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의 '고용세습'…기회균등 어긋난다

이종수 기자l승인2017.03.03l수정2017.04.26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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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뉴스 칼럼=이종수 기자]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이 3일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출석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최 의원은 2013년 6월 자신의 의원실 인턴으로 근무한 황모씨가 중소기업진흥공단에 채용될 수 있도록 압력(업무방해)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채용해 달라고 외압을 넣었다는 뜻이다.

옛날 같으면 부하 직원을 챙겨주려는 국회의원의 ‘선의’로 해석될 수 있지만, 취업이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만큼 힘든 요즘 세상에서는 엄연히 ‘단죄 대상’으로 간주된다.

▲ 서울의 한 대학교 취업경력개발 게시판 앞으로 학생이 지나고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그만큼 요즘 청년층의 취업 환경은 사상 최악이다. 실제 지난해 연간 청년 실업률은 9.8%로 역대 최고였다. 실업자 통계에 잡히지 않는 취업 준비생이나 구직 단념자까지 포함하면 실제 청년 실업률이 30%를 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럼 마당에 '현대판 음서제(蔭敍制)'로 비판받아온 단체협약 상 노동조합의 '고용세습' 조항이 여전히 많은 기업들에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3월 100인 이상 사업장 2769곳의 단체협약을 실태 조사해 694곳의 단체협약에 고용세습 조항이 있는 것을 확인, 시정명령 또는 자율개선 조치를 내렸다. 이 조항은 장기근속자, 정년퇴직자, 업무 중 다치거나 숨진 근로자 등의 자녀에게 채용상 특혜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월 말까지 '고용세습' 조항을 삭제하지 않은 경우가 46.3%인 334개로 집계됐다. 특히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한국GM, 롯데백화점,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상당수 대기업들이 이 조항을 그대로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높은 취업 문턱에 절망감을 느끼는 청년들로서는 속이 터질 일이다.

음서제는 고려ㆍ조선시대에 나라에 공을 세운 신하나 양반의 자손을 관리로 채용하던 제도다.

과거시험도 치르지 않는 일종의 특별 채용이다. 이는 지배층인 귀족 계급이 세습되면서 특권계층의 가문과 지위를 계승하는 토대가 됐다.

이 악습이 ‘장기근속자 가족 우선 채용’ ‘동일 조건이면 노동조합 추천자 채용’ 식으로 단체협약에 담겨 지금도 시행되고 있는 셈이다. 노동조합의 영향력이 큰 회사일수록 ‘특혜 채용규정’이 광범위하게 적용된다고 한다.

고용세습은 당연히 사라져야 한다. 이미 법원에서도 이같은 판단이 내려졌다. 2013년 5월 울산지법은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전 현대차 노조원 유족이 회사를 상대로 낸 고용의무이행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조합원 사망 시 유족을 고용하도록 한 현대차 단협 조항은 사실상 일자리를 물려주는 결과를 낳아 우리 사회의 정의 관념에 배치된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이처럼 심각한 상황을 확인하고도 자율적인 개선을 먼저 유도하는 게 기본 방침이라는 명분으로 미온적으로 대처해 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와 민간기업이 청년층 취업난을 일거에 해소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 그러나 노조의 '고용세습'처럼 불공정하고 비윤리적인 악습은 뿌리뽑아야 한다. 헌법에 명시된 기회 균등과 형평성에도 위배되는 만큼 주무 부처인 노동부는 이런 폐단을 바로 잡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마침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이 최근 고용세습 조항을 유지하는 사업장 명단을 공개하고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발의했다. 이번 기회에 관련 법제가 대폭 보완되기를 기대한다.

 
이종수 기자  jslee6679@econ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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