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 "중국에서 계속 사업하고 싶다“

[이코노뉴스=조희제 기자] 롯데그룹이 중국 법인을 살리기 위해 긴급 자금 수혈에 나섰다.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THAAD) 보복성 규제로 중국 내 롯데마트의 영업이 사실상 마비되자 3880억원 규모의 자금을 쏟아붓기로 했다. 신동빈(62) 회장은 "중국을 사랑하고, 중국 사업을 계속하고 싶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롯데그룹의 대표 회사이자 롯데마트를 운영하는 롯데쇼핑은 24일 오후 공시를 내고, 홍콩롯데쇼핑홀딩스에 1억9200만 달러(약 2300억원)를 추가 출자한다고 밝혔다.

홍콩롯데쇼핑홀딩스는 중국 롯데마트 법인과 롯데백화점 중국법인 등을 소유하고 있는 중간지주사 격의 법인이다. 롯데쇼핑의 중국 사업을 총괄하는 지주회사로 중국 롯데마트 법인들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에 따른 중국 내 반한 감정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경찰관이 지난 17일 중국 베이징의 한 롯데마트 정문 앞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베이징=AP/뉴시스】

이와 별로도 롯데마트 상하이(上海) 화둥(華東)법인인 '강소낙천마특상업유한공사'에 차입 등을 위한 예금담보로 이달 중 7억9200만 위안(약 1580억원)를 제공하기로 했다. 채권자는 싱가포르개발은행(DBS), 우리은행, 중국건설은행 등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롯데마트 중국 지점들의 매출이 영업정지로 발생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상품 매입과 임금 지급 등의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자금을 지원키로 했다"고 말했다.

원래 상품을 매입하면 15~30일 정도 기한을 두고 있으며, 물건을 판매하면 매입 대금을 치르는 구조인데 영업정지로 매입한 물건을 팔지 못해 운영자금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어 "롯데마트 등 한국 기업들이 사드로 인한 돌발변수로 중국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롯데쇼핑은 이른 시일 내에 사태가 안정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사드 불확실성 이어지면 ‘추가 지원’ 가능성

롯데그룹에 따르면 현재 중국 내 롯데마트 전체 지점(99개) 중 소방시설 점검 등을 통해 영업정지 처분을 받거나 매장 앞 시위 등 상황에 따라 자체적으로 휴점을 결정한 곳은 총 90개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현재 영업정지 중인 점포가 모두 한 달가량 영업하지 못한다면 롯데마트의 매출 손실규모가 약 1200억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반한(反韓) 감정에 따른 추가적인 피해를 고려한다면 향후 매출 피해액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적자 사업에 대한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중국의 롯데마트 추가 투자로 점포 폐쇄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감이 소멸할 수도 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은 지배구조 개선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업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돼 왔는데, 중국 마트에 큰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한 점은 아쉬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신용평가도 최근 롯데쇼핑과 관련된 보고서에서 투자규모 조절과 자산매각 등을 통한 재무구조 관리를 적기에 이루지 못할 경우 신용도 하향압력이 크게 상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드와 관련돼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계속된다면 실적 악화에 따른 자금지원이 다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롯데마트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중국 법인장을 모두 중국인으로 바꾸고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사드 사태 이후 롯데마트 한국 본사는 직원관리, 고객대응, 상품·홍보전략 등 모든 업무의 권한을 중국인 현지 법인장들에게 부여했다.

중국 법인장들은 실시간으로 변하는 현지 상황에 따라 담당지역 점포들의 대응 전략을 세우고 있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일부 중국 롯데마트 점포는 영업중단 후에도 '중국 친화적' 메시지를 담은 안내문을 붙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고 이번 사태로 현지 롯데마트 직원들의 동요가 큰 만큼 내부 소통도 강화하고 있다.

◇ 신동빈, “대중 관계 개선하는 새 대통령 나오길"

롯데는 중국 계열사들의 운영자금 확보를 위한 조치를 취하는 등 중국 시장을 지켜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만큼 중국에 대한 롯데의 애정이 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월 4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방재센터에서 진행된 ‘민관 합동 소방재난 대응훈련’에 참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신동빈 회장도 중국 사업을 축소하거나 철수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키워나가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밝혀 왔다.

신 회장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롯데)는 반드시 중국에서 계속 사업을 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중국을 '자신의 조상들이 살던 땅(the land of his ancestors)'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롯데그룹은 그동안 중국에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 중국과의 인연은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기 중국 진출은 롯데그룹의 모태인 롯데제과가 시작했다. 이어 2007년 롯데마트, 2008년 롯데백화점 등이 잇따라 진출했다. 현재는 24개 계열사에 120여개 사업장, 2만6000여명의 임직원을 두고 있다. 롯데는 "당장 수익을 거두지 못하더라도 향후 기업의 먹거리가 중국에 있다"며 유통·화학·관광 등 다양한 사업부문으로 영토를 넓혀 왔다.

롯데가 중국 진출에 쏟은 돈만 현재까지 10조원을 웃돈다. 연간 중국 매출 규모는 3조2000억원 가량으로 그룹 전체 매출 85조원의 3.8% 수준이다. 국내 면세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 매출도 중국인 관광객 비중이 80%이다.

신 회장은 인터뷰에서 사드 사태 이후 중국의 강력한 규제에 대해 "놀랐다.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양쪽(한중) 상황이 악화된 현재로서는 해답이 없다"고 답답해했다.

그는 "5월 9일 한국 대통령 선거에서는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롯데가 중국에서 사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새 대통령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롯데가 경북 성주의 성주골프장을 사드 용지로 제공한 것은 한국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롯데 입장에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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