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턱밑까지 추격…‘과대 포장’ 비판도

[이코노뉴스=이종수 기자] '혁신의 아이콘' 일론 머스크(46)의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가 세상을 또 한번 깜짝 놀라게 했다.

미국의 블룸버그통신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테슬라자동차의 주가는 뉴욕증시에서 전장 대비 7.3%오른 298.52달러(약 33만원)를 기록했다. 시가 총액은 487억 달러(약 54조 4709억 5000만원)에 달했다. 반면 포드자동차의 시가총액은 1.7% 떨어진 453억 달러(약 50조 6816억 4000만원)에 그쳤다.

창업한 지 불과 14년인 테슬러가 113년 전통의 포드자동차를 뛰어넘고 GM(512억 달러)을 턱밑까지 따라잡았다.

▲ 지난달 15일 경기도 하남의 스타필드 2층 테슬라 매장에서 고객들이 모델S 차량 등을 살펴보고 있다./뉴시스

포드는 한 세기전 T자 모양의 투박한 검은색 승용차를 앞세워 저임 근로자들도 오너 드라이버가 되는 ‘승용차 대중화 시대’를 여는 등 세계 자동차사에 한 획을 그은 회사다.

테슬라의 시가 총액이 포드를 제치기는 처음이다. 포드는 창업자인 헨리 포드가 승용차 대중화 시대를 연 주역이라는 점에서, 이번 기록의 의미가 적지 않다는 평이다.

◇ 피아트 스츠키 현대차 등 줄줄이 ‘추월’

테슬라는 2012년 푸조를 시작으로 피아트-크라이슬러, 스즈키, 르노, 현대자동차, 닛산 등 세계 유수의 자동차 제조사들의 시가총액을 뛰어넘었다.

테슬라는 2018년 연간 5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의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과 직접적인 경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투자자들은 이제 테슬라가 보급형 모델인 '모델3‘로 전기자동차 시장에서 포드와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이 회사의 시가총액이 포드자동차를 처음으로 제친 데는 올해 1분기 출하량이 시장의 기대치를 웃돈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테슬라는 올해 1~3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9% 더 증가한 2만5000대를 출하했다. 시장 전망을 훌쩍 웃돈 성적표다. 반면 포드자동차는 지난달 매출이 기대치를 밑돌며 주가가 1.7%떨어졌다.

중국의 텐센트에 지분 일부를 매각한 것도 낙관적 기류 형성에 한몫 했다. 텐센트는 앞서 지난달 28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테슬라 전체 지분의 5%에 해당하는 816만7544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에 따라 연간 2000만대 이상이 팔리는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인 중국 공략을 도울 주요 조언자(key adviser)를 확보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분석했다.

테슬라 주가가 지나치게 고평가돼 있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닷컴 버블(거품) 당시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도 ‘미래 가치’를 앞세워 주가가 치솟던 기술 기업들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포드의 순이익은 지난 5년간 260억 달러에 달했다. 반면 테슬라는 같은 기간 23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테슬라의 매출은 70억 달러지만, 포드는 1518억 달러에 달했다.

테슬라는 이에 따라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알리바바그룹과 더불어 주가가 부풀려진 대표종목 취급을 받아왔다. ‘주가 하락’에 판돈을 거는 공매도 세력이 몰리는 것도 이러한 사정을 반영한다.

◇ ‘몽상가 머스크’, “화성에 유인 우주선 발사한다”

▲ 지난달 15일 경기도 하남의 스타필드 2층 테슬라 매장에서 고객들이 모델S 차량 등을 살펴보고 있다./뉴시스

테슬라는 지난 2003년 출범 이후 늘 세계 자동차 업계의 뜨거운 감자였다. 뛰어난 디자인, 성능을 앞세웠지만 사라져간 전기자동차 업체들을 예시하며 이 회사도 비슷한 전철을 밟게 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 회사가 투자자들을 상대로 폰지게임(ponzi game)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해왔다. 폰지게임은 장밋빛 미래를 제시하며 조달한 자금으로 빚을 갚고 다시 투자를 받는 사기 행태를 뜻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류도 서서히 변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투자사인 로버트 W 바드앤코의 벤 캘로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전기자동차를 원하는 지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그들은 테슬라는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일론 머스크를 숭배하지는 않지만 포르쉐를 사던 사람들이 이제 테슬라를 구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론 머스크는 '몽상가'로 불린다. 그만큼 사업 구상이 기상천외하기 때문이다. 태양광 발전이나 전기차 같은 사업은 지구환경 오염을 늦추자는 발상에서 나왔다.

그가 화성에 식민지를 개척하겠다는 말을 했을 때는 누구나 조롱하기 바빴다. 그러나 공상과학(SF) 영화에나 나올 법한 꿈같은 얘기가 하나하나 현실화되자 분위기는 찬탄과 경외로 바뀌었다.

머스크가 경영하는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는 지난달, 한 번 발사했던 로켓을 회수해 다시 발사하는 데 최초로 성공했다. 이렇게 하면 로켓 발사 비용을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내년에는 달에 유료 관광객을 보내고 2022∼2015년에는 화성에 유인 우주선을 발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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