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 칼럼=조희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재협상에 나설지 주목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1일(현지시간) 발표한 '2017 무역정책 어젠다와 2016 연례보고서'에서 대외 무역협정들의 재검토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한미 FTA 시행 이후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가 2배 이상 늘었는데 이는 미국이 기대한 결과가 아니다"고 밝혔다.

▲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에서 수출품이 선적되고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이에 따라 한미 FTA의 재협상 가능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보고서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으로 수출된 미국 상품의 총 가치는 12억 달러(약 1조3천억 원) 감소한 반면 미국의 한국 제품 수입은 130억 달러(약 14조8천억 원) 이상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특히 “앞으로 양국 간 협상에 초점을 맞추고 거래 당사자들과 보다 공정한 기준을 유지할 것이며 불공정한 활동을 계속하는 교역 상대방에 대해선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들을 망설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 FTA 재협상 우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기간 발언으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한미 FTA로 대(對) 한국 무역적자가 두 배로 늘었고 미국 내 일자리도 10만 개나 사라졌다"며 양국 간 교역 현실에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한미 FTA는 '재앙'이고 미국 내 일자리를 줄인 '일자리 킬러'라는 비난까지 쏟아냈다.

이에 대해 통상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보고서에 한미 FTA 재협상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다며 의미를 축소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가별 무역적자 기술에 있어 중국 관련 내용이 대부분이며, 한국 내용은 6줄에 불과하다"며 "한미 FTA 재협상 관련 직접적 언급은 없으며 2011년 대비 2016년 미국의 대 한국 상품무역수지 적자가 2배 이상 증가했다는 객관적 수치만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우리가 먼저 확대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보고서에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도 얽매이지 않고 필요하면 미국법을 적용해 불공정 무역에 대응할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도 들어가 있다.

이를 놓고 미국이 '무역전쟁'의 포문을 열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이 우리한테 FTA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의 대선 공약이 예상보다 신속히 실행되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반 이민정책 등은 이미 현실화됐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한미 FTA는 오는 15일로 발효 5주년을 맞는다. 1년 넘게 치열한 협상을 벌인 끝에 양국이 절충점을 찾아 타결한 내용이다.

한미 FTA가 미국 측에 큰 도움이 됐다는 사실은 미국 측 분석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지난해 6월 공개한 '미국이 체결한 FTA의 경제적 영향 분석 보고서'가 대표적인 예이다.

미국이 2015년 한해 동안 한국과 교역에서 283억 달러의 적자를 냈지만 한미 FTA가 없었다면 적자 규모가 440억 달러에 달했을 것이라고 이 보고서는 추정했다.

한미 FTA는 두 나라가 맺은 쌍무협정이다.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하면 거부할 방법이 없다. 가능성이 높지 않더라도 정부는 만반의 준비를 해 놓는 것이 좋다. 탄핵 정국이라는 혼란 속에 ‘확대 해석 경계’만을 운운할 때가 아니다.

무엇보다 탄탄한 협상 논리와 증빙 자료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 서로 혜택을 누렸다는 자료와 함께 대미 투자 프로젝트를 적극 발굴하고 중소업체의 미국 조달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는 등의 우리 측 노력을 강조해야 한다. LG전자가 미국 테네시주에 세탁기 생산공장을 짓기로 했다는 결정도 구체적인 예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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