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완화 긍정적 vs ‘암초 만나 악영향’

[이코노뉴스=어 만 기자] 대우조선해양을 살리기 위한 정부의 ‘구조조정 추진방안’은 은행주(株)에 호재일까 악재일까. 단기 충당금 부담은 상승하겠지만 중장기 불확실성이 완화될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수익성 개선 기대로 상승세를 탄 은행주가 암초를 만났다는 의견이 뒤섞인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불확실성 완화’에 좀 더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정부의 채무조정 방안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추가지원이 없고 손실 관련 불확실성을 털어냈다는 점에서 은행주의 주가 흐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평가다.

강혜승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24일 “은행들은 모두 대우조선을 요주의로 분류하고 단기 충당금 확대에 나설 것”이라며 “충당금 적립률을 70~80%까지 높인다면 당장 분기 실적에는 부담일 수 있지만, 향후 충당금 등 손실 인식이 제한적이어서 중장기 관점에선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 “추가지원 없고 불확실성 털어냈다”

앞서 정부와 산업은행은 23일 신규자금 2조9000억원을 지원해 경영정상화를 뒷받침한다는 내용의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 임종룡(오른쪽) 금융위원장과 이동걸 KDB산업은행장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이날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추진방안을 발표했다./뉴시스

추진방안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7000억원의 무담보채권을 80%는 출자전환(채권을 주식으로 바꿈)하고 나머지 20%는 만기를 연장해줘야 한다. 만기연장은 5년 유예 후 5년 분할 상환, 금리 3% 이내 조건을 제시했다. 사채권자 채무조정 등 이해관계자간 합의가 무산될 경우 법원의 사전회생계획제도(P-플랜)를 추진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또 대우조선이 배를 새로 수주할 때 필요한 선수금환급보증(RG)도 산업은행·수출입은행·무역보험공사 등과 적정 비율로 분담해야 한다.

증권사들은 은행들이 무담보채권 출자전환에 따른 감액손실이나 RG 등 지급보증에 대한 추가 대손충당금 적립 등의 부담은 있지만 우려할 만큼 큰 수준은 아니라고 봤다.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14일 기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하나은행이 7110억원으로 가장 많고, 국민은행(5240억원) 신한은행(3070억원) 우리은행(2340억원) 순이다.

이 중 대출채권은 하나은행이 4580억원, 우리은행은 1000억원, 국민은행은 990억원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 충당금 적립액은 하나금융 700억원, KB금융 600억원 등 적립률이 10~12% 수준으로 파악된다.

강혜승 연구원은 “대규모 출자전환이 예정된 만큼 은행들은 대우조선 익스포저를 개별평가해 적극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신용환산율을 감안하지 않고 단순하게 총 익스포저 대비 충당금 적립률을 20%까지 높인다고 가정하면 하나금융 720억원, KB금융 450억원, 신한지주 300억원의 추가 충당금 비용을 쌓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적립률을 70~80%까지 높인다고 가정하면 하나금융 4500억원, KB금융 3000억원대, 신한지주는 1000억원대까지도 추가 충당금 적립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강 연구원은 “은행 업종 주가는 최근 1년간 상승세를 시현하며 코스피 대비 아웃퍼폼(수익률 상회)했지만, 최근 주가가 하락하며 언더퍼폼된 상황”이라며 “대우조선 이슈가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 “은행주 랠리의 걸림돌 해소…긍정적”

그는 “중장기적으로는 대우조선해양 이슈 관련 불확실성이 줄어들 것”이라며 “중장기 투자로는 유망하다”고 전망했다.

신한금융투자도 "우려했던 신규자금 지원이 없었다는 점에서 은행주 랠리의 걸림돌이 해소된 만큼 시중은행 전체가 수혜주"라며 "특히 상장은행 중 채권단 내 비중이 가장 높았던 하나금융이 부담을 덜었다"고 평가했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중은행이 부담하게 될 출자전환 규모를 여신한도를 포함해 하나은행이 3600억원, KB국민은행 960억원, 우리은행 800억원, 신한은행 770억원, IBK기업은행 400억원으로 추정했다.

▲ 신한금융투자 제공

김 연구원은 "출자전환 주식 가치를 0으로 가정해도 올해 주당순자산가치(BPS=자본총계/발행주식수)는 하나금융이 -1.36%, 기업은행 -0.37, KB금융 -0.26% 등으로 영향이 매우 제한적"이라며 "우리은행의 경우 출자전환 대출에 대한 충당금 적립률이 100%에 달해 80% 출자전환시 200억원 환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IBK투자증권은 정부 방안에 대해 "은행주에 손실이 예상되지만 불확실성 해소차원에서 접근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출에 대한 신용등급은 요주의여신에서 변화가 없어 충당금 부담은 없다"며 "출자전환 시 대출금액보다 주식평가액이 작아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지난해 은행주가 주가 저점을 형성한 것도 대우조선 이슈였고 손실규모 구체화로 주가가 반등했다"며 "위험 규모나 추가지원 여부를 고려하면 불확실성이 상당히 감소했다"고 평가했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도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방안이 실현되면 시중은행은 출자전환에 따른 추가 비용이 발생하겠지만 이는 손실보다는 시스템 위험·추가 유동성 공급에 따른 우려가 완화된다는 점에서 긍정적 영향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이번 구조조정 방안은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이 당분간 정부의 책임 아래 정상적으로 이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은행 입장에선 긍정적 측면이 더욱 클 것"이라고 말했다.

◇ “대우조선 충당금 폭탄…상승랠리에 안개”

반면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시중금리 인상 가능성에 호황을 맞은 은행주가 ‘대우조선 충당금’ 폭탄을 맞으면서 상승랠리에 안개가 끼게 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출자전환과 대손충당금적립에 따른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충당금 추가 적립은 당기순익과 자기자본비율(BIS)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중은행들은 지난 2015년 10월 이후 대우조선에 대한 지원으로 이미 많은 충당금을 쌓아온 만큼 추가 충당금 발생은 자산 건전성 및 자본 적정성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 서울 중구 다동의 대우조선해양 본사/뉴시스 자료사진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거래 정지 중인 대우조선해양 주가가 출자 전환 뒤 하락하면서 평가손실을 입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미국 중앙은행(Fed)이 올해 첫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이후 시중금리가 당초 예상과 달리 하락세를 보이는 점도 은행주의 상승 여력을 낮추고 있다. 은행 대출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국고채(만기 3년) 금리는 이날 연 1.666%로 16일 이후 0.093%포인트 하락했다.

박진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금리 상승 속도가 예상보다 더딘 데다 대우조선 추가 지원이라는 악재 때문에 은행주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NH농협, KB국민, KEB하나, 신한, 우리 등 5대 시중은행의 대우조선 익스포저는 2조6000억원 수준에 달한다”며 “대우조선의 유동성 위기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추가 충당금 적립은 실적 하락의 리스크를 더욱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시중은행들이 대우조선에 대한 여신을 꾸준히 줄이는 등 미리 충격파를 줄여온 만큼 충당금이 반영된 1분기 이후 실적에 따라 주가 향방이 다시 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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