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현대차 주가 ‘롤러코스터’ 몸살

[이코노뉴스=어 만 기자] 주요 그룹의 ‘지주사 전환 수혜주(株)’가 웃다가 울고 있다. 올해 시장의 최대 화두인 지주사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를 띄어놓기도, 끌어내리기도 하고 있다.

특히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은 지주사 전환 이슈의 중심에서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28일 코스콤에 따르면 삼성그룹 지주사 전환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삼성물산과 삼성SDS는 지주사 전환에 제동이 걸린 지난 24일부터 27일까지 주가가 각각 8.72%, 8,47%가 빠져나갔다.

◇ 지주사 전환 '지금은 쉽지 않다'에 주가 우수수↓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24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지주사 전환 방안은) 법률, 세제 등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를 진행해야 한다”며 “부정적인 영향이 있는 만큼 지금으로서는 실행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 권오현 부회장이 24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마친 후 물을 마시고 있다./뉴시스

그러자 당일 삼성물산(-7,27%)과 삼성SDS(-8.47%)는 단숨에 풀이 꺾였다.

권 부회장은 "지주회사 전환 등 사업구조 검토는 주주와 회사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의사결정”이라며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를 진행한 뒤 결과를 주주들에게 공유하겠다”고 약속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업구조 간결화와 기업의 최적 구조를 결정하는 데는 다양하고 중요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외부 전문가 자문 등에만 최소 6개월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4일 지주사 전환 이슈를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에서 단 열흘 만에 분위기가 반전된 셈이다.

이상훈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사장·CFO)은 이날 “지주사 전환에 대한 검토는 주주들과 약속한 사안이기 때문에 그룹 이슈와 상관없이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 검토 결과는 계획대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 구속이라는 ‘오너 리스크’와 별개로 연내 지주사 전환을 서두르겠다는 뜻을 표명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은 이날 하루만 무려 9.09%가 뛰었고, 삼성전자 주총 전날(23일)까지 13.63%가 올랐다. 삼성SDS는 14일 당일에만 5.10% 오른 뒤 4거래일 연속 오르면서 총 15.68%가 치솟았다.

삼성전자는 그룹 내 복잡한 순환출자 지배구조를 해소하면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이르면 5월께 지주사 전환 여부를 국내외 동시 콘퍼런스콜을 통해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지주사 전환에 나서고 인적 분할 작업이 이뤄질 경우 삼성물산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가 지주사로 전환하면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SDS가 핵심 계열사로 꼽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물산과 삼성SDS는 총수 일가가 대주주, 삼성생명은 삼성전자가 최대 주주다.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지배구조 안정을 위해 삼성물산이 총수 일가 및 삼성전자 지분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증권가에서는 “총수 일가는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지배 구조 안정을 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삼성물산에 지분을 투입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재용 부회장이 약속한 자율 경영 체제 방침에 따라 그룹 내 핵심 역할을 담당하게 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 공시 의미 잘못 해석해 속고, 보고서도 ‘농락’

현대자동차그룹도 지주사 전환 기대감에 계열사들의 주가가 약진을 보였지만, 이내 실적우려와 함께 상승분을 그대로 반납했다.

현대차는 지난 21일 지주사 전환 논의가 수면 위로 드러나자 하루만에 8.63% 뛰면서 SK하이닉스를 제치고 시가총액 2위에 올랐다.

같은 날 기아자동차(3.51%), 현대모비스(3.05%)도 동반 상승세를 보이면서 이날 현대차그룹 시총(보통주 기준)은 103조1238조원으로 하루만에 약 5조원(4.88%)이 불어났다.

이는 현대차가 계열사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 등으로부터 ‘현대차그룹 브랜드 사용료’ 139억원을 받는다는 17일 공시에서 비롯됐다.

▲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뉴시스 자료사진

현대차는 물론 현대차그룹이 계열사에서 브랜드 사용료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룹 브랜드는 통상 그룹 지주사가 소유해 계열사로부터 사용료를 받는 것이 보편적이다.

국내에서는 SK, LG그룹 등이 대표 사례다. 이렇다 보니 브랜드 사용료를 받게 된 현대차가 향후 지주사로 전환될 가능성이 부각됐고, 그동안 부진했던 주가를 하루 만에 만회했다.

현대차는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기존의 계열사 간 비용 배분 방식을 브랜드 사용료 수취 방식으로 바꾼 것일 뿐 지배구조 개편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의 보고서도 영향을 주었다. 골드만삭스는 20일 ‘지배구조 개편 경로가 명확해진다’라는 보고서에서 현대차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지주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를 각각 투자·사업 부문으로 분할한 뒤 투자 부문을 하나로 묶어 현대차를 중심으로 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현대엔지니어링 등 보유 자산으로 현대차 지분을 사들여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한다는 게 골자다.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에서 현대모비스를 지배구조의 정점으로 여겨온 기존의 분석을 뒤집는 내용이다.

그러나 골드만삭스가 이내 현대차에 대한 실적우려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주가는 다시 곤두박질 쳤다.

이에 따라 지난 22일부터 27일까지 현대차(-4.70%), 현대모비스(-4.14%), 기아차(-3.78%) 모두 상승분을 그대로 내놓아야 했다. 현대차의 시총 2위 탈환도 4일 천하로 막을 내렸다.

SK는 지주사 전환을 끝냈지만,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계속 주가 등락의 주 재료가 되고 있다. 다음 달 분할 후 새로 상장되는 현대중공업도 현대로보틱스를 지주사로 한 지배구조 개편을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엄청난 자금이 들어가는 데다 경영 승계와 맞물려 있어 쉽지 않다는 게 전반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5월 대통령 선거에서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경제민주화 정책은 강해지고, 순환출자 해소 등 규제 방향이 오너의 지배력과 경영활동에 부담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기업은 오너의 경영권 승계, 계열사 간 사업 시너지 극대화, 법적 규제 등 크게 세 가지 이유로 지배구조의 변화를 결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주사 전환은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기업분할까지 이어지면 계열사 간 시너지 확대와 구조조정의 용이성 등 정성적인 요인도 주가에 긍정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어 만 기자는 LG투자증권과 우리투자증권에서 15년 동안 근무하면서 기업 분석과 투자 등에 관한 실무와 이론을 익힌 시장 전문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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