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한창환 춘천커피통 대표] 커피와 차(茶)는 세계인이 즐기는 대표적인 기호음료다. 두 음료는 서로 나름의 특성이 있지만 공통점도 적지 않다.

차는 차나무의 찻잎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가공하기 때문에 그 법제(法製)도 천차만별이다.

▲ 한창환 대표/월간 커피앤티 제공

이에 비해 커피의 법제는 커피나무에서 얻어진 열매의 씨앗을 볶아서 커피를 만드는 비교적 단순한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그렇지만 음료가 되기 위한 추출 방법은 차보다 커피가 다소 많은 편이며 응용 음료도 차에 비해 커피가 상대적으로 많다.

이렇듯 차와 커피는 각각의 법제와 추출이 판이하게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음료가 지향하는 목적은 매우 유사한 점이 많다.

그 첫 번째가 사람의 건강을 도모하는 유익한 약리적 기능에 있고, 다음은 사람의 마음을 다스리는 정신 정화적 기능에 있다.

이런 기능을 인류가 오래 전부터 응용했다는 사실을 담은 역사적인 기록과 문헌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먼저, 문자에 의한 커피 기록은 서기 900년경 이란인 라제스가 최초라고 한다. 원래 의학자인 그는 의학은 물론 자연과학, 수학, 화학(연금술), 논리학, 철학 등 다방면에 걸쳐 많은 저서를 발표했다.

라제스는 커피의 약리 효과를 인정했으며 실제로 야생커피의 종자에서 볶아 추출한 황갈색의 커피를 환자에게 먹였다고 전해진다.

그가 남긴 문헌에는 “커피에는 소화나 강심, 이뇨의 효과가 있다”라고 하는 상세한 임상 결과가 남아 있다. 이것이 커피에 관한 가장 귀중한 초기의 문헌이라고 한다.

이후, 이슬람교도 의사인 아비센나(980~1037)도 “뜨거운 커피가 신체 각부를 강화하고 피부를 맑게 한다”라고 커피의 의학적인 효능을 기술하고 있다.

커피는 이 같은 의사들의 기록과 그 효능으로 말미암아 후세에도 단순한 음료에 머물지 않고 약이라고 간주되었다.

중국 당나라 시대의 문인 육우(陸羽, 733~804)가 지은 다경(茶經)을 보면 인류 최초로 차를 마신 사람이 신농씨염제(神農氏炎帝)였다고 한다.

세계 최초의 차 전문서 다경을 집필한 육우는 다성(茶聖) 혹은 다신(茶神)이라 일컬어진다

▲ 서울 중구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열린 한 다도 프로그램에서 강사가 다도 시연을 하고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신농씨는 처음으로 음식을 불에 익혀 먹는 방법을 세상에 전하기도 했으며, 온갖 초목을 헤치고 다니며 수 백종의 식물을 맛보아 약초를 찾아내었다.

하루에 칠십 여 가지씩 풀잎, 나뭇잎을 씹어 그 효용을 알아보다가 독이 심한 것을 맛보고 중독이 되었는데 그 때 찻잎을 씹었더니 그 독이 사라졌다고 한다.

그로부터 신농씨는 찻잎이 해독의 효용을 지니고 있음을 알고 이를 세상에 널이 알렸다고 한다.

또한 중국 전국시대의 전설적인 명의인 편작(編鵲)의 아버지는 8만 4천건의 약 처방을 알고 있었는데, 그 중에서 6만 2천건은 아들 편작에게 전수했고 나머지 2만 2천건은 차나무로 남겼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그 만큼 차나무의 약리적 효능은 신묘하고 비방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예로부터 차를 약용으로 마신 사례가 경남 지방의 민요로 전해 내려온다. 초엽 따서 산전께 주고 / 중엽 따서 부모께 주고 / 말엽 따서 남편께 주고 / 늙은 잎은 차약(茶藥)지어 / 봉지 봉지 담아두고 / 우리 아이 배 아플 때 / 차약 먹여 병고치고 / 무럭무럭 자라나서....... (중략)

이 같이 커피와 차의 약리적 효능에 관한 문헌들은 수도 없이 많다.

시대가 흘러 이 음료들이 대중화되면서 약리기능 또한 임상연구 등 구체적인 과학적 접근 방식을 통해 속속 입증되는 동시에 재해석되고 있는 점도 흥미롭다.

※ 한창환 춘천커피통 대표 약력

- 커피제조회사 (주)에소 대표 역임

- 고려대 평생교육원 '커피마스터과정' 책임교수(2006년)

- (주)스타벅스커피코리아 바리스타 자격검정 심사위원

- 에스프레소 콜리아 바리스타 스쿨 자문위원(2008년~2012년)

- 연세대 미래교육원 우수강사상 수상(2008년, 2010년)

- 엔제리너스 월드바리스타 그랑프리 심사위원(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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