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임태형 대기자] 코카콜라는 지구온난화로 서식지를 잃어가는 북극곰을 보호하기 위해 ‘Arctic Home’ 캠페인을 펼쳤다.

이는 기업사회마케팅(Corporate Social Marketing)이라고 볼 수 있는데, 소비자들이 포장지 안에 새겨진 코드를 문자 메시지로 전송하면 해당 캠페인에 참여하며 기부를 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다.

▲ 임태형 대기자

소비자들이 1달러를 기부할 때마다 코카콜라는 WWF(세계야생동물기금·World Wildlife Fund)에 200만 달러까지 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코카콜라는 소비자의 반응이 약하더라도 최소 100만 달러까지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코카콜라의 경우도 ‘좋은 음료 보급’이라는 브랜드 코즈(Brand cause)와 상관없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심각한 환경문제를 제시해 소비자의 공감과 동참을 얻어내는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모든 공익연계마케팅(Cause Related Marketing)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사업의 cause(원인, 이유)와 공익을 제대로 연계하지 못해서, 대중의 공감을 얻어내지 못해서, 참여방식이 까다로워서 등의 원인으로 실패한 사례 또한 적지 않다.

2010년 KFC는 ‘Pink Bucket’ 한 통이 판매될 때마다 50센트씩 유방암 예방을 위한 기금을 코멘(Komen)유방암협회에 기부한다고 홍보했다.

그러자 곧바로 대중의 비난이 쏟아졌다. “유방암 예방을 위한 기금을 기부하기 위해 비만을 불러오는 짜고 기름기 가득한 튀김옷을 입힌 닭고기를 먹으라고 하다니…” 미국내 5000개 매장에서 대대적으로 실시하면서, 실제 목표액의 절반인 400만 달러 이상의 기금도 모았지만 KFC와 해당 NGO(비정부기구)는 범죄마케팅이라는 오명을 쓰고 중도에 막을 내려야 했다.

대의마케팅(Cause Promotion)은 위선과 불분명함으로 인해 실패할 수 있다. 사회적 책임 문제로 여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기업이라면 이러한 공익연계마케팅을 하더라도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기가 쉽지 않다.

“모아진 돈은 좋은 일에 쓰겠습니다”라는 막연하고 구체적이지 않은 기금의 용도는 소비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한다. 성공한 공익연계마케팅을 보면 돈의 사용 목적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최근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관련 이슈는 CSV(Creating Shared Value·공유가치창출)로 쏠리는 듯하다.

▲ 국가대표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단이 코카콜라의 상징인 폴라 베어(Polar Bear·북극곰)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코카콜라=뉴시스 자료사진

사회적 가치와 경영적 가치를 동시에 거둘 수 있는 사회적 책임 활동의 한 방법으로 소개되고 있는 CSV는 대의마케팅과는 달리, 기업이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연결된 수많은 하청 기업들과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인권, 환경, 건강 문제 등에 주목하고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매출이나 품질 향상과 같은 경영적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어떤 기업들은 CSV를 기존의 사회적 책임과 사회공헌을 대신할 대체재로 여기는 경향이 있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기부도 필요로 하고 단순한 노력봉사나 재능봉사도 필요로 하고 있다. CSV는 대체제가 아닌 보완재로서, 기존의 사회적 책임 활동의 효율과 시너지를 높이는 역할을 해야 한다.

기업들은 사회공헌의 새로운 트렌드(New Trend)와 사회적 책임활동의 새로운 전략에 대해 끊임 없이 질문을 한다. 이에 대한 대답으로 마케팅과 사회공헌을 접목한 대의마케팅과 CSV를 소개하였지만 변함없는 전제는 기업의 기본적인 책임, 즉 거짓 없이 룰과 규칙을 지키며 이익을 추구하는 책임경영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적, 법적, 윤리적 책임의 기초 위에 자선적 책임(사회공헌)을 하지 않으면 기대하는 사회공헌활동의 효과를 얻을 수 없으며, 오히려 위선이라는 꼬리표를 하나 더 붙일 수도 있는 것이다.

21년 전인 1996년, 나이키의 재재하청 기업인 방글라데시의 한 공장에서, 12세 소년이 흙바닥에 앉아 나이키 공을 만드는 사진 한 장이 나이키를 부도덕한 기업으로 만들었지만 각고의 노력 끝에 지금은 그 어느 기업보다도 사회적 책임을 준수하는 기업으로 신뢰와 명성을 되찾았다.

▲ 서울광장에서 열린 나이키 우먼스 하프마라톤에서 여성 참가자들이 출발을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불매운동에 시달리고 매출감소, 주가 폭락의 어려움을 겪었으며 다시 회복하는데 5년의 시간을 필요로 했다. 1989년 엑손발데즈의 알래스카 기름유출 사건도 이전의 활발한 자선활동, 사회공헌활동을 무색케 하며 기업을 어려움에 빠뜨렸지만 회복을 위한 노력의 과정 속에서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경영 전반에 반영하는 계기가 되었다.

선진기업들은 시행착오를 통해 이미 오래 전에 사회적 책임 없는 사회공헌활동의 문제를 인식했으며, 선의로만 사회공헌활동을 할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사회공헌은 사회적 문제 해결, 사회의 발전적 변화를 추구하고 동시에 경영적 성과도 얻을 수 있는 실리를 추구해 온 결과 지금의 모습으로 발전하였다.

해외 선진기업은 홍보용 과시용의 사회공헌에서 벗어나 기업의 문화로 자리잡으면서 요란하지 않지만 더 큰 성과와 울림이 있는 사회공헌을 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하자. 사회적 책임과 사회공헌에서도 종종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겪어본 고수의 기를 배워봄직 하다.

※ 임태형 대기자는 삼성사회봉사단 창설 멤버(차장)이며 KT사회공헌정보센터 소장을 역임하는 등 30년 가까이 기업 현장에서 사회공헌활동을 연구하고 실천한 CSR 전문가입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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