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가 창립 이래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 체제의 시작을 알리며 글로벌 시장 개척에 나선다.

네이버는 17일 오전 경기도 분당 본사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한성숙 대표 내정자를 신임 이사로 선임했다. 오후에 열린 이사회에서는 한 내정자를 대표로 추대했다.

▲ 한성숙 네이버 신임대표/뉴시스 자료사진

한 대표는 엠파스 검색사업본부장 등 IT업계에서 다양한 경험과 역량을 쌓은 뒤 2007년 네이버에 합류해 모바일 시대에 맞는 네이버 신규 서비스 전반을 총괄해왔다.

2009년 4월부터 재임한 김상헌 현 대표는 한 신임 대표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경영 고문으로 물러난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이사회 의장은 유럽·북미 시장 개척에 매진하기 위해 의장직에서 내려온다.

차기 의장은 변대규 휴맥스홀딩스 회장이 맡는다. 이날 한 대표와 함께 이사진에 합류한 변 회장은 이사회 결정에 따라 의장직을 맡게 된다.

변 회장은 디지털 셋톱박스로 시작해 비디오 및 브로드밴드 게이트웨이로 글로벌 성공신화를 쓴 벤처 1세대의 상징적 인물로 꼽힌다. 벤처기업협회 부회장, SK텔레콤 사외이사, 한국과학기술원 사외이사, 포스코 사외이사 등을 지냈다.

외부인이 이사회 의장을 맡는 것은 국내 IT 업계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네이버와 국내 포털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는 카카오의 경우만 해도 김범수 창업자가 같은 날 의장직을 연임했다. 넷마블게임즈·엔씨소프트도 창업자가 의장을 맡고 있다.

포털 다음의 창업자 이재웅씨는 이번 네이버 이사회 개편 소식을 듣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경제의 새로운 모범"이라고 호평하기도 했다.

네이버의 파격적인 행보는 향후 5년간 인공지능(AI), 자율주행, 기계번역, 로보틱스 등에 5000억원을 투자해 '차세대 먹거리'를 확보하겠다는 청사진이 내포해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부터 기술 플랫폼 기업으로 변모하는데 집중하며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현재 인공지능 가상비서 서비스를 개발 중이며, 올해 상반기 중 AI 스피커 '웨이브(WAVE)'를 출시할 계획이다.

특히 라인과 함께 인공지능 플랫폼 'Clova(CLOud Virtual Assistant, 클로바)'를 출시할 예정이다. 음성인식 AI 엔진, 비주얼인식 AI엔진, 대화형 엔진 등 다양한 AI 기술들이 총 집결된 통합 AI 플랫폼이다.

클로바는 주로 음성에 초점 맞춰져 있는 AI 플랫폼에서 나아가, 인간이 오감을 활용하는 것처럼 폭넓은 감각을 인지하는 플랫폼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 서비스, 디바이스 파트너와의 에코 시스템을 구축하고 플랫폼을 확장해 나갈 방침이다.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의 가세로 경쟁체제가 형성된 인공지능 통번역 앱 시장에서 인공신경망 번역(NMT) 방식을 적용한 통번역 앱 '파파고'를 앞세워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 대표는 지난 1월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파파고는 스페인어, 프랑스어, 인도네시아어, 태국어, 중국어 번체, 베트남어 등 6개 언어가 새롭게 추가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파파고는 한국어와 영어, 중국어 간체, 일본어를 지원하고 있다. 출시 4개월 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기도 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4분기에 매출 1조850억원, 영업이익 2903억원을, 2016년 매출은 4조226억원, 영업이익 1조1020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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