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주자, 실현가능한 사회보험 정책부터 밝혀야

이영운 기자l승인2017.03.08l수정2017.04.2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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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뉴스 칼럼=이영운 기자] 건강보험이 2023년이면 모든 적립금이 소진될 전망이라는 정부의 발표는 충격적이다.

7일 정부가 내놓은 '2016~2025 8대 사회보험 중기재정추계 결과'를 보면 그동안 막연하게 느껴온 사회보험 대란이 눈앞에 닥친 현실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일반 국민은 물론 정부도 이 같은 위험을 이미 감지해 왔다. 정부는 지난 2015년 12월 장기재정전망을 발표하면서 건강보험의 경우 2022년 적자로 전환해 2025년 적립금이 고갈될 것이라 예측했다.

▲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5일 서울 중랑구 신내동 보호자 없는 환자안심병원인 서울의료원을 찾아 의료원 관계자, 환자, 보호자 등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그러나 이번 중기추계를 통해 건강보험의 경우 내년부터 적자로 전환해 2023년에는 적립금을 모두 소진할 것으로 예측했다. 적자 시기는 4년, 고갈 시기는 2년 앞당겨졌다. 급속한 인구 고령화에 따라 앞서 내놓은 전망보다 적립금 고갈과 대규모 적자 속도가 훨씬 빨라지고 있다.

실제 노인 의료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건강보험은 당장 내년부터 적자로 돌아선다. 현재 21조원에 달하는 적립금은 6년 후 완전히 바닥을 드러낸다. 한 해 8.7%씩 불어나 2024년이 되면 지금의 두 배 가까운 100조원에 이를 건보 지출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막막하다.

고용보험은 3년 후 적자로 돌아서고, 장기요양보험은 3년 후 적립금이 완전히 소진된다.

국민연금의 경우 711만명에 달하는 베이비붐 세대(현재 55세~63세)가 이 기간 수급자층에 전면 진입함에 따라 전체 사회보험중 가장 높은 연평균 10.7%인 증가율을 보이며 17조7000억원이던 지출이 44조4000억원으로 2.5배 늘어난다.

이같은 지출 증가 속도를 보면 지금의 연금 체계는 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별로 없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도 적자폭이 늘어날 전망이다. 이들 연금은 이미 적자상태인데 재정수지가 빠르게 악화돼 당기적자가 지난해 3조8000억원에서 2025년 9조7000억원으로 3배 가까이 불어난다. 나라살림에 큰 짐이 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고령화와 저성장의 충격과 함께 출산율 감소로 3년 안에 심각한 부실을 드러낼 우리나라 사회보험 체계는 더 늦기 전에 대대적인 수술을 통해 지속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선진국들에 비해 빈약한 지금의 사회안전망을 유지하는 것조차 불가능해진다.

사회안전망이 흔들리면 정치·사회적 혼란이 증폭되고 성장잠재력이 떨어지며 이는 다시 안전망을 무너뜨리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4대 연금인 국민연금·사학연금·공무원연금·군인연금과 4대 사회보험인 건강보험·장기요양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을 통칭하는 사회보험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물론 경제 성장세의 둔화로 사회보험이 재정 압박을 겪는 것은 다른 선진국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래서 복지로 이름난 북유럽 국가에서도 더 내고 덜 받는 식으로 복지 개혁을 한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복지 지출을 가파르게 증가시키면서도 재정 부담을 줄이는 힘든 작업은 외면해 왔다.

더 큰 문제는 예고된 재앙이 닥쳐오고 있는데도 그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정치적 리더십이 안 보인다는 점이다.

지금 같은 저부담·고급여 체계의 사회보험을 적정부담·적정급여 체계로 바꾸는 개혁을 서두르지 않으면 큰 재앙을 부르게 된다. 그런데도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서 정치권은 팔짱만 끼고 있다.

대선 주자들이 쏟아내는 복지공약도 사회보험의 고갈 시기를 더 앞당길 우려가 크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치매 국가책임제,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기초노령연금 급여율 인상,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의 국민연금 최저연금액 설정방안 등은 솔깃한 공약이지만 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없다.

이 문제는 포퓰리즘과 대증요법으로는 결코 풀 수 없다. 대선 주자들부터 사회보험과 연금 체계 개혁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낼 책임감과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 이후 손을 놓고 있는 다른 특수연금 개혁안과 모든 사회보험을 아우르는 복지 구조조정의 큰 그림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대선 주자들은 무엇보다 먼저 복지 개혁에 대한 입장을 밝혀 여론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
이영운 기자  mhlee1990@econ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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