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다” 우려

[이코노뉴스=이종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과학 경시’가 도마에 올랐다. 대통령의 과학정책 자문을 담당하는 백악관 과학기술정책국(OSTP)이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해 대선 기간까지만 해도 OSTP에는 과학기술 보좌관을 포함해 총 24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었지만, 현재는 고작 1명만이 사무실을 지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두 달이 넘었지만, 과학기술 고위직 중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임명한 사람은 단 1명에 불과하다.

NYT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 투자자 피터 틸의 비서실장 출신인 마이클 크라티오스 가 과학기술 부(副)보좌관에 임명된 게 유일하다. 과거 정권의 인물들인 23명은 모두 사라졌다.

크라티오스도 그나마 대학에서 정치과학을 전공해 IT(정보기술) 업종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학 전문성이 없는 그의 인선 배경을 놓고 틸이 트럼프 캠프에 상당한 자금을 투자한 데 대한 ‘보은 성격’이 짙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 24명 중 23명이 떠나…나머지 1명도 ‘문외한’

▲ 스콧 프루이트 미국 환경보호청(EPA) 청장이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 EPA 본부에서 취임사를 발표하고 있다. 그는 이날 EPA 우선정책 대폭 변경을 시사했다. 【워싱턴=AP/뉴시스】

이처럼 전임 정부에서 근무하던 과학자들과 실리콘밸리 인사들이 줄줄이 떠나면서 백악관 비서동인 아이젠하워빌딩 4층에 있는 과학기술정책국은 휑한 풍경이라고 NYT는 전했다.

과거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임기 당시에는 최대 50명,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임기엔 최대 130명이 OSTP 사무실에 근무했다.

특히 과학기술 보좌관을 누가 맡을지 조차 아직 불명확하다.

과학기술 보좌진의 인선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과학 무관심' 탓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한 백악관 직원은 "과학기술보좌관 후보자들을 검토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전반의 과학 경시 기류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지적은 당연해 보인다. 빈톤 서프 구글 부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과학에 관심이 없으며, 백악관에서 과학과 관련된 문제들은 그리 중요하지 않는 사항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과학이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다는 뜻이다.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서프 부회장은 "OSTP 직원이 대폭 줄어든 것은 장기적으로 미국의 과학 개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달랐다. 그는 2008년 정권 인수위원회 단계에서 존 P. 홀드런 하버드대 교수를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에 임명했으며, 임기 내내 기후변화 대응을 비롯해 과학정책에 주력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스콧 프루이트 환경보호청(EPA) 청장은 "이산화탄소가 기후온난화의 주범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등 과학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프루이트 청장의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의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심지어 크라티오스도 트럼프 대통령의 일일 브리핑에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기후변화는 거짓말"이라는 말을 쏟아낸 트럼프 대통령이 OSTP를 없애려 한다는 우려가 들끓고 있다

◇ 트럼의 과학 인식은 "기후변화는 거짓말"

실제 트럼프 인수위의 일부 인사들은 아예 과학기술정책국의 폐지까지 주장하기도 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130명까지 인력이 늘면서 미국의 과학기술 정책을 총괄했던 과학기술정책국이 존폐에 기로에 선 모양새다.

OSTP는 미국 정책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 오바마 전 행정부 당시 2010년 멕시코만 기름유출사건과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2014년 에볼라 창궐사태 등 대형 사고가 벌어졌을 때 맹활약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워싱턴 환경보호청(EPA) 청사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업적 중 하나로 평가되는 기후 변화 규제를 철회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광부들이 배석했다. 【워싱턴=AP/뉴시스】

무인기와 인터넷 사용권한 등 국민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정책에 대해서도 주요 자문을 대통령에게 제공했다.

과학기술 전 부보좌관 니콜 웡은 "OSTP의 어젠다는 언제나 방대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회계연도 예산안 초안에서도 과학기술 및 환경 분야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계획을 내놨다.

그가 제안한 예산안에는 미국국립보건원(NIH)과 EPA 등의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때문에 백악관이 과학·기술과 관련해 눈이 먼 것과 마찬가지라는 비난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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