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김홍국 편집위원] 경제계의 리더인 최고경영자(CEO)는 늘 사회의 주목을 받는다.

CEO는 자신의 경영철학과 방침, 사업전략을 기자회견, 토론회, 국내외 행사 참석, 인터뷰 등을 통해 전달한다. 바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 김홍국 편집위원

과거처럼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명령하는 방식과 달리 21세기 현대사회에서는 직원 및 소비자와의 소통과 대화, 토론이 중요하다. 21세기형 리더십의 핵심 요소다.

CEO는 수시로 직원들과 소비자, 사회에 상징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특히 기자회견이나 인터뷰를 통해 경영철학과 기업의 가치 및 이념을 때로는 직설적으로, 때로는 은유적으로 발신하곤 한다.

‘가치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세계적인 투자자 워렌 버핏의 상징은 경매점심이다. 버핏은 2000년부터 매년 경매를 통해 자신과 점심을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2016년 점심경매는 무려 350만 달러(약 40억 원)에 낙찰됐다. 그는 이 경매비용을 모두 불우한 사람들을 위한 자선활동에 기부한다. 대략 3시간 남짓한 그와의 점심식사에 40억 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자리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줄을 선 이유는 무엇일까?

자칫 고액 점심이자 경매라는 일회성 낭비 성격의 이벤트라는 비난을 살 수 있는 이 행사는 버핏이라는 CEO가 주최하기에 선망의 자리가 되곤한다. 이처럼 CEO는 상징적인 사건, 메시지, 행동이나 패션 등을 통해 기업경영의 철학과 가치를 전하면서, 자신과 기업을 널리 알리는 메신저 역할을 해야 한다.

정주영 회장…씨름-‘도전정신’, 소떼방북-‘통일 열정’

오늘 21일 16주기(周忌)를 맞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우리나라에서 상징물을 잘 쓴 대표적인 CEO로 꼽힌다.

정 회장은 1915년 이북 땅인 강원도 통천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현대그룹을 창업하고 세계적인 회사로 키운 자수성가의 아이콘이다. 도전을 망설이는 직원들에게 던진 “이봐, 해봤어?”라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상징은 ‘씨름’과 ‘소’였다. 그는 창업 초기부터 매년 여름 신입사원 수련대회에 참가해 젊은 사원들과 씨름을 하고, 배구, 달리기 등을 함께 하면서 ‘하면 된다’ ‘당신 해봤어?’라는 도전정신을 기른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사원들과 어울려 씨름하는 것을 좋아했고, 행사 때마다 씨름대회를 열곤했다. 그는 힘과 지혜, 기술을 겨루는 씨름을 통해 경쟁자끼리 땀 흘리며 의기투합할 수 있다며 옷을 벗어젖히고 젊은 사원들과 대결하곤 했다.

그는 힘과 기술이 뛰어나 젊은 장사들도 배지기 한 판으로 모래사장에 내리꽂곤 할 정도로 좋아했고, 그 과정에서 익힌 씨름의 철학을 통해 어떤 상황도 돌파하는 도전정신과 불굴의 투지를 익히기도 했다.

▲ 지난 1998년 6월 소떼 방북 당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판문점을 통해 한국으로 돌아오고 있다./정주영 사이버박물관 제공

노년에는 소떼방북이라는 초대형 장관을 연출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는 83세 때인 1998년 6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소떼 1,001마리를 이끌고 판문점을 넘어 북한을 방문했다.

그는 1998년 6월 16일 트럭 50대에 500마리의 소떼를 싣고 판문점을 넘었다. 이날 오전 임진각에서 정주영 회장은 “이번 방문이 남북 간의 화해와 평화를 이루는 초석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감격에 겨운 출정사를 밝혔다.

정 회장의 소떼 방북은 남북 민간교류의 물꼬를 트는 기념비적 사건으로, 분단 이후 민간 차원의 합의를 거쳐 군사구역인 판문점을 통해 민간인이 북한에 들어간 첫 사례였다.

당시 이 장면은 미국의 뉴스 전문 채널인 CNN에 생중계되면서 전 세계를 놀라게 했고, AP통신 등 외신들도 분단국가인 남북한의 휴전선이 개방된 세기의 이벤트라고 보도했다.

프랑스의 문명비평가인 기 소르망은 이를 가리켜 '20세기 최후의 전위예술'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정주영의 소떼 방북은 세계사적 사건이었다. 한국 경제사를 써나간 거목의 상징은 늘 인상적이었고, 국민들의 사랑과 관심을 모으곤 했다.

※ 김홍국 편집위원은 문화일보 경제부 정치부 기자, 교통방송(TBS) 보도국장을 지냈으며, 경기대 겸임교수로 YTN 등에서 전문 패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MBA(기업경영)를 취득했고, 리더십과 협상에 관한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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