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조희제 기자] 롯데그룹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 제공과 관련해 중국 측의 보복 조치가 잇따르면서 롯데그룹을 비롯한 중국 진출 국내 유통업계는 물론 국내 여행업계까지 타격을 입고 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언론들은 연일 '롯데 때리기'에 나서면서 소비자 불매운동을 부추기고 있어 중국 내 반한(反韓) 감정도 극심해졌다.

▲ 중국 당국이 사드배치와 관련해 한국 단체관광을 전면 금지한 가운데 3일 오전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가이드들이 여행객들을 기다리고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롯데그룹 중국 홈페이지가 지난달 28일 해킹당해 현재까지도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이며, 롯데면세점 모든 사이트가 디도스(DDos)공격으로 3시간여 마비되는 피해를 입기도 했다.

산둥(山東)성의 칭다오(靑島) 검험검역국은 최근 롯데제과 요구르트 맛 사탕에서 금지된 첨가제가 적발·소각 조치했으며, 롯데마트 중국 매장 중 절반이 넘는 55개 매장에서 소방법 위반 등의 이유로 영업 정치 처분을 받았다.

이밖에 면세점, 화장품, 식음료, 관광 등의 업계에서도 크고 작은 피해가 이어지면서 업계 전반으로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 롯데…해킹피해부터 통관 중단 수출 지연까지

롯데그룹에 따르면 1994년 중국에 첫 진출한 이후 최대 위기 상황이다.

롯데그룹은 지금까지 중국에 약 10조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해왔다. 이를 통해 톈진(天津), 웨이하이(威海) 등에서 백화점 5곳, 롯데마트 112개, 롯데리아 18개 등 총 22개 계열사에서 120여개 사업장, 2만6000여명의 임직원을 두고 있다.

여기에 식품 및 화학계열사인 롯데제과·롯데칠성·롯데케미칼·롯데알미늄 등도 모두 중국 내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때문에 롯데그룹은 사드부지 제공에 따른 어떠한 입장 표명도 하지 않았지만, 사드 배치 부지가 경북 성주군 성주골프장으로 확정되면서 중국 내에서는 불매 운동을 시작으로 다양한 보복 조치의 타겟이 되고 있다.

지난달 28일부터 사이버 공격을 받고 있는 롯데의 중국 홈페이지는 현재까지도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다. 지난 2~3일에는 롯데면세점 국내 및 모든 언어 인터넷면세점 홈페이지도 디도스 공격으로 접속 장애 문제가 발생한 바 있다.

중국 내 반한 시위가 계속되면서 중국 롯데백화점 매출은 사드 배치 전 대비 15% 가량이 감소했다. 중국 롯데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4분기 매출이 11.8% 증가, 올해 큰 성과를 기대했지만 사드 악재가 중국 사업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지난 2일부터는 롯데그룹 계열사 중 하나인 롯데칠성 음료 제품의 중국 수출에 대한 현지 통관이 중단되면서 지연되고 있다.

그동안 서류 미비일 경우 관련 서류를 추가해 제출하면 통관이 가능했으나, 최근 사드 보복 조치 등으로 통관 및 검역이 강화돼 현재까지도 통관 절차가 진행되지 않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롯데가 중국사업 철수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유커 비중 절대적' 면세업계, ‘존폐 위기’

중국 비중이 절대적인 면세업계와 화장품 업계에서는 마땅한 대책이 없어 발만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은 804만여명으로 이중 개별 여행객과 단체 관광객은 6대4의 비율을 이뤘다. 단순히 산술적으로만 따진다면 여행사를 통한 방한 중국 관광객은 이중 60~70%다.

면세업계 1위 롯데면세점의 경우 지난해 소공동 롯데면세점 본점에서 3조16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중 중국인 관광객의 매출은 2조6000억원으로 80%가량을 차지한다.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장충동 신라면세점도 지난해 매출 1조4000억원 중 70~80%가 중국인 관광객이었다.

그나마 대형 면세점의 경우는 어느 정도 타격을 예상하며 버텨낼 수 있지만 지난해 오픈한 신규면세점의 경우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HDC신라면세점과 신세계DF 등 흑자 전환한 업체들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신규면세점은 낮은 매출과 적자 운영 등으로 존폐 위기다.

여행사 및 호텔업계 등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국내 대형 여행사들은 주요 고객층이 아웃바운드 여행객이라 큰 영향은 없지만, 국내에서 유커들을 상대로 하는 중소 여행사의 경우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호텔업계도 단체 관광객의 비중이 높지 않은 특급호텔의 경우 당장의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6~10만원 대의 중소 비즈니스 호텔들은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최근 유커들의 급증으로 국내 및 외국계 비즈니스 호텔이 잇달아 오픈하면서 새로 문을 여는 신규 호텔의 수익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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