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이현우 조지아 서던 주립대 교수] 시장이 변화하면서 이제는 소비자들에게 서비스가 아닌 경험을 파는 ‘경험의 경제’ 시대가 왔다고 한다.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만한 경험의 장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인데, 스포츠야말로 팬들에게 독특한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경제를 창출한다.

▲ 이현우 교수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팬들에게 최적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저마다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지만, 심리학에서 말하는 인간의 공감 기능과 몰입 이론을 통해 이에 대한 단서를 찾아볼 수 있다.

인간은 상대의 마음이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모방 능력이 있다. 이는 과학적으로도 입증되고 있는 기능이다.

이탈리아 파르마 대학의 신경생리학자 지아코모 리졸라티 교수가 이끈 연구팀은 1996년 원숭이가 사람의 특정 행동을 따라할 때 반응하는 신경세포를 발견했다. 이를 거울 뉴런(mirror neuron)이라고 한다.

이후 사람들의 뇌를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연구한 결과들은 인간의 공감기능을 분석하는데 유용한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 공감 능력을 되살펴보면 인간들은 모두 참 비슷한 반응체계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집에서 월드컵 축구 경기를 보다가 우리나라 선수가 골이라도 터뜨리면 약속이나 한 듯 윗집, 옆집, 아랫집 할 것없이 동시에 환호성을 쏟아낸다.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누군가와 함께 이 광경을 본다면, 대형 전광판에 나타나는 선수들의 표정과 내 주변 관중들의 표정에 동화되면서 그 순간 모두가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말 그대로 희로애락을 함께하면서 팬과 선수들은 그 순간의 기억을 공유한다.

그리고 희로애락에 따른 감정적 반응들은 그 경기장의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한다.

야구에서도 9회말 2사 만루에 끝내기 찬스가 왔을 때, 선수는 물론 관중들도 마음을 졸이며 숨죽이고 지켜본다.

투수가 몸 쪽으로 던진 공을 타자가 당겨 쳐서 공이 하늘에 뜨게 되는 순간 모두가 그 공을 하염없이 바라보게 된다.

시간이 정지된 듯, 찰나에 벌어지는 이런 일들이 마치 오랜 시간에 걸쳐 일어난 것처럼 느껴진다.

공이 담장을 넘어간다면 경기장이 떠나갈 듯 환호성이 터질 것이고, 외야 플라이 아웃으로 경기가 마무리 된다면 탄식이 넘쳐날 것이다. 상대팀은 반대의 반응을 보일 게 뻔하다.

환호성이 울려 퍼지면 선수와 관중들 모두 전율을 느낄 것이고, 탄식이 넘쳐나면 아쉬운 마음을 함께 나눈다.

▲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FC서울의 경기에서 FC서울 서포터들(위)과 수원 서포터들이 응원을 하고 있다./뉴시스

이때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는 순간을 ‘몰입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몰입 후 결과에 따라 느껴지는 감정은 증폭되기 마련이고, 감정이 증폭된 그 순간의 기억들은 경험자가 부여하는 의미와 함께 평생을 간다.

헝가리 출신의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그 순간에 다른 어떤 무엇도 괘념치 않으며 시간가는 줄 모르는 몰입 상태야 말로 최적의 경험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이론을 살펴보면 스포츠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물론이고 관람하는 것도 몰입을 위한 조건을 잘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단 스포츠는 목표가 명확하다.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선수들은 높은 수준의 도전에 직면하며 또한 높은 수준의 기량을 겨루면서 팽팽한 긴장감을 이끌어간다.

칙센트미하이 교수가 강조한 높은 수준의 당면과제(challenge)와 기량(skill)의 균형 사이에서 승부가 오고 갈 때 선수는 물론 관중들도 그 상황에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월드컵 결승전처럼 그 균형이 최정점에 다다르는 경기에서는 온 세상의 이목이 집중된다.

스포츠는 이러한 긍정적인 경험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대중문화로 자리잡았다. 뿐만 아니라 스포츠는 사회 구성원들의 생활과 맞물리면서 여러 가지 의미를 전달하기도 한다.

어려운 상황을 딛고 최정상에 오른 선수의 성공일화를 보고 어린이들은 꿈을 키우고, 승리의 기쁨을 함께하며 사회 구성원들은 소속감을 고취시킨다.

경기장에는 생동감 넘치는 인간세상의 드라마가 녹아들어 있다.

중요한 순간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집중할 수 있고,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 경기장 위에서 펼쳐지는 선수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열광적인 응원을 보내기도 하고 폭발적인 분노와 야유를 퍼붓기도 한다.

다양한 경험들이 모여 그 경기의 의미를 생성하고 열정적인 팬들을 만든다.

초록빛 잔디 위로 펼쳐진 푸른 하늘. 수만 명의 사람들이 경기장 주변을 빙 둘러서서 그라운드 위 선수들의 활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화생(化生)하는 광경은 어디서도 느껴볼 수 없는 경험이다.

그리고 항상 최적의 경험을 가져다 주지는 못할지라도, 그 순간을 꿈꾸고 희망하며 팬들은 경기장에 들어선다.

매스컴을 통해 접하게 되는 스포츠 기관 혹은 선수들의 비리나 파문은 팬들이 스포츠에 공감하거나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게 만든다.

관련자들이 최적의 경험에 몰입할 수 있는 스포츠의 긍정적인 현상에 몰두해 발맞추어 나간다면 팬들과 더욱 가까워 질 수 있다. 스포츠는 결국 행복을 위한 인간의 행동임을 잊는 순간 팬들은 ‘변질’되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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