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케어’ 좌초 직격탄…통화가치 급등-주가 급락

[이코노뉴스=어 만 기자] 아시아 금융시장이 27일 ‘트럼프케어 철회’라는 직격탄을 맞아 휘청거렸다.

아시아 주요 통화가치는 약(弱)달러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에 급등세를 나타냈고 이와 맞물려 아시아 증시는 크게 떨어졌다.

엔화가치는 이날 오후 1달러당 110.37엔으로 뉴욕시장에서 전거래일인 24일(현지시간) 마감때보다 1엔 가까이 올랐다. 이는 지난해 11월 18일 이후 최고치인데 엔화가치가 1엔 가까이 오른 것은 근래들어 드문 일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트럼프케어'(미국보건법)의 의회 상정을 철회했다. 법안의 하원 통과를 위한 정족수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 아시아 금융시장이 27일 '트럼프 케어 철회'라는 악재를 맞아 크게 휘청거렸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오른쪽), 톰 프라이스 보건장관을 배석시킨 가운데 일명 '트럼프케어'의 의회 표결 철회를 밝히고 있는 모습. 워싱턴=AP/뉴시스

트럼프케어의 상정 철회는 미국 뉴욕증시의 랠리를 이끌었던 '트럼프노믹스'의 추진력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을 증폭시켰다는 점에서 아시아 증시에도 악재(惡材)로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이 탄력받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론도 확산되고 있다.

◇ 트럼프 정책 동력 떨어진다…‘약달러 지속’ 전망에 아시아 통화가치 급등

주요 국가 통화가치는 급등했다. 일부 시장 참여자들은 여기서 엔고 모멘텀이 쌓이면 오는 6월까지 엔화 가치가 2% 추가로 올라 달러·엔 환율이 108엔대를 기록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날 중국 인민은행(PBOC)이 위안화 기준환율을 달러당 6.8701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전일에 비해 0.21% 절상된 것이다.

유로 가치는 1유로당 1.0845 달러로 0.44% 올랐고 파운드가치는 1.2527 달러로 0.43% 상승했다.

원화 가치도 이날 다섯달여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9.80원(0.87%) 내린 1112.80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내렸다는 것은 원화가 달러화 대비 강세를 보였다는 의미다.

이는 종가 기준 지난해 10월10일 1108.4원을 기록한 이후 다섯 달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날 환율은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의 영향으로 7.6원 내린 1,115.0원에 출발해 등락을 거듭하다 장 마감에 들어가면서 낙폭이 확대됐다.

이같은 약달러의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규제완화, 인프라 재정비, 감세 정책 등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미국 대선 이후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엔화 가치가 하락했다.

일본 실질 이자율 상승도 엔화 강세 요인

그러나 두 차례 반(反)이민 행정명령이 법원의 제동으로 효력을 상실한 데 이어, 오바마케어 대체법안인 이른바 ‘트럼프케어’마저 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초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운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게 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1호 법안인 트럼프케어 불발로 그의 경제정책이 탄력받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발목을 잡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또 다른 정책인 '세제 개혁안'도 시험대에 올라서게 됐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부 장관은 세제 개혁안의 세부 조문을 다듬고 있으며 조만간 이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미 의회에서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 자료: 네이버금융 제공

민경원 NH선물 연구원은 "트럼프케어의 철회로 트럼프 대통령의 세제개편안도 국회에서 쉽게 통과될 수 있을까 의문이 생겼다"며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에 자극을 받아 원화와 엔화 등이 강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여기에 일본 실질 이자율이 상승하는 등 내부적 요소 역시 엔화 강세를 부추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시아 증시는 이날 일제히 급락했다.

이날 코스피지수가 그간 누적된 상승 피로감과 미국 트럼프 정책 불안감에 하락세를 나타내며 전일대비 13.29포인트(0.61%) 떨어진 2155.66으로 마감했다.

지난 23일 2172.72로 연중 최고치를 찍은 이후 지난 24일(-0.17%)에 이어 이틀 연속 하락한 것이다. 2160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 20일(2157.01) 이후 일주일 만이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1만8985.59를 기록, 전장 대비 1.44%가 빠져 지난주에 이어 큰폭으로 하락했다. 토픽스도 1524.39로 마감돼 전장 대비 1.3% 떨어졌다. 엔화 강세 영향으로 토픽스를 구성하는 33개 제조업 기업은 일제히 하락했다. 거래량도 지난달 9일 이후 가장 적었다.

중국 증시도 하락 마감했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3266.95를 기록, 전장 대비 0.08%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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