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수출 지난해보다 14.9% 늘어 5년여만 최고 증가율…"본격적 경기반등은 글쎄"

[이코노뉴스=이종수 기자] 올해 들어 기업들의 수출 실적이 크게 늘고 증시도 상승곡선을 그리는 등 경제 심리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회귀 움직임 등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크고 수출 개선의 온기가 경제 전반에 골고루 확산되지 않고 있어 본격적으로 경기 반등을 거론하기는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9% 늘어나며 2011년 3분기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을 기다리는 컨테이너와 차량들이 빼곡히 쌓여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우리나라의 월간 수출 실적은 지난해 11월 하락세에서 벗어나 올해 3월까지 5개월 연속 플러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 경기 호전과 유가 상승 등이 상승 효과를 내면서 올해 들어 수출 증가율은 매달 두자릿수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석유제품(+67.7%), 반도체(+44.7%) 석유화학(+38.3%), 평판DP(+20.1%) 등이 20% 넘는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글로벌 경기가 회복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점도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은 지난달 14일 발표한 'G20 감시보고서'에서 미국(2.2→2.3%), 중국(6.2→6.5%), 일본(0.6→0.8%), 유럽연합(1.7→1.8%) 등 주요국 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

수출이 개선되자 기업 심리도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전월 대비 3포인트 상승한 79를 기록해 2015년 4월(80)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특히 3월 들어서는 대기업과 수출 기업에 이어 중소기업(66→71)과 내수기업(72→78)의 체감 경기도 크게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다.

수출 증가는 기업 실적 개선으로 이어져 증시에도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연초 2020 수준이던 코스피지수는 3개월 동안 6.8% 가량 올라 3월 말 2160선을 넘어섰다.

저물가 현상에 대한 우려감도 올해 들어 낮아지는 분위기다.

3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2%로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치(2%)를 뛰어넘었다. 2012년 6월(2.2%) 이후 최고치다.

정부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로 추가경정예산 조기 편성을 검토하는 분위기였지만 최근에는 경제 상황을 더 지켜보자는 쪽으로 입장이 바뀌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다음 정부로 넘길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넘기냐, 안 넘기냐의 문제가 아니라 지표와 상황을 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수경기는 여전히 한겨울…대내외 불확실성도 커

하지만 경제지표가 다소 개선됐다고 해서 본격적인 경기 반등으로 보긴 이르다는 '신중론'이 아직까지 큰 상황이다.

▲ 소비 부진에 썰렁한 분위기의 서울 송파구 문정동 로데오거리 모습/뉴시스 자료사진

무엇보다 경기 개선의 온기가 기업 활동의 영역에서 가계 등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고용 부진으로 가계 소득이 정체되되면서 내수 경기는 여전히 한겨울이다.

취약업종 구조조정 등의 여파로 2월 실업률은 5.0%까지 상승했다. 실업률이 5%를 넘어선 것은 16년 만에 처음이다. 15~29세 청년 실업률은 12.3%를 기록했다.

소비는 2월 들어 3.2% 늘었지만 1월 지표가 부진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 성격이 크고 1~2월을 합쳐서 보면(-0.8%) 아직까지 부진을 벗어났다고 보기 힘들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경제동향간담회에서 "내수 기반을 튼튼히하고 소비를 회복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소비를 살리려면 일자리 창출을 통해서 소득 기반을 강화하는게 근본적이면서도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대내외 불확실성도 크다. 미국, 영국 등 주요 무역 상대국들의 보호무역주의 경향으로 돌아서고 있는 점이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이다. 미국의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4월 위기설'에 대한 경계감도 여전히 남아있는 상항이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 금융·경제연구부장은 "경기 상황이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나쁘지 않지만 계속 상승곡선을 그려 3%대 성장률을 찍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질 정도는 아니다"며 "또 주요국의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이 어떻게 현실화될지 모른다는 점이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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