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김홍국 편집위원] 한국 기업들의 위기 상황이 심각하다. 미국과 중국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갈등 문제로 인해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이 발동됐고, 최대 교역국인 중국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 김홍국 편집위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도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앞세워 자국의 무역 적자 규모를 줄이겠다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미 무역 흑자국을 상대로 ‘환율조작국’ 지정 등을 위협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구속돼 있고, 1300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악의 가계부채와 청년실업 및 잿빛 경제전망 등 국내 경제 상황도 침체일로다.

국정 사령탑인 대통령은 뇌물죄 등의 혐의로 파면당한 뒤 구속됐고,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는 제19대 대선도 뜨겁게 달아오르는 비상상황이다.

지금 한반도의 봄은 봄이 아니다. 안보 위기, 경제 위기가 동시 다발적으로 덮친 데다 ‘4월 위기설’이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그러나 똑같은 업종인데도 어떤 기업은 영업이익이 급격히 떨어져 적자 지속의 불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반면 어떤 기업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승승장구하는 극명한 대조를 보이기도 한다.

결국 기업하기 나름이라는 이야기다. 기업에는 늘 위기상황이 닥쳐오기 마련이다. 아무리 조심하고 대비 시스템을 갖춰놓아도 위기상황은 내부에서건, 외부에서건 순식간에 발생하곤 한다.

많은 기업들이 매뉴얼을 만들고 위기관리 대응책과 시스템을 마련해놓고 있다. 문제는 매뉴얼이 있다고 해도 위기관리에 성공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점이다.

기업의 위기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최고경영자(CEO)의 초기 대처와 결단력, 즉 위기관리에 대한 대내외적 움직임에 대한 CEO의 리더십 여부다.

위기상황의 발생 단계, 전개 단계, 마무리 단계에서 드러나는 CEO의 얼굴 표정과 발언, 대외발표 및 임직원에 대한 메시지와 사내 비상상황 대처능력 여부는 중요한 변수가 된다.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불렸던 마스시타전기 창업주인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1894-1989)는 위기관리에 능숙했다.

마쓰시타는 기업 이윤의 원천은 인간에게 있다고 보고, 사람들의 잠재 능력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모든 종업원 능력을 마지막 1%까지 완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경영의 핵심이라 생각했고, 이를 위해 직원들이 안심하고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근무여건을 조성하는 데 힘을 쏟았다. 그래서 그는 사후에도 잊히지 않고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일본의 영웅이다.

▲ ‘마쓰시타 고노스케 경영의 지혜’ 시리즈 3권 마쓰시타 고노스케 지음 양원곤 옮김 청림출판 간/뉴시스 자료사진

1917년 시작했던 사업이 본격적인 확장을 하던 1929년 마쓰시타전기는 위기를 맞았다. 미국에서 대공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또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정부의 긴축 재정 및 불황 타개책으로 시민들은 사재기에 나서고, 다른 기업들은 직원 감축에 나서는 등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며칠에 걸쳐 고민을 거듭하던 마쓰시타가 직원들을 강당으로 불러 모았다. 직원들은 긴장했다. 그는 먼저 “직원은 감축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직원들은 다른 기업들처럼 해고와 임금 삭감 발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마쓰시타의 발언은 예측을 빗나갔다. 잠시 뜸을 들인 그는 “오늘부터 생산량을 줄여 과잉 재고와 자금 부족을 해소한다. 월급도 그대로 지급한다. 대신 모두 휴일에 재고품 판매에 힘쓴다”고 선언했다.

그는 다시 한번 월급 전액 지급을 약속하며 소비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자고 직원들에게 역설했다. 감동한 직원들은 휴일을 잊은 채 고품질 제품의 생산에 나섰고, 자발적으로 가족들까지 제품 판매에 나섰다. 두 달 만에 재고가 소진되고 공장은 정상 상황으로 전환됐다. 열정과 진정성 가득한 리더십이 빛을 발한 셈이다.

※ 김홍국 편집위원은 문화일보 경제부 정치부 기자, 교통방송(TBS) 보도국장을 지냈으며, 경기대 겸임교수로 YTN 등에서 전문 패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MBA(기업경영)를 취득했고, 리더십과 협상에 관한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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