텐츠산업이 실제로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해 왔다는 사실이다.

아래 표 ‘문화콘텐츠산업의 취업유발계수 비교’에 따르면 우리나라 미디어산업은 타 산업에 비해 취업 및 고용에 대한 기여도 수준이 전산업 평균치를 상회한다.

예를 들어 2013년 기준 우리나라의 평균 취업유발계수(경상가격기준)는 13.1(명/10억 원)인데 비해, 같은 기간 미디어산업의 주요 구성 부문인 문화서비스 분야와 출판서비스 분야의 취업유발계수와 고용유발계수는 각각 22.3, 15.2와 19.4, 15.0로 나타났다. 더욱이 산업연관표 상 전체 콘텐츠 산업 취업유발계수는 25.1로 집계되었다.

이상의 논의를 정리하면, 현실의 비합리적인 장애물을 적절히 제거해 나갈 경우 미디어·콘텐츠 산업은 향후 일자리 창출의 주 공급원이 될 수 있으며, 세계 무대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하며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간의 창의력에 근거하여 언어와 문화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미디어·콘텐츠 산업은 그 속성상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을 핵심으로 하는데 이는 곧 한국이 강점을 지닌 분야이며, 산업간 경계를 뛰어넘는 ‘융합’을 특징으로 하는 21세기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이 영역의 가치는 갈수록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 김선태 주간은 서울대 독어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북토피아 이사, 전 내일이비즈 대표를 역임하는 등 오랫동안 출판업계에 종사해 왔습니다. 현재 휴먼앤북스 출판사 주간과 (사)지역인문자원연구소 선임연구원을 맡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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