傳文5

격물치지(格物致知)

세월호가 다시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강원도 원주시 하늘에는 노란 리본 모양의 구름이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우연일까요? 비과학적이겠지만 사람들의 마음이 너무도 간절해서 그 간절함이 외부 현상으로 보이게 된 것은 아닐까요? 오늘 말씀은 그런 간절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至於用力之久 而一旦豁然貫通焉 則衆物之表裏精粗無不到

지어용력지구 이일단활연관통언 즉중물지표리정조무부도

而吾心之全體大用無不明矣 此謂物格 此謂知之至也

이오심지전체대용무불명의 차위물격 차위지지지야

이를 해석하면 이렇다고 합니다.

[힘씀이 오래이고 나서 단박에 확 트이는 경지에 이르게 되면,

모든 사물의 겉과 속, 자세함과 거칠음이 드러나지 않음이 없이 되고,

내 마음의 온전한 구조와 커다란 쓰임새가 밝혀지지 않음이 없게 되리니

이를 두고 「사물이 구명됨」이라 하며, 이를 두고 「앎의 투철해짐」이라 한다.]

대입시험이건 취업시험이건 엉덩이가 무거워야 합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때 엉덩이의 무게는 꼭 합격하고 싶다는 간절함의 무게와 비례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격물치지하는데도 이런 간절함이 오래 지속되어야 하나 봅니다. 하루 1분을 쪼개서 쓰더라도 바쁜 일상에 매몰되지 않고, 푸른 들판이나 나무 숲으로 날아가는 유체이탈을 상상해 본다면 혈압이 제법 떨어질 것 같습니다.

이렇게 작더라도 꾸준히 추구해 가는 것은 아무래도 자유와 해방에 대한 간절함이 가장 큰 동력원 같습니다.

이렇게 작지만 한걸음씩 깨달음을 향해 나가는 것을 불가에서는 돈오점수(頓悟漸修)라고 했습니다. 그 반대를 돈오돈수라고 하지요.

원불교 대사전에서는 돈오돈수와 돈오점수의 차이를 이렇게 표현합니다.

“돈오점수와 돈오돈수의 차이를 《수심결(修心訣)》에서는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대개 도(道)에 들어가는 문은 많지만, 요약해 말해본다면 ‘돈오’(頓悟, 단박 깨달음)와 ‘점수’(漸修, 차츰차츰 닦아감)라는 두 문에 불과하다.”

([네이버 지식백과] 돈오점수 [頓悟漸修] (원불교대사전, 원불교100년기념성업회)

적당한 비유는 아닐지라도 복싱으로 치면 1회전 땡 시작하자 마자 ‘완타치’ KO가 돈오돈수, 마지막 라운드까지 다발성 잽에 의한 KO가 돈오점수겠죠.

선방 스님들은 예리하게 각을 세웁니다만 복싱 챔피언이 어느 하나만으로만 되었을까 싶습니다.

대입 시험 준비하면서 끙끙대다가 환호를 질렀던 ‘수학1의 정석’에 대한 추억은 누구한테나 있겠지요.

이것을 도는 원리 O(영)사상으로 보면 해석이 약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물론 나름대로 의역이니 참고해 주시고요.

[불변의 힘을 쓰는 경지에 도달하라.

이것이 바로 단박에 환하게 통하여 이치를 깨닫는다는 것이다.

곧 모든 사물의 겉과 속, 조밀함과 펼쳐짐에 닿지 못함이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바로 내 마음의 온전한 구조와 커다란 쓰임새가 밝혀지지 않음이 없다는 것이다.

이를 가리켜 사물을 잰다는 것이다. 이를 가리켜 깨어나 도달했다(깨달음)라고 한다.]

여기서 불변의 힘은 바로 불가의 공(空), 혹은 반야바라밀(돌 반盤, 같을 야若)로 표현된 ‘도는 힘’입니다. O력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 O력은 일종의 무한에너지로 볼 수 있습니다. O이 파동화되면 동양학에서 이야기하는 기(氣)가 됩니다.

수학에서 쓰는 0(zero)처럼 ‘없는데 있는’ 묘한 존재가 바로 근본소로서의 O(영)입니다. 이 힘을 쓸 줄 알면 깨달음에 도달할 수 있다라는 이야기가 됩니다.

표리는 현상과 본질을, 정조는 미시와 거시로 볼 수 있겠지요. 마음의 체(體)는 스트럭처(structure)로 '+'(정방)으로 상징되고 마음의 용(用)은 운동성으로 'X'(간방)으로 상징됩니다.

둘을 합하면 팔방이 되어서 결국 회전운동, 원운동, O 운동을 표상하게 됩니다.

이 마음의 O운동이 파동화되어 외부 사물 혹은 생명의 파동과 일치될 때 사물은 사물대로, 생명은 생명대로, 제자리를 파악할 수 있다는 말이 되겠지요.

그런 불변의 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지극한 간절함과 애씀이 필요하고, 그런 것들이 축적되어서 어느 날 나의 안팎이 하나임을 보는 때가 온다는 것입니다.

무슨 판타지 소설 같은 이야기냐 하실 수 있습니다만 동양의 지적 전통에서는 일관되게 비움과 채움이 하나요, 직선 운동보다는 도는 운동에 대해 주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간절하게 비워 나가면 불변의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도는 힘’ 이야말로 ‘절대 반지’라 할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일터에서 승진 안되고, 연봉 안오른다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간절하게 노력하고 거듭 비우는 훈련을 하는 것이 현명하겠다 싶습니다.

어찌보면 승진이니 뭐니 다 비우고 간절히 일을 즐기는 경지가 월급쟁이로 갈 수 있는 최고의 성취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유해를 수습하지 못한 세월호 유가족들은 천일이 넘도록 간절함으로 기다려왔다고 합니다. 아마도 많은 것들을 비우고 던졌을 시간입니다. 그 분들이 기도하듯이 했을 비움과 간절함이 우리 모두를 보다 건강하고 안전한 사회로 이끌어 주리라 믿습니다. 먼저 간 이들은 의미로 기억될 때만이 그들을 영원히 살려내는 것이 되겠지요. 무지와 망각의 바다위로 말이지요.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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