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이육원 박약회 사무총장] 필자는 중국 알리바바 마윈(馬雲) 회장의 인생역정이 ‘백전백패(百戰百敗)’의 실패로 점철됐다는 뉴스를 보고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최고의 갑부가 성공만 했다면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겠지만 하는 일마다 실패했다는 말은 ‘어라, 그런데 어떻게 짧은 시간에 중국 최고 갑부가 되었지’라는 궁금증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올해 53세인 마윈 회장은 15년 전 처음으로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세빗(CeBIT)에 참가했을 때만 해도 물건을 팔기 위해 작은 부스를 차지한 중소기업인에 불과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세빗은 세계적 규모의 정보통신기술 전시회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전 세계 ICT(정보통신기술) 업계를 쥐락펴락하는 거인으로 우뚝 섰습니다. 중국인들에게 그는 가장 닮고 싶어하는 인물 중 1위, ‘경제의 신’으로 떠받들어지고 있습니다.

마윈이 ‘성공신화의 아이콘’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력을 자세히 살펴보면 한마디로 ‘한 번의 성공, 백 번의 실패’의 삶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월급 1만5000원의 영어강사에서 일약 중국 최고의 갑부로 떠오른 과정에서 그는 무수히 많은 실패를 맛봤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오히려 ‘실패신화의 아이콘’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 마윈 알리바바 그룹 회장이 지난 2015년 5월 19일 서울 중구 하얏트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알리바바=뉴시스 제공

그는 1964년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서 배우 부부의 아들로 태어났는데, 학창 시절 수학을 잘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고등학교 입시에 낙방해 재수했고 대학은 두 번씩이나 떨어졌습니다. 3수 끝에 항저우사범대에 들어갔고, 미국 하버드대에는 10번이나 낙방하였다고 합니다.

외모는 어떠합니까. 162cm의 왜소한 키에 얼굴은 비호감입니다. 그러니 면접 때마다 시쳇말로 숱하게 물을 먹었습니다. 경찰관 임용시험에 5명 중 유일하게 낙방했고, 25명이 응시한 KFC 매장매니저 면접시험에서도 마윈만 혼자 떨어졌습니다.

그후 그는 중국에도 인터넷 시대가 열릴 것을 예상하고 각종 인터넷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순탄치 않았습니다.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그는 컴퓨터 기술에 대해 전혀 몰랐고, 경영자로서의 수업도 제대로 받은 적이 없었습니다. 당연히 실패는 예정된 길이었습니다.

이 모든 실패를 극복할 수 있게 해준 힘은 ‘I can do! 열정’과 ‘미래에 대한 꿈’, 두 가지였습니다. 그는 영어를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남달랐습니다.

영어를 배우려고 12세 때부터 9년간 매일 아침 일찍 자전거를 타고 45분이나 걸리는 항저우호텔로 가 지나가는 외국인을 무작정 붙들고 무보수로 도시를 안내해 줬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그 열정은 마침내 기회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그가 사업을 그만두고 무역회사에서 일할 때 우연히 한 외국인에게 만리장성을 안내하라는 지시를 받았는데, 그 외국인이 야후 창업자인 제리 양이었습니다. 관광가이드를 하며 제리 양과 맺은 꽌시(關係·관계)는 야후로부터 2004년 10억 달러를 투자받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마윈은 1999년 8500만원으로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를 창업할 때만 해도 계약을 제대로 성사시키지 못하는 등 폐업의 위기에 처했습니다. 그러던 중 2000년 일본의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으로부터 200억원을 투자받아 오늘의 알리바바로 성장시켰습니다.

알리바바는 2014년 뉴욕증시에 상장되자마자 시가 총액이 2314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페이스북, 아마존닷컴, IBM을 추월하는 세계의 공룡기업이 된 것입니다.

▲ 이것이 마윈의 알리바바다!/뉴시스

이처럼 마윈의 삶은 성공보다는 실패의 시간이 훨씬 더 길었습니다. 마윈 회장은 “내가 성공할 정도이니 중국인의 80%는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까지 했습니다. IT 성공의 축배를 너무 일찍 터뜨린 우리나라 기업들에게는 모골이 송연해지는 말입니다. 앞으로 중국의 힘이 어디까지 커질지 상상이 안 될 정도입니다.

이런 중국의 젊은이들에게 마윈은 설파합니다. “35세 때까지 여전히 가난하다면 누구도 탓할 수 없다. 그건 바로 당신 자신의 탓이다.”

부모의 잘못도, 나라의 잘못도 아니라 문제는 자기 자신에게 있다는 말입니다. 선현들이 강조하신 ‘행유부득 반구제기(行有不得 返求諸己)’를 떠올리게 합니다. 이 세상에는 무수한 삶이 펼쳐집니다. 그중에 어떤 이는 성공을 하고 어떤 이는 실패합니다. 그것을 가르는 요인은 무엇일까요. 마윈은 그 해답의 실마리를 던집니다. 성공하는 비법이 아니라 실패하는 비법을 통해서 말입니다.

“첫째, 기회에 대해 조급히 근시안적으로 접근한다. 둘째, 기회를 소홀히 취급한다. 셋째, 기회를 알아도 행동으로 못 옮긴다. 넷째, 실패하면 쉽게 포기한다.”

100번 넘어질 준비, 수없이 거절당하고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살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사람은 창업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인터넷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꿈을 꿨는데 그 비전이 성공의 씨앗이 되었다. 돈만 있으면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실패의 시작이다.”

마윈의 말처럼 성공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비전과 꿈입니다. 성공은 수많은 실패의 토양에 서 열정의 햇빛을 받고 꿈을 자양분 삼아 싹을 틔우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가정교육 현실은 어떠한가요? 우리들은 자녀가 공부를 못한다면, 또 대학에 낙방한다면, 면접에 떨어져 취직하지 못한다면, 창업해 돈을 까먹는다면 조급하게 실패자로 낙인 찍습니다. 마치 한 번 실패했다고 영원한 낙오자로 추락한 양 안절부절 못합니다. 삶을 길게 보고 기다려 줄 줄을 모릅니다.

더 심각한 것은 우리는 자녀의 꿈이 뭔지도 모른 채 우리 자신의 헛된 꿈을 자녀들에게 강요해 대리만족을 느끼려고 합니다. 이는 아이들로 하여금 정작 중요한 자신들의 꿈을 갖지 못하도록 부모가 막는 것입니다.

이제 마윈의 백전백패에서 배워야 합니다. 우리는 자녀가 행복해지려면 그들에게 올바른 인성과 꿈과 열정을 갖게 해야 합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열정을 갖고 추진한다면 우리의 삶과 사회를, 국가를 행복하게 바꿀 수 있을 것입니다.

 

※ 박약회는 우리 고유의 유학 문화를 연구·계승하며, 이를 현대화·생활화해 선현의 숭고한 이념을 오늘에 되살려 실천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사단법인입니다. 퇴계학 연구와 인성교육 등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저작권자 © 이코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