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이현우 조지아 서던 주립대 교수] 우리 인간은 사물이나 개념을 이해할 때 그 대상을 범주화(categorization)하려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무지개는 빛의 스펙트럼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우리는 일곱가지 색깔로 무지개를 기억한다.

범주화는 사회적인 개념에도 적용된다. 우리 모두는 크든 작든 사회적 집단에 소속돼 있기 마련이다.

▲ 이현우 교수

스포츠 소비자 심리학에서 가장 빈번하게 다뤄진 주제 중 하나가 이러한 범주화에 따른 팀 동일시(team identification)이다.

스포츠 팬들은 자기 팀에 속하는 ‘내집단’을 편애한다.

열성 팬들은 자신을 팀에 소속된 서포터로서 그 집단의 일부분으로 여기고 상대편 선수와 상대편 팬들에 맞선다.

그리고 자기 팀 선수들의 승패에 따라 함께 울고 웃는다.

이러한 집단의 관계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면 하나의 응원 문화를 형성하기도 한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경기장에는 각 팀마다의 응원가가 울려 퍼지고 우리나라에서는 부산갈매기의 유별난 야구사랑과 시끌벅적한 응원문화가 유명하다.

그런데 동일시는 꼭 팀의 범주에서 이뤄지는 건 아니다.

우리는 모두 2002년 한일월드컵의 열기를 기억하고 있다. 우리나라 선수 대(對) 다른 나라 선수의 승부가 펼쳐지는 명확한 스포츠의 틀 아래, 공동체 간의 구분이 뚜렷해지면서 우리의 소속감은 고취된다.

우리는 국가라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김연아와 박지성을 응원했다. 특히 올림픽이나 월드컵 기간에는 국가에 대한 소속감이 자국 선수들과의 동일시를 부르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때는 개인 종목 혹은 비인기 종목이라도 온 국민들이 경기결과에 따라 희로애락을 함께 한다. 경기장의 선수들과 관중 간에 감정적 끈이 연결되면서 서로 간에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다.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프로 스포츠에서는 이러한 팀 동일시를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 지난해 5월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에서 관중들이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범주화의 주체가 팀이 될 때는 충성도가 높은 팬 층을 유지할 수 있지만, 범주화의 주체가 불확실할 경우에는 유행을 따라 떠나버리는 관중들을 양산하게 된다.

손흥민이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레버쿠젠)에서 프리미어리그(토트넘)로 이적하면서 각 리그의 중계권 계약을 맺은 국내 방송사들의 명암도 갈렸다.

이처럼 팬들이 동일시하는 주체가 팀이라는 공동체와 연결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는 언제 떠날지 모르는 일시적 팬으로 머물게 된다.

유행에 따라 상품을 구입하는 소비현상을 뜻하는 경제용어인 밴드왜건(bandwagon) 효과를 빗대 이들을 밴드왜건 팬이라 부른다.

따라서 스포츠 팀들은 공동체를 기반으로 팬들과의 끈끈한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지역 사회의 차별화된 엔터테인먼트로 자리 잡기 위해 지역 사회에 더 다가가고 지역 공동체 안에서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팀과의 동일시와 그에 따른 정체성이 확고한 팬들은 자신의 팀을 위해 헌신하기 마련이다.

구단들은 팀의 존립과 지속경영의 가능 여부가 이러한 팬들에 달려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기업들의 기여활동에 의존해온 우리나라 프로 스포츠도 점차 자생적 역량을 키워야 하는 시점에 다다른 만큼 팬들과의 관계를 재조명하는 것은 매우 근원적이고 중요한 작업이다.

승패에만 연연하며 모기업의 치적에 기여하기 보다는 소비자인 팬 중심으로 서비스를 개편하는 게 프로 스포츠의 정상화를 이끄는 힘이 될 것이다.

이러한 개편과 소통이 공동체내에서 긍정적인 선순환으로 이루어질 때 건전한 프로 스포츠 문화가 정착하고, 일상에 활력을 주는 여가활동으로서 공동체의 웰빙에 기여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이코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