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태의 신간 리뷰

[이코노뉴스=김선태 편집위원] 오늘날 세계 경제는 저성장 고령화 기조가 강력하게 자리잡은 가운데 인공지능(AI)과 로봇으로 대표되는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이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시점에서 “과연 향후 일자리는 늘어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어쩌면 한국 경제가 당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여전히 요원한 것으로 인식되는 것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 김선태 편집위원

그렇다면 문제를 “과연 향후 일자리는 어디에서 늘어날 수 있는가?”로 바꾸어 보자. 이 질문에 답하고자 해외에서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는데 여기서는 세 가지 사례를 들고자 한다.

하나는 영국에서 진행된 연구다. 2016년 6월 영국 문화부는 「크리에이티브 산업의 일자리 창출 능력에 관한 보고서(Creative Industries: Focus on Employment)」를 발표했다. ‘크리에이티브 산업’에 해당되는 분야에는 정보기술(IT), 스포츠, 관광산업 지원, 규제 개혁, 인프라 조성, 디지털화 등 과학·기술·엔지니어링 등이 있는데, 한 마디로 인간의 창의력에 근거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분야를 말한다. 중국의 ‘문화산업’ 또는 우리의 미디어·콘텐츠산업과 여러 모로 유사한 분야라 할 수 있다.

영국 : ‘미디어산업’은 성장과 고용의 견인차

위 연구에서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지표들이 여럿 등장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먼저 영국 경제 영역 중 인간의 창의성을 기반으로 하는 크리에이티브 산업 그리고 이들과 연관되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크리에이티브 경제 영역을 확정한다.

영국의 크리에이티브 경제 영역에서 창출된 일자리를 2012년 기준 255만개로 보는데, 이는 영국 전체 산업에서 창출된 일자리의 8.5%에 해당한다.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영국에서 크리에이티브 경제 분야의 고용창출력은 2011~2012년 사이 6.0% 증가하여 영국 전체 경제의 일자리 증가율 0.7%을 압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의 보고서는 이런 기준에 따라 영국 크리에이티브 산업의 총 부가가치를 추정했다. 즉 영국에서 2012년 크리에이티브 산업의 총 부가가치는 714억 파운드(약 127조5396억 원, 1파운드=1786.27원 기준)로 이는 영국 경제에서 5.2%의 비중을 차지한다.

성장세로 보면 2008년 이래 영국 크리에이티브 산업의 총 부가가치는 15.6% 증가했다. 이는 전체 영국 경제의 총 부가가치 증가율 5.2%에 비해 3배가 높은 비율이다. 영국의 경우 ‘크리에이티브 산업’ 분야는 2008~2012년 사이 영국의 전체 산업 중 부동산 산업(29.3%)에 이어 두 번째로 총 부가가치 증가율이 높은 산업(15.6%)으로 나타났다. 이런 기여는 수출로도 이어지는데, 2011년 영국 전체 수출 중 크리에이티브 산업 분야가 8.0%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국 출판 분야는 2009~2010년 사이 20.9%, 2010~2011년 사이 20.6%의 괄목할 만한 수출 성장률을 보여 정체일로의 한국 출판 현실과 대조를 이룬다.

▲ 영국의 해리 왕자가 지난해 4월 19일(현지시간) 런던 서부 아이버 히스 지역의 파인우드 스튜디오를 방문해 영화 '스타워즈'에 등장했던 외계인 분장 마스크를 살펴보고 있다. 해리 왕자는 이 곳의 영화 프로덕션 워크숍들과 '스타워즈' 시리즈의 크리에이티브팀들을 둘러보고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런던=AP/뉴시스 자료사진】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영국 문화부는 “크리에이티브 산업은 경제 성장과 일자리 증가를 견인하며 영국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를 뒷받침하고자 2014년에서 2015년 사이 영국 전체 일자리 가운데 크리에이티브 산업 분야가 5.8%를, 크리에이티브 경제 분야가 9.0%를 차지했음을 예시했다. 나아가 이 보고서는 크리에이티브 산업, 광의의 의미에서 미디어산업이 경제 성장의 정체나 위기 상황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성장을 지속할 분야임을 강조했다.

※ 김선태 주간은 서울대 독어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북토피아 이사, 전 내일이비즈 대표를 역임하는 등 오랫동안 출판업계에 종사해 왔습니다. 현재 휴먼앤북스 출판사 주간과 (사)지역인문자원연구소 선임연구원을 맡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저작권자 © 이코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